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08 08:01 | 수정 : 2022.11.08 11:38
[땅집고] 지난 1년간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빠진 지역은 성북구와 서대문구, 은평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도심에서 벗어나 있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끝나 호재가 없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전반적인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그간 저평가됐다는 판단으로 상승했던 강북 집값이 더욱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지난해와 올해 각각 계약된 서울지역 같은 단지, 같은 전용면적 아파트의 평균 매매 거래가를 비교한 결과 성북구와 서대문구, 은평구 순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거래 건수 중 하락 거래 비율은 성북구 55.9%(179건 중 100건), 서대문구 51.9% (158건 중 82건), 은평구 51.3% (160건 중 82건) 순이었다. 서울지역 전체 거래의 36.5%(4086건 중 1492건)는 평균 매매가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포레카운티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10월에는 9억1400만원으로 26.8% 하락했다. 길음뉴타운8단지 래미안 전용 59㎡는 지난해 10월 9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년 만에 2억5000만원 내려 7억4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2년 전인 2020년 10월에는 시장 호황에 힘입어 10억에 거래됐다.
서대문구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13억6000만원에 팔렸지만, 올해 10월에는 10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직전달인 9월에 실거래가 11억 2500만원을 기록한 데 비하면 한 달만에 1억 가까이 빠진 것이다. DMC파크뷰자이1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4억3500만원에서 1년만에 12억원으로 하락했다.
은평구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전용 84㎡ 실거래가도 직전 신고가인 13억7500만원에서 11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북한산 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10월에만 총 5건의 중개거래가 이뤄졌다. 이 주택형은 전체 1230가구 중 724가구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가격은 최저 11억4800만원, 최고 13억6500만원으로, 평균 매매가는 12억3660만원이다. 그러나 올해 10월에는 단 1건 거래됐으며, 지난해 최고가 대비 35.6% 떨어진 8억78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 가격은 최근 2년간 실거래가 중 최저인 8억8500만원(2020년 5월)보다 낮았다. 이보다 낮은 8억4000만원(2019년 12월)에 거래된 적이 있지만, 취재 결과 이 물건의 경우 1층이었다. 1층은 통상적으로 조망권을 확보하기 어렵고, 사생활 침해 가능성 등을 이유로 선호도가 낮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는 가운데 도심에서 먼 지역부터 가격이 빠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여기에 매도자가 이자 부담 등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내놓는 '급매'만 소진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성북·은평·서대문구 등 3개 자치구는 서울에서도 직주근접이 떨어지고, 강남 3구에 비해 선호도가 덜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 역시 "3개 자치구 모두 강북 지역이고,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인한 공급이 없는 곳"이라며 "어느 정도 개발을 마친 지역이기 때문에 교통 혼잡 등 단점이 부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급매'로 불리는 한계 물건이 소진된 후에야 시장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금리 움직임에 따라 국내 금리가 조정되면서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게 되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주택시장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조 명예교수는 "아직은 에너지 위기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가 지속되는만큼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한미간 기준금리차는 일정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지금처럼 금리가 높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만 부동산 거래를 한다"며 "이런 한계물건이 다 빠지고 활발히 거래가 이뤄져야 정상 가격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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