입력 : 2022.11.11 13:32
[땅집고] “경쟁이 부담이면 그냥 두 회사가 같이 저희 아파트 시공해주세요.”
여러 건설사가 함께 힘을 합쳐 공동 시공하는 컨소시엄 수주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금리인상, 자잿값 인상 등으로 건설경기가 얼어붙자 건설사들이 도시정비 사업지 입찰 경쟁에 몸을 사리면서다. 이에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 사업성을 포기하고 컨소시엄을 먼저 제안하는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조합까지 나타나고 있다.
■입찰 출혈 경쟁 꺼리는 건설사…조합도 사업성 포기, 컨소시엄으로 턴
건설사들은 통상 2000가구 이상으로 규모가 커서 홀로 맡기 부담스럽거나 사업성이 부족한 정비사업의 경우 다른 건설사들과 함께 공동으로 수주하는 컨소시엄 방식을 조합에 제안한다. 주로 금융비용이나 미분양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국책 토목공사 정도에서만 건설사 컨소시엄이 이뤄졌으나, 부동산 침체기를 거치면서 민간 주택 시장에도 컨소시엄 형태가 등장했다.
그러나 재개발ㆍ재건축에서는 컨소시엄 시공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경쟁 입찰에 비해 건설사가 내거는 조건이 약해지고, 실제 준공 이후에도 시공 하자 책임을 명확하게 묻기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합이 우위에 있는 부동산 호황기에는 컨소시엄보다는 경쟁 입찰을 통한 단독 수주가 주로 이뤄진다. 사업성이 다소 약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서는 그나마 컨소시엄 시공을 많이 적용하는 편이었으나, 최근에는 리모델링 단지에서도 단독 수주를 선호한다.
부동산 침체기엔 건설사가 우위에 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금리나 자잿값 인상, 미분양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노른자위 핵심 사업지가 아닌 곳에서는 출혈 경쟁을 피하면서다. 그렇게 되면 사업지는 단독 응찰과 유찰을 반복한 뒤 수의계약으로 가는 수순을 밟게 된다.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건설사는 수주전 경쟁 없이 시공권을 확보할 수 있어 유리하지만, 조합은 조건을 협상하기 어려워진다. 건설사가 응찰에 나서지 않으면 사업은 더욱 지연된다. 그렇게되면 조합도 어쩔 수 없이 컨소시엄 형태의 계약에 나서게 된다.
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선 올해에도 벌써 수의계약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2파전 이상의 경쟁구도로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지는 전국적으로 15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수의계약은 치솟는 금리에 시공비용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전체의 90%를 넘어가며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 시내 중대형 정비사업지에서도 단독 응찰에 의한 사례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수의계약이 꾸준히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서울에서는 ▲영등포 남성아파트(롯데건설) ▲노원 상계주공5단지(GS건설) ▲방배 신동아(포스코건설) ▲송파 가락상아1차(GS건설) ▲광진 중곡아파트(무응찰) ▲신당 8구역 재개발(포스코건설) 등 사업지가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울산B04 재개발 조합, 삼성ㆍ현대에 컨소시엄 제안
서울 핵심 사업지에서조차 유찰이 이어지면서 지방 사업지들은 더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방 최대 규모인 울산 B04구역 재개발 사업은 무응찰로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면서 도시정비사업 업계에 실망감을 안겼다. 시공능력평가 1·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참전이 예고됐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두 곳 모두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최근 금리인상, 울산의 미분양 증가 상황 등을 고려해 입찰을 고사했다. 이에 조합에서는 긴급 회의를 열고 양측에 컨소시엄 수의계약을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단지명에 양사의 고급 브랜드인 ‘래미안’과 ‘디에이치’를 같이 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조합에서 건설사를 상대로 먼저 컨소시엄을 제안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은 대부분 조건이 나빠지기 때문에 컨소시엄을 선호하지 않는다. 상황이 어쩔 수 없을 때 주로 컨소시엄을 택한다”며 “서울도 유찰되는 사업지가 생겨나면서 컨소시엄을 받아들이는 조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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