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08 11:16
[땅집고] “우리나라에 ‘유령도시’가 있어요.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쓰레기만 잔뜩 쌓여있는 지역이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한국의 유령도시’란 제목의 게시글이 화제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대부분 국민들은 접할 일이 없겠지만, 상주인구가 대부분 떠나 텅 빈 상태로 방치돼있는 지역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 유령도시로 소개된 곳은 바로 경북 고령군이다.
고령군에는 1993년 개교한 4년제 대학교인 가야대 캠퍼스가 있었다. 초기 200여명이었던 학부생이 점차 늘어나면서, 총 학생수가 3500여명에 달하던 시절도 있었다. 청년층 유입인구 덕분에 대학교 인근 동네마다 원룸 건물과 주점·PC방·탁구장 등이 입점한 상가가 생겨났다.
그런데 2004년 가야대가 경남 김해시로 옮겨가면서 대학가 일대가 점점 유령도시로 변하기 시작했다. 과거 학생들이 드나들던 건물은 대부분 낡은채로 문이 굳게 잠겨있고, 골목마다 버려진 가구와 쓰레기가 잔뜩 들어차있다. 글을 쓴 A씨는 “대학교 이전 후 땅값은 폭락하고 건물주들은 파산하게 됐다”는 후문도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군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1997년까지만 해도 3만8700여명이었던 총 인구수가 2010년 3만4600여명으로 감소하더니, 2021년에는 3만명을 겨우 넘기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20년만에 고령군 인구가 23% 사라진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가야대를 끼고 있던 대학촌 원룸 건물에는 저렴한 임대료를 보고 입주한 외국인 노동자와 소득이 적은 주거 소외 계층 정도만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대료 시세는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15만~20만원 수준이다. 대학촌을 드나드는 사람이라고는 건물 쇠붙이를 뜯어가려는 도둑들 뿐이라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얘기가 지역사회에 회자될 정도다.
고령군 집값도 요지부동이다. 지난 4년여 동안 전국 부동산 가격이 폭등 수준으로 올랐지만, 이 일대 아파트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고령군 대가야읍 ‘리치캐슬’ 31평이 2017년 9월 1억7350만원에서 올해 2월 1억9500만원으로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대가야스카이뷰201’ 29평은 지난해 9월 2억3800만원에서 올해 1월 2억3800만원으로 집값이 제자리 걸음이다. 심지어 ‘경림웰빙’ 25평은 2015년 10월 1억3000만원에서 2020년 9월 1억1000만원으로 되레 떨어졌다가, 올해 1월 1억3000만원으로 7년 전 집값을 겨우 회복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령군과 같은 처지의 지방 소도시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출산율이 줄면서 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데, 사람들이 일자리와 각종 생활 인프라가 풍부한 대도시 위주로만 몰리면서 공동화 현상을 겪는 지역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저기가 고향이라 아는데, 안좋아질 치안도 없다.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이 고향인 사람으로서 이런 게시글을 보면 참 슬프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령군을 비하한다는 비판도 눈에 띈다. 일부 네티즌은 “저 곳에 농사짓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잘 살고 계시다. 당초 고령군에 10~20대가 몇백명도 안됐다”, “작은 도시지만 고령군도 엄연히 사람 사는 지역인데 ‘유령도시’라고 싸잡아 말하니 무례하다”는 등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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