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14 08:11 | 수정 : 2022.10.14 15:26
[땅집고] “국내 미술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장년층에서 청년층으로 옮겨가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경제 상황 때문에 작년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컬렉터들에게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 코로나가 바꿔놓은 국내 미술시장…MZ세대 영컬렉터 주류로 등장
국내 대표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의 정태희 경매사는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새롭게 태어났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미술시장은 일부 부호들만이 누리는 사치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오프라인 위주였던 미술시장이 온라인 기반으로 변화했고, 그 변화가 MZ세대로 구성된 영컬렉터들을 끌어들였다.
정 경매사는 “고가 작품이나 메이저 갤러리에서 다루던 작가들 작품의 순환은 축소됐지만, 반대로 온라인을 통해 유입된 젊은 컬렉터에 의해 중저가나 해외 영아티스트들이 시장에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심리적 흐름은 저금리 기조 속 유동성 확대와 맞물려 국내 미술시장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2020년까지만 해도 3000억원 대였던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작년 9000억원대까지 뛰었다”고 덧붙였다.
컬렉터층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글로벌화됐다. 그동안 국내 미술시장은 국내 미술품에 한정돼 폐쇄적이었으나, 해외 경험이 많아 안목이 높은 MZ세대가 유입되면서 시장이 트렌디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해외 미술시장도 한국을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정 경매사는 “새로운 컬렉터 층의 확장으로 젊은 컬렉터들이 원하는 해외갤러리가 작년까지 한남동∙청담동∙성수동 등 서울에 많이 들어왔다”며 “한국 미술시장은 더 이상 국내 기반이 아니라 홍콩∙런던∙뉴욕처럼 글로벌 미술시장 같은 분위기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정 경매사는 미술시장도 어쩔 수 없이 경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술품 가격이 하향세로 갈 경우가 컬렉터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시장이 안 좋을 때는 오히려 경쟁자가 없어 저렴한 금액에 좋은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며 “또한 전시 판매가가 경매가보다 비싸 갭이 큰 작가를 눈여겨보면 좋다”고 했다.
■ “미술품 NFT, 단순 컬렉팅 뛰어넘어 차세대 SNS 역할할 것”
젊은 층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미술품 컬렉팅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도 최근 미술시장의 큰 변화다. 신보슬 토탈미술관 책임큐레이터는 “예전엔 유명작가만 모으거나 작품을 구매해도 각자의 수장고 창고에 숨겨두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컬렉터가 작품을 사면 인스타 등 SNS에 자랑하는 것이 대세”라면서 “투자 목적으로 미술품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미술품 소유가 하나의 문화가 되면서 일상에 녹아들고 있는 것도 분명한 트렌드”라고 말했다.
특히 미술품을 디지털화해서 소유권을 나눠 갖는 미술품 NFT 시장은 미술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NFT는 ‘복제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으로 고유의 가치를 지닌 가상자산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미술품 NFT 시장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그러나 신 큐레이터는 관심이 시들해진 지금이 미술품 NFT 시장에는 기회라고 말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투자나 투기 목적으로 시장이 비대해진 측면이 있고, 오히려 지금은 거품이 가라 앉아 다양한 실험이 일어나고 있고 가격도 내려갔기 때문이다. 신 큐레이터는 “디지털을 통한 미술시장은 앞으로 계속 확장할 것”이라며 “각 가정에 NFT 작품을 걸어둘 디스플레이 장치들이 보급되는 등 기술이 더 개발되면 미술품 NFT는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가 미술품 NFT를 미술시장의 차세대 주자로 확신하는 이유는 뭘까. 신 큐레이터는 미술품 NFT가 미술품 소장의 의미를 넘어서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SNS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 큐레이터는 “이제는 내가 가진 컬렉션을 전시하는 문화가 생겼다. 그걸 가장 잘 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SNS나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이라면서 “NFT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연대가 생기고, 커뮤니티가 생긴다. 이 주제가 단순 작품을 떠나 인권, 환경 등 이슈로 연결되면 하나의 단체로서 목소리를 낼 수도 있기 때문에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던 홍순명 작가는 고래 그림을 그린 뒤 91개 조각으로 NFT화했다. 한 조각을 살 때마다 고래가 죽어가는 등 환경 기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했으며,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동물복지단체 등에 기부되기도 했다.
또한 미술시장이 오프라인이 아닌 NFT를 통해 디지털화를 거치게 되면 미술품의 영역이 다양해질 수 있고, 이에 따른 투자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신 큐레이터는 “아주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의 영상 작품은 사고 싶어도 소장을 할 수 없으니 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작품이나 작품을 만드는 중간 과정을 NFT화하면 판매가 가능해진다”며 “작품의 영역이 확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큐레이터는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미술품 등 사치품에 바로 지갑을 열 수 있는 금액은 1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00만원까지 뛰었다고 한다”며 “눈이 높아진 젊은 세대들은 가치에 확신만 있다면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 트렌드를 읽어야 미술품 투자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트 재테크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선일보와 땅집고가 미술품 투자에 대한 기본 지식과 트렌드, 좋은 작품 고르는 법 등을 전하는 ‘미술품 투자의 시대 5기’ 과정을 11월 2일부터 운영한다. 현장 스터디 1회를 포함해 총 5회 강의로 최고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아트 컬렉터로 입문하려는 일반인 대상으로 미술품 시장에 대한 기초 지식과 안목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수강료는 100만원이며 선착순 20명 안팎 모집한다. 사전 예약하면 10만원 할인한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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