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04 16:13 | 수정 : 2022.11.04 21:26
[땅집고]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이 오는 12월 일반분양을 예고한 가운데, 이 아파트 평면도와 동 배치도를 확인한 일부 예비청약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이 가장 많아 관심이 컸던 주택형이 이웃집과 주방창을 사이에 두고 코앞 거리일 정도로 동간 간격이 좁아서다. 이 아파트 공급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수요자들 중 상당수가 사생활 침해 등을 우려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 새아파트인 ‘올림픽파크포레온’과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총 4786가구에 달해 그동안 꽉 막힌 서울 새아파트 공급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일반분양 물량 가운데 예비청약자들의 관심은 단연 ‘국민평형’인 84㎡에 쏠린다.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면 일반분양으로 풀리는 주택형 중 면적이 가장 큰 데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는 3인 가구만 되어도 84㎡가 대세다.
총 1만2000여가구 중 84㎡가 4370가구를 차지한다. 이 중 1237가구를 일반분양한다. 평면 타입은 A부터 H까지 있다. 통상 판상형이면서 남향으로 배치한 A타입이 인기가 가장 높지만, 총 1780가구 중 조합원이 87%(1562가구)를 선점한데다 일반분양하는 주택은 평균 5층 이하 저층인 비선호 주택이다. 판상형이면서 동향인 B타입과 C타입은 각각 19가구, 76가구를 일반분양해 청약 당첨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
예비 청약자들은 타워형 E타입에 주목했다. 84㎡ 중 일반분양 물량이 총 558가구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달 청약을 앞두고 84㎡ E타입 주택 배치가 문제가 됐다. E타입 주택끼리 주방창을 두고 맞붙어있는데, 두 주택 간격이 1.5~2m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가까워 창을 열면 이웃집 내부가 다 보이는 구조라서다. 이 때문에 기능 면에서는 환기·통풍에서 불리하고, 입주 후 사생활 침해까지 우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총 149가구를 일반분양하는 59㎡ C타입도 마찬가지다. 모든 주택이 앞서 84㎡E타입과 마주보고 있는 구조여서, 주방 창으로 ‘이웃집 뷰’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원하는 일반분양가는 3.3㎡(1평)당 3900만원이다. 강동구청은 이달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꾸려 일반분양가를 산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분양가 심의를 거치면 통상 조합이 희망하는 가격에서 10% 안팎 낮아진 금액이 분양가로 책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평당 분양가가 3700만원대로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예상대로 라면 84㎡ 분양가는 12억원 정도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예비청약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12억원이나 주고 사생활 침해 당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라는 거냐’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옆집과 주방창으로 대화하거나 반찬 나눠먹을 수도 있겠다. 정말 최악의 주택형이다”, “설계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세대수만 늘리니 이런 동 배치가 발생한 것 같다”는 등의 불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반면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이 로얄층·로얄동을 선점하고 나머지 비선호 주택이 일반분양으로 풀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박승환 둔촌주공 조합장은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새 집행부 전에 이미 아파트 설계가 완료된 상황이라 왜 이 같은 동 배치가 확정됐는지에 대해서 사정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현재 단계에서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주택형에 대해서는 주방창을 불투명 유리로 시공해서 프라이버시 침해를 줄이고, 추가 대책에 대해 시공사업단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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