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17 14:03 | 수정 : 2022.10.17 16:16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가 되려면 ‘MZ세대’를 공략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구매력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마케팅 사각지대에 있던 젊은층이 상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른 것이다. 땅집고가 MZ세대를 사로잡은 창업주들을 직접 만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본다.
[MZ세대 움직인 창업의 비밀] ⑥최승애 독핏코리아 대표 “펫코노미는 레드오션…강아지 위해 아낌없이 지갑 연다”
[MZ세대 움직인 창업의 비밀] ⑥최승애 독핏코리아 대표 “펫코노미는 레드오션…강아지 위해 아낌없이 지갑 연다”
[땅집고] “저희 같은 많은 딩크족(자녀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들이 강아지를 자식처럼 키웁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도 내가 쓸 돈을 아껴서라도 강아지의 행복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거죠.”
7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독핏 웰니스센터’. 좁은 골목길을 지나 주택가의 한 건물에 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건물같지만, 외부로 바로 이어진 이중문 구조의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강아지 유치원이 나온다. 독핏은 이 건물의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까지, 연면적 120평의 공간을 쓰고 있다.
강아지 유치원 이용료는 1회 당 4만6000원 수준으로 다른 곳의 2~3만원보다 비싼 편이지만, 이날도 10마리가 넘는 애완견들이 직원들의 돌봄 속에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관리인 한 명 당 5~6마리를 맡아 두 명의 직원이 강아지들을 보살폈다. 센터 내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웬만한 시설이 다 갖춰져 있다. 강아지만을 위한 피트니스 겸 케어 센터, 수영장, 1대1 퍼스널트레이닝룸, 목욕시설, 건조대, 미용실, 간식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독핏코리아는 2018년 펫피트니스센터인 ‘파라독스 합정센터’를 오픈하면서 첫 시작을 알렸다. 2019년엔 논현동에 ‘독핏 웰니스센터’를 오픈했고, 코로나가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해 합정의 ‘파라독스 합정센터’ 인근에 강아지 유치원인 ‘독핏 케어센터’를 추가로 세웠다. 현재 1호점인 ‘파라독스 합정센터’는 사업을 줄이고 ‘독핏 웰니스센터’에서 전문 인력 양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양육가구 ‘펫팸(Pet Family)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땅집고는 최승애 독핏코리아 대표를 만나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든 배경과 비전, 성공 요건에 대해 물었다.
-어쩌다 펫 관련 사업을 시작했는지.
“원래 대기업 문화콘텐츠 사업 관련 부서에 있으면서 공연기획 일을 7~8년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연극배우인 남편과 사업 구상을 했었다. 남편도 직업 특성상 세컨드 잡을 찾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딩크족인 저희 부부가 키우던 강아지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유전병 때문에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한 살 밖에 안 돼서 수술할 필요는 없고 운동을 시켜야 하는데 강아지 운동법은 알려진 바가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 그러다 주변을 보니 우리처럼 강아지 건강 관리나 운동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키우는 강아지를 위해서 본격적으로 미국으로 가서 강아지 운동 분야를 공부하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왜 하필 합정, 강남 지역을 택했나.
“사업이 맨 처음 태동한 곳은 일산의 작은 스튜디오다. 1대1 퍼스널트레이너를 했는데 공간이 좁아 가격 대비 서비스가 부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이면서 넓은 공간이 있는 합정으로 터를 옮겨 선진국처럼 단체 매너 훈련 등을 할 수 있는 펫 피트니스 공간을 구상했고 본격적으로 독핏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주거공간이 대부분 아파트 형태의 좁은 공간이다 보니, 펫 센터는 탁 트인 공간을 찾게 된다. 그러다 ‘펫 메카’인 강남으로 오게 됐다. 수도권이나 지방에서 오는 고객도 많기 때문에 이 분들이 방문하기 쉽도록 접근성도 고려해야 했다. 또 모든 펫 편의시설이 강남에 몰려 있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멀리서 온 분들도 강남 일대의 펫 병원, 미용실 등 관련 시설을 투어하는 트렌드가 생겼다.”
-주로 어떤 고객층이 찾아오나.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육아에서 은퇴한 중장년층이나 골드미스가 대표적인 큰 손으로 꼽힌다. 또 다른 부류는 30∙40대 딩크족이다. 딩크족은 자본력이 있는 이 두 부류와 달리 자기에게 쓸 돈을 아껴서 강아지에게 쓴다. 강아지를 아이 키우듯이 키우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면서 이런 세상에서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들은 좋은 서비스가 생기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딩크족 고객들은 전국 각지에서 온다. 심지어 동대구역에서 KTX를 타고 일주일에 한 번 오는 분도 계실 정도다.”
-펫 시장의 성장 속도는 어떤가.
“이른바 ‘펫코노미’(펫+이코노미)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 약 5년 전만 해도 펫 관련 서비스 시설은 훈련소나 동물병원이 다였다. 훈련소는 대부분 수도권 변두리에 있고, 도심에 있는 병원에서 사료나 장난감, 미용 등을 해결했다. 그게 한국의 펫 시장 1세대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도심에서의 펫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다. 반려동물 정서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유치원 등 서비스가 우후죽순 늘었다. 강남 일대에만 20곳이 넘는 강아지 유치원이나 센터가 있을 정도다.
-시장 규모가 얼마나 커질 것으로 예상하나.
“2018년에만 해도 사료나 병원비 등 한 사람이 펫에 쓰는 월 지출액은 평균 10만원 대였는데 지금은 30만원이 넘는다. 5년도 안 돼 3배가 늘었다. 여기에 강아지 유치원, 피트니스 등 서비스까지 이용하면 평균에서 10배 더 늘어난다. 오죽하면 펫 택스(세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가 됐겠나.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시장이 2년치분을 몰아서 성장했다. 2020년 어린 강아지를 대상으로 하는 퍼피클래스는 늘 만석이었을 정도다. 사람 기대 수명이 100세로 늘었듯 강아지 수명도 25세까지 늘었다. 사람들이 강아지 등 펫을 계속 키우는 이상 이 시장은 앞으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한다면.
“서울 중심부는 이미 GS리테일·롯데·신세계 등 대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는 레드오션이다. 그래서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기 전인 수도권 신도시 생활권을 노려보면 좋다. 신도시 중에서도 아파트 대단지나 대기업, 산업단지 등 대형 업무시설이 있는 곳은 아직 기회가 많다. 다만 도심에 펫 시설을 차리려면 소음 등 민원을 고려해서 차리는 것이 좋다. 강아지 유치원 평수는 작으면 40~50평에서 크면 80평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초기 비용은 수도권의 경우 최소 1억원은 있어야 한다. 보증금 5000만원에 인테리어 비용 5000만원 정도가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펫 시장에서는 꼭 알아야 하는 함정이 있다. 자격증이 필요 없어 아무나 차릴 수 있는 등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쉽게 들어왔다가 고생만 하고 폐업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럼에도 충분한 시장 조사를 거친 뒤 생명에 대한 사명감으로 중무장한다면 펫 시장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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