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09 11:21 | 수정 : 2022.11.09 14:01
[땅집고]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이 오는 12월 일반분양을 예고한 가운데, 22 평(전용 48㎡) 이하 소형은 모두 복도식 아파트로 공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비청약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매머드급 새 아파트인데도 흔한 오피스텔과 다름 없는 설계여서 중소형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지고 분양받더라도 추후 집값 상승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1동 170-1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동에 총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 초대형 아파트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이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지난 수년여 동안 청약통장을 아껴왔다고 밝힌 수도권 예비청약자들이 수두룩하다.
일반 분양하는 주택형 중에서는 인기가 높은 전용 59㎡(25평)와 84㎡(34평)에 청약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분양 물량도 각각 1492가구와 1273가구 정도로 많아 당첨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약 가점과 분양대금 납부 능력이다. 가점이 낮아 청약 당첨권 밖에 있거나, 전용 84㎡ 기준 1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는 분양가를 감당하기에는 자금 부담이 큰 예비청약자들이 적지 않은 것. 이 때문에 비인기 주택형이면서 분양가가 비교적 저렴한 2룸 이하 소형주택에라도 청약해 둔촌주공 당첨을 거머쥐겠다는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둔촌주공에서 일반분양으로 풀리는 소형주택은 ▲원룸형 전용 29㎡(14평) 11가구 ▲투룸형 전용 39㎡(18평) 1160가구 ▲투룸형 전용 49㎡(22평) 903가구 등이다. 총 2074가구로 물량이 적지 않다.
그런데 단지 배치도에 따르면 둔촌주공 소형주택 전량을 ‘복도식 아파트’로 짓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도식 아파트란 같은 층에 여러 세대가 길다란 복도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서울 한복판에 들어서는 초대형 새 아파트인데도 일반적인 오피스텔과 다름 없는 설계를 적용하는 셈이다.
소형주택을 배치한 동은 전체 85개동 중 11곳이다. 먼저 29·39·49㎡ 세 가지 주택형을 섞어서 배치하는 5개동은 한 층을 10가구가 같이 쓴다. 39㎡·49㎡ 두 개의 주택형으로 구성되는 4개동 역시 10가구가 복도를 공유하는 구조며, 39㎡로만 짓는 2개동은 한 층에 7가구를 배치한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복도식 아파트는 한 층당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양 옆에 2가구만을 배치하는 계단식에 비해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다. 복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입주자 전용 면적이 상대적으로 적고, 복도를 여러 가구가 공유하기 때문에 생활 소음에 취약하며, 후면 베란다를 설치하지 못하는 구조여서 통풍과 환기에도 불리하다. 수요자들 사이에서 복도식 아파트가 계단식 대비 상품성이 낮다는 인식 자체가 큰 탓도 있다.
그럼에도 둔촌주공 소형주택 분양가가 결코 저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3.3㎡(1평) 당 분양가가 3700만원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가장 작은 29㎡ 분양가가 5억1800만원에 달하며 39㎡는 6억6600만원, 49㎡는 8억1400만원쯤 된다. 예비청약자들 사이에선 “둔촌주공 이름만 붙었지, 사실상 오피스텔이나 다름 없는 아파트를 오피스텔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분양받는 셈”이라는 식의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현재 둔촌주공은 공사가 한창인 만큼 설계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대단지 새 아파트라도 소형주택만으로 구성하는 동이라면 계단식이 아닌 복도식으로 짓는 경우가 대다수다. 층마다 소형주택을 2가구만 배치한다면 계단실을 일일이 설치하면서 공사비도 늘고 부지 활용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둔촌주공 소형주택 동을 비롯해 원룸에서 투룸 정도 면적으로 구성하는 오피스텔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짓는 임대주택마다 복도식으로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서울 송파구에 입주한 헬리오시티에서도 복도식 아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침실 2개짜리 전용 39㎡(18평) 위주 소형주택으로 구성하는 11 개동을 최소 6가구, 최대 10가구가 한 복도를 같이 쓰는 형태로 설계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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