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19 08:00
[땅집고]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를 보세요. 지금 같은 IT시대에 여러 계열사들의 서버를 판교 한 곳에만 몰아넣으니,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이 느려 큰 손실을 불렀죠. 카카오를 반면교사 삼아 자체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려는 기업들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봅니다.”
최근 부동산 개발업계에 부는 한파가 매섭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를 이유로 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건설·부동산 업계에 초비상이 걸린 것이다.
PF란 금융사가 시행사가 제시하는 개발사업 계획과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부동산 PF 라면 아파트·주상복합·상가 등을 짓고 미래에 들어올 분양 수익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PF 사업이 활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국 부동산 개발 사업장마다 PF 대출 연장을 반려당하거나 강한 상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 사업으로 자금 회수에 대한 확신이 서야 대출이 결정되는데, 부동산 침체기엔 불확실성이 커진다. 증권사·보험사마다 높게는 연 20% 이상 초고금리를 요구하면서 개발 사업이 아예 멈춰서는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 집값마저도 하락 조정을 받는 분위기인 만큼 아파트 사업장이 가장 타격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유망하다고 꼽혔던 물류센터마저도 지자체마다 개발 포화를 이유로 인허가를 못받고 있는 터라 기존 대비 PF대출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유일하게 PF대출 승인이 활발한 사업군이 있어 주목된다. 바로 ‘데이터센터’(Data Center) 개발 사업이다. 데이터센터란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 장비를 비롯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인 스토리지 등이 설치된 시설을 말한다. 각 기업의 빅데이터를 저장 및 유통하는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의 심장’으로 통한다.
고객들에게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데이터센터가 필수 자원인 셈이다. 그런데 IT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전국적으로 데이터센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데이터센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는 수요나 분양·임차 수요 모두 풍부한 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굵직한 데이터센터 사업이 PF대출 승인에 성공한 사례가 여럿 있다. 지난 7월 신한금융투자가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짓는 지하 5층~지상 10층 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에 총 3700억원 규모 PF대출을 단독 주관한 것이 대표적이다. KT에서 분사한 KT클라우드가 마스터 리스(건물을 통째로 빌린 후 이를 재임대해 수익을 얻는 방식)할 계획이며, 시공은 DL건설이 맡는다.
지난 3월에는 시행사 퍼시픽자산운용이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 데이터센터를 계획하고 6280억원 자금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또 4월에는 IBK기업은행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3가 구(舊) 대한제분 부지에 들어설 데이터센터 신축 사업에 대한 PF 주관을 맡아, 총 2815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선 전세계가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선 만큼 국내 데이터센터 개발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대형 IT기업인 카카오가 3만2000여대 서버를 판교 데이터센터에 한꺼번에 몰아뒀다가 건물 화재로 모든 계열사 IT 서비스가 멈춰서고 그 여파가 국가 기간망 마비라는 사태에 직면하면서 관련 업계에 큰 경각심을 안겨주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금융감독원 측에서 ‘PF사업장의 공사 중단‧지연 가능성에 대비해 공정률, 분양률 등을 반영한 사업성 평가를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지만,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은 주택·물류센터등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수요가 매우 풍부한 상황이라 사업 리스크가 크지 않은 만큼 PF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도 비교적 수월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면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토지를 확보하기 전 해당 부지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 각 지역마다 한국전력과 KT가 허용하고 있는 전력 공급량 한도가 달라서다. 실제로 한 시행사는 데이터센터를 지을 만한 부지를 물색한 뒤, 계약금을 넣기 전 KT로부터 ‘2년 후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확답을 공문으로 받은 후에야 토지 매매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데이터센터 건축 부지를 다루는 유다미 브라이튼중개법인 대표는 “데이터센터를 짓는 부지 조건 자체는 물류센터와 비슷하다. 시행사마다 최소 2000평에서 최대 4000평 이상이면서 용도는 계획관리지역인 땅을 주로 찾는데, 관건은 전력 수급이 가능한지 여부”라며 “전력 한도가 있는 도심지보다는, 본사와 접근성이 나쁘지 않으면서도 인력 수급이 괜찮은 수도권 외곽 부지에 대한 수요가 많다. 또 주민들 민원을 고려해 주거 밀집지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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