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21 07:47 | 수정 : 2022.10.21 07:53
[땅집고]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 논란으로 불거진 자금시장의 유동성 경색 우려에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와 건설사의 부도설을 흘리는 루머까지 돌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루머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시장 전반에 자금 경색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일부 증권사와 건설사가 자금난을 겪고 줄줄이 부도가 날 것이라는 내용이다. 땅집고가 이 루머의 진위 여부를 따져 봤다.
강원도는 최근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을 철회했다. 그 결과 해당 ABCP는 부도처리됐고 자금 시장 전체가 크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개 증권사와 1개 자산운용사가 아이원제일차가 발행한 레고랜드 ABCP 2050억원을 나눠 보유하고 있었다. 시장에 불안이 확산되자 강원도가 뒤늦게 다음달 예산을 편성해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 레고랜드 PF ABCP를 갚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금융당국도 20일 채권안정펀드 대책을 내놓으며 수습에 나섰지만 부동산 PF 시장 부실화에 대한 위기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 국내 주요 100개 시행사 “자금조달 어렵다”…건설사 부도설까지
이런 가운데 증권사와 건설사의 부도설을 흘리는 루머까지 돌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루머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시장 전반에 자금 경색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일부 증권사와 건설사가 자금난을 겪고 줄줄이 부도가 날 것이라는 내용이다. 땅집고가 이 루머의 진위 여부를 따져 봤다.
강원도는 최근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을 철회했다. 그 결과 해당 ABCP는 부도처리됐고 자금 시장 전체가 크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개 증권사와 1개 자산운용사가 아이원제일차가 발행한 레고랜드 ABCP 2050억원을 나눠 보유하고 있었다. 시장에 불안이 확산되자 강원도가 뒤늦게 다음달 예산을 편성해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 레고랜드 PF ABCP를 갚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금융당국도 20일 채권안정펀드 대책을 내놓으며 수습에 나섰지만 부동산 PF 시장 부실화에 대한 위기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 국내 주요 100개 시행사 “자금조달 어렵다”…건설사 부도설까지
증권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루머에는 “롯데캐피탈이 연 15%대 고금리로 기업어음(CP)을 발행했지만 소화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있다.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롯데캐피탈도 자금 조달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19일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2000억원 주주배정증자(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는데, 이 유상증자 배경을 놓고 이런저런 소문이 돌며 확대 재생산 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롯데건설 측은 “연 15%, 30%와 같은 수준의 금리로 CP발행을 추진한 적은 없다”며 “유증은 원자재가격 상승 및 부동산경기 침체 우려속에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위한 선제 대응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업계에선 최근 롯데건설이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 청담삼익 재건축 사업 등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의 영향으로 부동산 PF우발채무가 증가한 것이 소문의 배경이 됐다고 보고 있다. 우발채무는 현재 빚은 아니지만 앞으로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말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자금보충약정금은 올해 상반기(1~6월)를 기준으로 총 4조3000억원에 달했다. 유증 자금은 우발채무를 해소하는데 사용될 전망이다.
신용평가기관에서는 롯데건설 다음으로 부동산 PF 부실 위험도가 높은 건설사로 A건설을 꼽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분양 시장 침체가 가속화한 대구, 울산, 경북, 전남 등의 지역에 대규모 수주를 벌인 건설사를 분류해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들 중 특히 PF 보증 규모가 큰 A건설, B사 등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분기 A건설은 원자재 쇼크 여파로 10 분기만에 영업 손실까지 기록했다. 또 최근 지방 미분양 사업장이 증가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영남권에 분양한 아파트 물량 가운데 24% 넘게 무더기 미분양됐다. A건설 관계자는 “우발채무 규모가 큰 것은 맞지만, 대부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사업이 많아 당장 자금 흐름에 큰 영향은 없다”며 “미분양 물량도 최근 계약이 모두 완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PF 부실 위기는 건설업 전반에 걸친 문제다. 한 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금리인상 및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국내 100개에 이르는 핵심 시행사가 현재 PF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어려운 사업지 유형으로는 아파트 현장이 63%를 차지했으며, 지역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사업지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건설사들 중 80%는 “향후 사업 수지가 악화하고 주택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브릿지론 부실화 시작…손실 불가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란 금융사가 신용도와 담보 대신 사업 계획과 프로젝트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 기법을 일컫는다. 부동산 PF 의 경우 아파트·주상복합·상가 등을 시공해 미래에 들어올 분양 수익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이 개발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초기 단계인 인허가까지 필요한 운영 자금 대출은 리스크가 높아 개발 사업자가 토지 매입계약을 체결하고 제2금융권(여신금융, 증권사, 저축은행) 브릿지론을 활용해 잔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건축 인허가를 취득하면 금융기관과 협의해 본PF를 체결한 뒤 브릿지론을 털어내는 식이다. 시행사는 분양을 통해 확보한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단계적으로 채무를 상환해나가는데,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되거나 미분양이 발생하면 큰 위기에 직면한다. 기존에 진행했던 주택 사업 수익성 감소로 시행사가 PF 체결에 실패하면, 브릿지론 부실로 연결된다.
최근 삼성증권이 낸 보고서에는 현재 PF시장에서는 제2금융 기관들이 실행한 브릿지론부터 부실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0년부터 주택시장 호황으로 본PF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 경쟁이 심화했으나 올해 들어 사업성 저하로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브릿지론을 구성한 주체인 증권사나 부동산 운용사들은 주로 후순위채권으로 참여하는 데다 대체로 담보가치가 하락해 있는 경우가 많아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분양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부동산 가격 하락까지 이어지면서 하반기 건설사들의 자금 운용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원에 나서더라도 부동산 시장 수요가 얼어붙고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면 부실한 기업들이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 자금조달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는 분양 사업지가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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