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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20%만 돼도 감사할 정도"…분양시장 덮친 '초양극화'

    입력 : 2022.10.12 07:53 | 수정 : 2022.10.12 07:56

    [땅집고] 최근 전국 곳곳에 분양하는 새아파트 단지마다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땅집고] “솔직히 청약경쟁률이 1대 1 넘는 것은 고사하고, 최초 계약률이 20%만 되어도 감사해야 할 정도다.”

    지방 중소도시에 1000여가구 규모 대단지 분양을 앞두고 있던 대형건설사 관계자에게 청약 전망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이랬다.

    전국의 새아파트 분양 시장 분위기가 양극으로 치닫고 있다. 높은 금리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수요자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이른바 ‘돈 될 만한 곳’으로만 몰리는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을 불문하고 브랜드 아파트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신축 단지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수도권 비인기지역이나 지방에선 청약 미달로 미분양된 새아파트가 쌓여가고 있는 추세다.

    집값이 상승세였던 지난 4년여 동안은 서울 및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 중소도시에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집값이 인근 시세에 맞춰 오르면서 차익을 볼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 그야말로 ‘청약 광풍’이 일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가 꺾인데 이어 금리마저 뛰자 분양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통상 가을이 분양 성수기로 꼽히는데도 건설사마다 “서울 등 웬만한 인기 지역이 아니라면 청약 흥행을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분양시장 ‘돈 될 만한 곳’만 몰린다

    DL이앤씨가 경남 김해시 주촌면에 짓는 ‘e편한세상 주촌 더프리미어’는 지난달 중순 평균 3.99대 1의 경쟁률로 청약 접수를 마쳤다. 84㎡A·B, 99㎡A·B, 115㎡A·B 등 6개 타입 모두 미달된 물량 없이 고른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김해시 주거 중심축에 들어선 브랜드 단지, 비규제지역으로 낮은 진입장벽, 합리적인 분양가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이 강원 원주시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원주 레스티지’도 지난달 특별공급을 제외한 799가구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5.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원 아이파크 시티 10단지’는 10.3대 1, 현대엔지니어링이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에 짓는 ‘힐스테이트 월산’은 평균 6.2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땅집고] 올해 줄줄이 미분양을 겪고 있는 새아파트 목록. /이지은 기자

    반면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선 새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미분양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집값 상승기 때 청약시장 과열로 전국 분양 단지마다 완판되는 것을 확인한 건설사들이 비인기지역 내 새아파트 부지를 대거 확보해뒀는데, 올해 들어서는 청약 열기가 한 풀 꺾이면서 분양 물량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올해 비인기지역 분양에 나선 건설사마다 청약 성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충북 음성군에 분양한 ‘음성 푸르지오 마크베르’는 총 642가구를 분양하는데 53명만 청약해, 전체 물량의 90% 이상이 미분양됐다. 동아건설산업이 경북 칠곡에 분양한 ‘우방아이유쉘 유라밸’은 총 305가구 중 36명 청약 접수에 그쳤고, 금호건설이 충북 옥천군에 공급한 ‘옥천역 금호어울림 더퍼스트’ 역시 499가구를 모집하는 데 136명만 청약하면서 줄줄이 미분양 사태를 겪었다.

    ■“완판될 만한 새 아파트에 수요 쏠림현상…지금이 정상적”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거치는 시기일수록 청약 양극화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이 급냉하면서 ‘새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무조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도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이 커진 것도 ‘핵심 입지에 들어서는 유망 단지가 아니라면 비싼 분양가와 대출이자를 감당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에 불을 지폈다는 설명이다.

    [땅집고] 분양가가 너무 비싸게 책정돼 미분양 단지로 남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뉴스1

    서울에서도 비인기지역에 분양하거나 분양가가 너무 비싼 단지들은 집주인을 찾기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한화건설이 올해 3월 강북구 미아동에 분양한 ‘한화 포레나 미아’의 경우 34평(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11억5000만원으로 인근 대장주 실거래가 대비 1억원 이상 비싸,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무순위 청약을 4차례나 진행했다. 서울 입지지만 분양가가 높은 탓에 차익을 거둘 확률이 적은 단지로 인식되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땅집고 자문단은 “집값 조정기에 실수요자들이 섣불리 내 집 마련하는 것을 꺼리는 심리가 새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당분간 분양가·입지·상품성 등에 따라 새아파트 청약 성적이 확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달리 생각하면 투기성 성격을 띤 수요가 유입되면서 소외지역 아파트까지 다 팔려나가던 지난 청약 과열 시기가 비정상적이고, 완판될 만한 새아파트에만 수요가 쏠리는 현재의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해석해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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