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02 15:44
[땅집고] “7년 된 한옥호텔 보수공사하는데 10억이나 들이다니…. 이거 완전 혈세 낭비 아닌가요?”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운영 중인 한옥호텔 ‘경원재 앰버서더 인천’(경원재)에 10억원을 들여 보수 공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사회에서 ‘예산 낭비’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애물단지 호텔인데 굳이 혈세를 투입해야 하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원재’는 2015년 송도국제도시에 개관한 국내 유일의 5성급 한옥호텔이다. 건축면적 353.22㎡, 연면적 6551.11㎡ 규모로 객실 30실, 연회장인 경원루, 체련장, 홍보관 등으로 구성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대형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신세계건설이 약 500억원을 들여 이 호텔을 짓고, 인천경제청에 기부채납했다. 대신 인천경제청은 신세계건설에 매각한 청라국제도시 내 2블록 복합쇼핑몰 부지 가격을 기존 1000억여원에서 500억여원으로 깎아줬다.
경원재는 한국관광공사가 국내 한옥호텔 중 5성급으로 평가한 유일한 건물이다. 인기 드라마 도깨비를 비롯해 돈꽃, 부잣집 아들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의 배경으로 쓰이면서 ‘호캉스’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숙박비는 객실 종류마다 다른데, 가을을 맞아 이달 30일까지 2인 객실과 조식을 포함해 1박에 29만9000원, 성인 2명과 아동 2명을 대상으로 45만7000원 할인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경제청이 올해 추경에 경원재 배관공사 설계용역비로 5000만원을 확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졌다. 내년엔 10억원 이상을 투입해 경원재에 설치된 기존 플라스틱 온수 배관을 금속관으로 보수공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인천경제청 예산을 심의 및 의결하는 시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안그래도 경원재가 2년 연속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 개관 7년밖에 안된 건물에 거액의 보수비용을 쓴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경원재는 개장 첫 해인 2015년 적자 2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3년 동안은 4000만~2억8000만원 흑자를 냈다. 하지만 다시 2019년 7000만원, 2020년 5억원 정도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호캉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4억원 흑자를 냈지만, 이번에 10억원을 들여 보수하면 인천경제청이 경원재를 운영하며 벌어들이는 돈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셈이다.
나상길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 의원은 지난 9월 열린 추경 심의에서 “7년 된 호텔 배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관리에 문제가 있거나 기부채납을 허술하게 받았다는 것 아니냐”며 “책임소재를 정확히 따져 예산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병현 인천경제청 기획조정본부장은 “일반적인 배관의 내구연한은 상당히 길다. 하지만 경원재의 경우 처음에 적절하지 않은 플라스틱 재료로 설치돼 금속관으로 교체하려고 한다”며 “신세계건설과 하자 보수와 관련해 협의 중”이라고 했다. 다만 경원재는 개관 7년이 넘어 하자보수 기간이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원재 숙박비가 비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식음료 판매 비중을 늘리고, 연회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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