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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여 창업했는데…컨셉부터 메뉴까지 싹 도둑맞았어요"

    입력 : 2022.10.06 13:41 | 수정 : 2022.10.06 14:12

    [땅집고] 유튜버 '수수자매'가 서울에 운영 중인 카페 '트위그'의 매장 인테리어 및 메뉴(왼쪽)와, 전북 전주시의 'OO 푸르다' 카페 매장 및 인테리어(오른쪽)이 유사하다. /수수자매 유튜브 캡쳐

    [땅집고] “구독자분들께 ‘프랜차이즈 사업 하시냐’는 질문을 여럿 받고 깜짝 놀랐는데, 저희 카페와 같은 매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정말 비슷했어요. 인테리어, 메뉴, 패키지 디자인, 하다 못해 접시와 컵까지…”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카페 ‘트위그’를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 ‘수수자매’가 최근 한 달여 동안 소식이 끊겨 궁금증을 자아냈다. 두 자매는 여유롭지 못한 환경에서 전문가 도움없이 오로지 발품만으로 카페 트위그를 창업했고, 자신들과 비슷한 조건에서 카페를 창업하려는 사람들을 돕고자 카페 문을 열기까지 과정을 유튜브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올리면서 구독자 3만7000여명을 모았다.

    [땅집고] 유튜버 '수수자매'의 카페 '트위그'와 비슷한 인테리어 및 메뉴를 가진 카페가 생겼다고 제보하는 구독자들. /수수자매 유튜브 캡쳐

    9월 초에야 공개된 새 영상에서 수수자매는 그동안 잠적했던 이유에 대해 “그동안 저희 카페와 인테리어·컨셉·메뉴 등이 비슷한 카페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며 “별 거 아닌 일이라고, 그냥 잊고 넘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직접 카페를 꾸렸던 저희 자매는 한동안 번아웃이 와서 유튜브 업로드는 둘째 치고 매장 운영에도 제대로 신경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구독자들이 ‘수수자매의 트위그와 너무 비슷하다’고 제보했던 매장은 바로 전북 전주시에 문을 연 ‘○○ 푸르다’ 카페다. 실제로 두 매장은 우드톤 위주로 인테리어한 내외부 모습이 매우 비슷할 뿐 아니라, 판매하는 샌드위치 메뉴 구성까지 똑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구독자들은 “진짜 체인점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다. 공들여서 고안해낸 인테리어 콘셉트인데 허락 없이 이렇게까지 베껴도 되느냐”, “인테리어, 커피 및 샌드위치 메뉴까지 다 카피하다니 너무 비도덕적이다. 법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는 등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남의 가게 상표·인테리어 무단 사용하면 ‘부정경쟁행위법’ 위반

    현행법은 특정 매장의 상표·상호·포장·인테리어 등을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사용해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 혹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라고 보고 있다. 만약 법원이 부정경쟁행위라고 인정하는 경우, 피해자는 표절 가해자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땅집고] 서울역사 내 '서울연인 단팥빵'(왼쪽)과 시청역사 내 '누이애 단팥빵'(오른쪽) 매장의 인테리어 및 메뉴 구성이 상당히 유사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실제로 남의 매장을 과도하게 표절했다가 법원의 철퇴가 내려진 사례도 있다. 2013년 5월 서울역사에 단팥빵을 주 메뉴로 하는 ‘서울연인 단팥빵’을 개업한 A씨가 겪은 실제 사례다. A씨는 개업 전 단팥빵으로 유명한 일본을 수 차례 방문해 각종 매장의 메뉴, 인테리어, 홍보물 디자인 등을 조사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하루 매출 1000만원이 넘는 인기 빵집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매장에서 일하던 직원 B씨가 퇴사한 뒤, 지하철로 불과 한 정거장 거리인 시청역사에 ‘누이애 단팥빵’ 매장을 개업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부정경쟁침해금지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서울연인 단팥빵’의 인테리어와 매대 배치 방식은 물론이고, 빵 모양까지도 비슷하게 만드는 등 브랜드 가치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이유였다. 서울고법은 “B씨가 상거래 관행에 반하는 방법으로 영업했으며, A씨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B씨는 A씨에게 손해배상금 5000만원을 지급하고, 간판과 매장 인테리어 등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B씨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땅집고] 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이차돌'이 후발주자 '일차돌'을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알렸다. /이차돌

    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이차돌’ 역시 후발주자 ‘일차돌’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을 제기해 올해 9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법원은 “앞으로 ‘일차돌’이라는 상호를 사용할 수 없고, 상호를 표시한 매장의 간판·웹사이트·포장지 등 역시 사용 불가하다”며 “일차돌이 이차돌에게 5억8000만원을 배상하고, 1·2심 소송비용도 90%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수수자매 승소 가능성은?…변호사들 “유명세·매출이 관건”

    그렇다면 유튜버 수수자매도 표절 시비가 붙은 모방 카페 점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승소할 수 있을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당연히 수수자매가 표절 카페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 자체를 제기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해당 유튜버가 구독자 수 3만7000여명으로 크게 유명하다고 할 수는 없어 승소 가능성이 100%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부정경쟁행위방지법 규정을 적용받으려면 보호받고자 하는 대상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로 인정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이때 법원은 브랜드 가치를 쌓을 때까지 소요된 시간·노력·비용은 물론이고 콘셉트의 창작성이나 인기도, 매출액 등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앞서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던 ‘서울연인 단팥빵’과 ‘이차돌’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매출액 역시 수억원대로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표절 매장으로 인한 피해가 커 승소 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땅집고 자문단은 “실제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브랜드 표절을 겪어 변호사를 찾았다가 상담과정에서 ‘승소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특히 상표명보다는 인테리어나 식음료 레시피가 표절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더 어려운 편”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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