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14 08:00 | 수정 : 2022.10.14 09:50
[땅집고] “집 파느라 별 짓을 다해보네요. 부동산에 집 내놓으면 요즘은 1억~2억 낮게 불러야 하는 건 기본이고 집 보러 매수자 10명은 받아야 해요. 매일 대청소하고 대기타는데 그래도 안 팔립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에서 3%로 0.5%포인트 높이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렸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도 7%를 넘어 8%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자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한이 7%를 넘자, 보유한 집을 매도하려는 집주인이 급증했다. 빚이 많은 집주인에게 높은 이자는 발등의 불이다. 급한 불을 끄려면 집을 처분해야 하는데 별의별 수단을 동해도 집 팔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집이 팔리지 않자 전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늘고 있지만 전세시장도 꽁꽁 얼어붙기는 마찬가지다. 주택 시장이 어느 때보다 혹독한 빙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누가 집 보러 온다고? 꿈꾸는 중”…매수자 실종에 집주인들 ‘멘붕’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보통 6개월마다 바뀐다. 최근 기준금리가 올라 지난해 2.5%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 4억원(원리금균등분할상환)을 받은 차주는 앞으로 주담대 금리가 7%로 오를 경우 이자가 월 84만원에서 233만원으로 149만원 더 내야 한다.
가중되는 빚 부담에 집을 처분하려는 집주인이 늘고 있지만 최악의 거래 한파에 속수무책인 상황.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을 내놓거나, 팔았다고 하는 집주인 경험담이 올라오고 있다. 한 집주인은 “1억원 넘게 낮췄는데 2주 만에 겨우 매수자가 집보러 온다, 제발 사주시라”고 했다. 그밖에도 “매수자가 집 보러 온다고 했는데 ‘노쇼’한다”, “도대체 매수자는 어딨나, 한 번이라도 구경해보고 싶다”, “클래식 음악 틀어놓고 디퓨저도 풀 가동했다”, “집에 소주나 막걸리를 뿌려놓으면 집이 팔린다더라”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심지어 매수자가 집을 보러온다는 한 집주인 게시글 댓글에 “꿈꾸는 중”이란 내용의 댓글도 여러 개 달렸다.
집이 안팔려 전세로 돌려보지만 전세시장도 거래가 얼어붙었다. 전세도 매물 급증으로 가격이 하락세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최 모씨는 “세입자가 3개월째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속이 탄다”고 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6만1715건으로 한 달 전(5만7669건)보다 7% 증가했다. 전세 매물 역시 한 달 전(3만4750건)보다 27.9% 증가해 4만4469건을 기록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84㎡ 전세금은 올 초 11억원대였는데 올해 9~10월 8억원대로 하락했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계약갱신청구권, 상생임대인 제도 등으로 재계약하려는 집주인도 많고, 금리 인상으로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아 매물이 쌓이고 있다”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낮춰주면서 재계약하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금리 인상 여파…“하반기 급매물 늘고 집값 더 하락”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여파로 올 하반기 집값이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 속도가 부동산 시장의 모든 상황을 압도할만큼 가파르기 때문에 일단 부채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격을 낮춰 팔든, 전세를 주든, 가족과 합가하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리 인상 여파로 급매물이 하반기에는 더 쏟아져나오면서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을 팔기도 어렵고, 매수자도 새 집을 구입하거나 더 나은 집으로 이사가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이미 내 집 마련을 하고 부채를 줄여온 경우가 아닌 이상, 서민들은 늘어난 주거비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집주인이 매물을 더 낮은 가격에 내놓아도 매수자가 쉽게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거래 절벽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급하게 팔아야 하는 집주인이 파격적으로 낮추는 매물이 더 나오겠지만 대세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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