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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다 텅텅 빈 집이에요" 대도시 부산도 인구소멸 속앓이

    입력 : 2022.10.05 08:03 | 수정 : 2022.10.05 09:35

    [땅집고] 지난 9월 30일 오전에 찾은 부산 동구 좌천동 소재 '좌천아파트' 모습. 올해로 준공된 지 61년차 아파트로 외관이 매우 낡은 모습이다. 외벽 곳곳에 금이가고 페인트칠이 뜯겨나가 있다./손희문 기자

    [땅집고] 30일 오전 부산 동구 좌천동. 좌천초등학교 정문 옆으로 난 좁은 골목을 따라 1분 정도를 오르자 방치되다시피 한 노후불량 주택들이 길 옆으로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곧바로 좌천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외벽은 페인트칠이 뜯겨 나가고 창문이 깨져 있는 데도 많았다. 외관 곳곳에는 새똥 흔적과 금이 간 자국들이 보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곰팡이가 보기 흉할 정도로 벽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고, 바닥엔 누가 할퀴고 간 듯 끊어진 전선과 쓰레기가 내팽개쳐져 있었다.

    좌천동에서 40년을 거주했다는 이혜자(77)씨는 “세대수가 300가구가 넘는 아파트인데 서서히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하더니 최근 1~2년 사이에 눈에 띄게 주민수가 줄었다. 눈대중으로 봐도 빈 집이 한두 군데가 아니고, 저녁에는 불 켜진 집을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며 “한 동(棟)이 80가구 정도인데 어떤 동에서는 13가구 밖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 (아파트가) 동네 흉물이 다 됐다”고 했다.

    [땅집고] 지난 9월 30일 오전에 찾은 부산 동구 좌천동 소재 '좌천아파트' 내부 모습. 한낮에도 동굴 속에 들어온 것처럼 어둡다./손희문 기자

    부산의 인구감소 현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닐정도로 심각하다. 지난해 감사원이 통계청 및 한국고용정보원 등과 함께 발표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시 평균 출산율(합계출산율 0.73)을 유지할 경우 부산 인구는 2017년 342만명에서 2047년 263만명으로 23.2% 줄어든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부산 인구의 자연감소 규모(8009명)는 지난해 같은 기간 (4421명)대비 1.8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환경이 열악해 부산에서도 인구유출의 가장 ‘약한 고리’로 꼽히는 동구와 서구, 영도구는 인구 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3곳은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인구 감소 지역’(소멸 대상 지역)으로 공식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영도구는 ▲2012년(12월 기준) 13만9765명 ▲2015년 12만9385명 ▲2017년 12만3521명 ▲2019년 11만6711명 ▲2021년 11만638명 등 지난 10년간 전체 인구의 약 21%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2012년 9만8529명→2021년 8만7679명)와 서구(2012년 12만828명→2021년 10만5164명) 역시 10년간 인구가 각각 11.1%, 13%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부산시 전체 인구수 (2012년 353만8484명→2021년 335만380명)가 5.4% 줄어든 것에 비해 큰 폭이다.

    [땅집고] 지난 9월 30일 오전에 찾은 부산 동구 좌천동에서 현지 주민 이혜자(77)씨가 동네에 있는 빈 집들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모습./손희문 기자

    현지 주민들은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정숙(66) 좌천동 21통장은 “동네에서도 한 집 걸러 한 집이 비는 현상이 더욱 눈에 띄고 정부 지원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체감되지 않고 있어 걱정이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좌천동 김현규 서린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동구 좌천동과 수정동의 인구 소멸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수정아파트는 물론 다세대·다가구 주택 모두 거주자 없는 빈집이 매물로 나와 주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10년 새 부산인구 5.4% 감소…동구·서구·영도구, 11~21% ‘뚝’

    지역 행정기관에서는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고 있을까.

    부산시와 동구는 도심 공동화로 인구가 소멸하고 있는 원도심지역의 인구 유출은 일정부분 구조적으로 막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인구가 줄어드는 ‘축소사회’를 인정하되, 이에따른 보완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 동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정부와 부산시가 구상한 ‘지역 맞춤형 인구종합대책’에 대응해 동구에서는 인구 소멸 방지 대책으로서 창업 활성화, 일·생활 균형 인프라 조성, 외국인·다문화 계층 등의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땅집고] 부산 동구 좌천동 원도심 일대 모습. 산복도로를 끼고 노후 불량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다./손희문 기자

    ■ 전문가들 “주거환경 개선하고 좋은 일자리로 인구 유출 막아야”

    전문가들은 부산 원도심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더불어 지역 인재의 수도권 이탈을 막을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원도심은 신도시에 비해 교통이 편리하고 인프라가 갖춰져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도심에 재개발과 개발형 도시재생 등을 적극 도입해 주거환경 개선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면 젊은 층의 선입견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민간사업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집을 공급하는 등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은 “인구와 지방 소멸 문제의 본질은 일자리 문제로 진단할 수 있다. 대기업 본사와 공공기관 등 소위 ‘좋은 일자리’를 지역에 더 많이 유치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하고, 기존에 있는 중소기업 등의 고용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기본”이라며 “아울러 지역 대학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공공과 민간 연구소를 유치하면서 지역 특화 맞춤 일자리 정책이 동반되어야 인구 소멸로 겪게 될 리스크도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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