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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이름 짓는다고 5억이나 들였는데…"안단테? 안산대~"

    입력 : 2022.10.18 07:30 | 수정 : 2022.10.18 09:27

    [땅집고]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분양주택 고급화를 위해 만든 자체 브랜드 '안단테'(ANDANTE) 로고. 안락하다는 의미의 ‘안’과 단단하다의 ‘단’, 크다는 뜻의 ‘태’를 합친 합성어다. /LH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분양주택 고급화를 표방하고 만든 자체 브랜드 ‘안단테’(ANDANTE)가 입주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입주 예정자들이 안단테 단독 브랜드를 쓰기 싫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이들은 단지명에 안단테와 시공사 브랜드를 함께 병기라도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LH 측에서는 ‘단지명 변경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강행의사를 밝혀 더 깊은 갈등을 예고했다.

    [땅집고]안단테 브랜드로 입주자 모집 공고를 완료한 단지들./전국 안단테 연합회

    ■5억 들여 만든 브랜드…현실은 ‘안산데’ 조롱거리로

    안단테는 주공그린빌, 뜨란채, 휴먼시아, 천년나무 등에 이어 LH가 2020년 9월 신규 론칭한 아파트 브랜드다. LH는 ‘살수록 믿음이 가는 안정적인 주거공간,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 있는 주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철학을 담아 5억원에 들여 공공분양주택 안단테 브랜드를 론칭했다.

    현재까지 안단테라는 브랜드로 입주자 모집 공고를 완료한 단지는 모두 1만700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7차 공공사전청약 물량까지 포함하면 약 3만8000가구 이상이라는 것이 안단테 입주 예정자들의 주장이다. 안단테 단지는 내년부터 첫 입주에 나설 예정이다.

    안단테 입주 예정자들이 반발한 것은 LH가 독단적으로 안단테 브랜드만 쓰기로 하면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역명+시공사 브랜드+안단테’로 불리던 단지들은 단지명에서 시공사 브랜드명을 뺀 ‘안단테’만 사용하게 됐다.

    [땅집고]안단테라는 LH 브랜드가 갖는 이미지. 정 회장은 "입주하기 전인데도 벌써 '안산데', '안판데', '안거', '주단테' 등 안단테 입주민들을 조롱하는 단어들이 생겨났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국 안단테 연합회

    ■‘안단테’ 입주 예정자, 전국 연합회 발족 조직적 반대 나서

    안단테 단독명 사용에 대한 반발이 큰 이유는 LH 아파트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 탓이다. 안단테 입주 예정자들로 꾸려진 전국안단테연합회는 LH 아파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지명에 안단테와 시공사명이라도 공동 병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LH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검토하게끔 논의가 됐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단지명을 바꿔달라는 주장이다.

    특히 LH가 같은 공공분양인 신혼희망타운(신희타)의 단지명 변경을 허용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LH는 신희타 입주예정자들이 자체적으로 단지명을 작명하거나 민간건설사 등 시공사의 브랜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실제로 최근 분양된 수도권의 한 신희타 단지는 입주 후 입주민 투표를 통해 ‘LH+개별브랜드’였던 아파트 이름에서 아예 ‘LH’를 빼버리기도 했다.

    정혜민 전국안단테연합회장은 “‘안단테’는 단지명에 LH가 붙지 않아 피해를 입을 일이 없다는 게 LH 주장이지만, 안단테 기사만 검색해봐도 ‘LH 안단테’라고 뜰 정도로 사회적 낙인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반면 신희타는 LH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단지명에서 LH 로고를 빼줬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각 지역 안단테와 주변 민간분양 단지의 분양가 비교표. 안단테 분양가는 민간분양 단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편이다. /전국 안단테 연합회

    ■쟁점은 높은 분양가…LH “단지명 바꿀 계획 없어”

    안단테 입주 예정자들을 더 분노케하는 건 공공분양 단지임에도 주변 민간분양보다 더 높은 분양가다. 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안단테 단지 분양가는 주변 민간분양 아파트의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확장비까지 포함하면 6000만원~8000만원 가량이 더 비싸진다.

    정 회장은 “공공분양주택을 주변보다 저렴하게 분양한다고 하지만, 수분양자로서는 체감하기 힘들다”며 “시스템에어컨 등 옵션비를 포함하면 민간분양 분양가와 비슷하거나 되려 비싼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분양원가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LH는 안단테 단독 사용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안단테는 처음부터 LH CI와 분리해 단독 사용하는 공공분양주택의 브랜드로, 현재까지 시공사 브랜드와 병기하는 방식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지명을 바꾸고 싶다면 분양 되고 소유권 이전 이후에 소유자들이 투표를 통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이에 연합회 관계자는 “정식 입주 전부터 LH 단독 브랜드 사용의 기피도가 높아 입주 이후 변경을 진행하려는 단지들이 속출할 경우, LH 흔적 지우기로 인한 행정력 낭비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입주 예정자들의 정신적∙재산적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땅집고] LH 본사 전경. /뉴스1

    ■“분양가라도 쌌다면 반발 이 정도 아녔을 것…주민 의견 수렴해야”

    업계의 입장은 어떨까.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분양이지만, 오히려 가격이 비싸다보니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민간분양 아파트 수준의 퀄리티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가격만 합리적이었더라도 논란이 이 정도까지 확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LH가 신희타 단지명에서는 LH 로고를 빼주면서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LH가 국민들의 주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점을 고려하지 않고 브랜드 적용만을 고집해 일어난 부작용”이라며 “신희타 단지처럼 주민들이 단지명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해야 혼란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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