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07 08:00 | 수정 : 2022.11.08 14:43
한마디로 혼돈의 부동산 시장이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은 몇 억씩 뚝뚝 떨어지는데, 거래는 요지부동이다. 본격적인 부동산 빙하기가 시작됐다고 하고, 꽤 길게 갈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 일색이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가끔은 이런 뉴스들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긴가민가 할 때가 있다. 땅집고가 현장 분위기를 취재했다.
[부동산 현장 긴급진단] ①집값 폭락한다고? 집주인-매수자 ‘동상이몽’
[부동산 현장 긴급진단] ①집값 폭락한다고? 집주인-매수자 ‘동상이몽’
[땅집고] “지금 부동산 시장 분위기, 정말 IMF 때보다 더 심합니다”, “하도 거래가 안 나오다 보니 그 동안 매매거래계약서 쓰는 법을 까먹었다는 동료 공인중개사들도 나와요”, “이런 상황에서도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고객들이 있긴 있어요. 그런데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액의 급매물만 찾으니 사냥감이 던져지기만을 기다리는 하이에나 같습니다.”
지난 4년여 동안 활황기를 보낸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빙하기에 접어들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집값은 뚝뚝 떨어지고, 지난 몇 달 새 집값이 반토막 났다는 둥, 최고가 대비 수억원 낮은 ‘폭락 거래’가 등장할 때마다 시장은 요동친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유발된다. 이를 테면 ‘집값이 급락하는 와중에 어떤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을까’, 또는 ‘소진되는 급매물 가격은 이상 거래로 진단해야 할까’, 혹은 ‘더 떨어질 여지가 있을까,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것들이다.
땅집고가 부동산 거래 시장 최일선에 있는 공인중개사들을 찾아 최근의 시장 분위기에 대해 직접 물어봤다.
■역대급 ‘거래절벽’ 왜?…집주인 “최고 실거래가=정상가”, 매수자 “집값 더 떨어질 것”
공인중개사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거래 절벽’을 꼽았다. 그 원인은 집주인과 주택 수요자 사이에 집값 인식에 대한 시각 차가 워낙 커서라고 했다. 집주인 입장에선 최고 실거래가가 곧 정상 가격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수요자들은 집값이 고점을 찍고 앞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믿고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리까지 크게 올라 자금 조달 길까지 막히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인수 압구정큰부자부동산 대표는 “이런 거래 절벽 상황에서도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사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출 규제가 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조금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호가가 더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금리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야 매수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관망세가 강하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9월 94만2931건이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51만9712건으로 반토막 수준이다. 서울의 거래 절벽 현상이 유독 심각하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1만4004건의 거래가 등록됐는데, 점점 감소하더니 올해 9월에는 1773건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거래가 하도 없다보니 생계를 걱정하는 공인중개사들도 꽤 있다. 특히 아파트 매물만 취급하던 공인중개사들이 유독 힘들 수밖에 없다”며 “어쩌다 한 번 거래가 성사돼 매매계약서를 쓰려는데, 계약서 작성한 지가 너무 오래돼 ‘어떻게 쓰는지 까먹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종종 나올 정도”라고 했다.
■‘폭락 거래’ 대부분 특수사례…“본격적인 집값 하락 시그널 아냐”
이런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파트 단지마다 최고가 대비 수억원 낮은 가격의 실거래가 나올 때마다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공인중개사들은 이 같은 거래가 집값이 본격 낮아지고 있는 시그널이라기 보다는, ‘특수 거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새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잔금을 치르기 위해 집을 급히 매도해야 하거나, 세금 부담을 덜려고 불가피하게 처분을 결정하는 거래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실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 급매물 자체가 잘 나오지도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활동하는 권희영 대청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매도자들이 신고가(94㎡ 기준 40억원) 대비 10% 하락한 37억원 정도라면 팔 수 있겠느냐고 물어온다. 지금까지 급매 사례를 보면 집주인이 인근 신축 아파트로 입주를 앞두고 잔금을 치러야 하거나, 주택 소유주가 여럿이라 권리 관계가 복잡해 청산해야 하는 등 특수한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박인수 압구정큰부자부동산 대표는 “압구정의 경우 재건축을 기대하고 낡은 아파트에 직접 들어가 사는 집주인들이 대부분인 실수요 위주 지역이다. 이 때문에 집주인이 호가를 매우 낮게 부르는 ‘던지는 매물’은 거의 없고, 경매 등 처분을 해야만 하는 물건만 간혹 한두 개씩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집주인들 의사와 달리 매수대기자들은 ‘초급매’ 매물만 찾고 있다고 한다. 공인중개사사무소마다 소위 비정상 거래를 기준으로 해당 금액에 등록된 매물이 없느냐고 문의하는 수요자들이 수두룩하다는 것.
서울 강동구 소재 센트럴부자공인중개사사무소의 임창규 대표는 “‘고덕아르테온’ 84㎡가 최고가 20억원을 찍었다가 최근 12억원에 거래돼 집값이 반토막 났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20억원 거래는 로얄동 로얄층 매물이라 일반적인 시세는 17억5000만원 정도였어서, 반토막은 아니고 25% 정도 낮은 금액이라고 봐야 한다”며 “그런데 한 번 12억원 실거래가가 찍혀버리니 매수자 입장에서는 이 가격만을 기준으로 매물을 구하려고 한다”고 했다.
경기 의왕시에서 활동하는 공인중개사 B씨는 “한번 급락한 거래가 나왔다 하면 매수자들은 해당 거래가 정상 거래인지, 특수 관계인 간 저가양도인지 등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해당 가격대 급매물만 찾는다”며 “정상적인 집주인들은 죽을 병에 걸려서 병원비 마련을 해야하거나, 회사가 부도가 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게 아닌 이상 최근 나온 급매가로 팔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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