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01 08:06 | 수정 : 2022.11.01 18:17
[땅집고] 핼러윈을 앞둔 지난 10월 28일 오후 6시 10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구내는 북새통이었다. 지하철 통로에는 퇴근길 인파로 가득찼고, 계단까지 미어터졌다. 늘어선 줄과 몰려드는 인파에 걸음을 떼기조차 힘들었다. 붐비는 승객들을 통제하고 동선을 관리하는 안전 요원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2호선·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속칭 불금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대학생과 퇴근길 직장인이 맞물렸다. 전동차에서 내려 개찰구까지 이어지는 계단에는 인파로 꽉차 한발도 움직이기 힘든 수준이었다. 오후 6시36분 홍대입구에 정차하기로 한 경의중앙선 급행 열차는 10여분 이상 연착됐다. 경의중앙선은 다른 전동차보다 배차 시간이 평균 5~10분 정도 길다. 뒤늦게 도착한 전동차에 서로 먼저 타려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위태로운 상황도 발생했다. 가까스로 열차에 오른 승객의 가방과 옷자락이 문에 끼고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더니 겨우 전동차가 출발했다. 하지만 기다리던 승객 절반도 전동차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벌어져 약 25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희생자 중 상당수는 누군가에게 밟히거나 깔리지 않고 선 채로 압사(壓死)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수도권 출퇴근길을 걱정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밀집도가 높은 지하철 공간의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서울 지하철 열차 안 밀집도가 높아 위험한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김포골드라인 안전한가요?”…시민들 출퇴근길 불안 가중
수도권 지하철은 출퇴근길 승객이 지나치게 붐벼 이른바 ‘지옥철’로 불린지 오래다. 특히 경기 김포에서 서울 김포공항역(전철 5·9호선)까지 연결되는 2량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의 경우 수용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전동차 운행 스케줄 때문에 김포시민들이 극심한 교통 불편을 겪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여의도와 강남을 연결하는 9호선 역시 혼잡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철도공사가 지난해 수도권 철도 혼잡도를 분석한 결과 김포골드라인이 241%로 가장 높았다. 이어 9호선 노량진~동작구간이 185%, 4호선 한성대입구~혜화역 구간이 150.8%로 뒤를 이었다. 혼잡도는 열차 객석에 승객이 100% 앉은 경우가 34%다. 이를 기준으로 ▲80% 이하는 통로를 오가기 여유로운 정도 ▲80~130%는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정도 ▲130%~150%는 이동시 부딪힘이 있는 정도 ▲150% 이상은 열차내 승객이 이동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온라인상에서 네티즌들은 “김포골드라인이나 9호선은 괜찮냐”, “선 채로 압사당할 수 있다는데, 수도권 지하철도 위험한 것 아니냐”, “전철에서 이런 사고가 또 반복될까봐 무섭다”, “생명을 걸고 출퇴근 하는 셈”이라고 불안감을 보였다.
시민의 출퇴근길 안전을 볼모로 삼는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뚜렷한 대책 마련없이 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지하철에서 벌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가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서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라고 촉구하며 출근길 서울 지하철역에서 역마다 내려 옆문으로 다시 탑승하거나 출입문에서 발언하는 식으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1개월 간 출퇴근길 서울 지하철 운행이 20~30분에서 많게는 2시간 이상 지연되는 일도 흔하게 발생했다. 집회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민 안전이 볼모로 잡혔다는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전장연은 이태원 압사 사고가 발생하자 지하철 시위를 31일부터 일주일 동안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 출퇴근 30분 시대?…안전대책 마련이 급선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교통 대책과 관련해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중인 지난 1월 김포골드라인 전철을 직접 타고 인파와 함께 이동하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 7월 고양 백석동에서 1000번 버스를 타고 광화문까지 이동하면서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을 체험하며 광역버스 확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교통 대책은 대부분 버스와 철도 증차 방안이다. 물론 필요한 대책이지만, 당장의 혼잡도를 줄이고 안전사고에 대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수도권 출퇴근길 지하철 내부는 시민들이 침착하게 움직이면 이태원 압사 사고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군가 넘어지거나 열차 운행이 멈추는 등 혹시 모를 변수가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장 전동열차 증편이나 대체 교통망을 늘리는 것이 어렵다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 전철역에는 안전요원을 많이 배치해 동선을 안내하는 것이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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