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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대장동 사태" 말 많더니…쑥대밭 된 의왕도공

    입력 : 2022.10.04 07:50 | 수정 : 2022.11.02 09:28

    [땅집고]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개발 비리 의혹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의왕도시공사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공사 사장이 공석인 가운데 후임 사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돌연 자진 사퇴했다. 전 의왕도시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김성제 현 의왕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에는 백운밸리 개발사업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대장동이라 불리는 백운밸리 개발사업을 주도한 의왕도시공사가 역풍을 맞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관련기사 : "제2의 대장동"…백운밸리 석연찮은 수천억 배당금 잔치판

    [땅집고] 2019년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일대 전경. 입주민들은 사업시행자가 아파트만 짓고 기반시설은 짓지 않고 있다며 불편함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왕백운PFV 홈페이지


    ■의왕시 산하기관인 도시공사 간부가 시장 고발

    신대식 전 의왕도시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이달 초 수원지검에 김성제 의왕시장 외 4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발했다. 신 전 대행은 김성제 시장의 부당한 인사 지시를 거부하다 보직 해임을 당하면서 일반 팀원급으로 좌천당했다고 주장한다. 산하기관 간부가 현직 시장을 고발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백운밸리 사업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고발건은 백운밸리사업 자산관리사인 의왕백운AMC 인사(人事)와 관련이 있다. 백운밸리PFV 사업 주주협약서에 따르면, 백운AMC 대표이사·이사 지명 권한은 의왕도시공사 사장에게 있다. 김성제 시장은 당선 후 인수위 때부터 이성훈 전 의왕도시공사 사장과 최경수 전 의왕도시공사 개발실장을 각각 의왕백운AMC 대표이사와 본부장으로 임명하라고 의왕도시공사를 압박했다. 두 사람은 김 시장의 최측근 인사다.

    당시 신 전 사장 대행은 이성훈, 최경수 두 사람이 의왕도시공사 재직 당시 감사원 감사에서 중대한 비위혐의를 지적받고 공사에서 해임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임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김성제 시장 당선인 인수위 측에 전달했다.

    실제 감사원은 2017년과 2020년 감사를 통해 ▲도시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금융사에 금융수수료 315억원 과다 지급 ▲관련 법이 금지한 미분양부지 매입확약(7820억원 규모) ▲페이퍼컴퍼니나 다름 없는 회사를 아파트 분양대행업체로 선정해, 가구당 360만원 수준의 고가 계약을 체결해 특혜를 준 점 등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그 책임을 물어 이 사장에게는 공직 후보자 등의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고, 최 실장에게는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냈었다.

    신 전 대행은 “백운밸리 사업을 총괄해 감사 지적을 받았던 인물들이 해당 사업을 다시 시행하는 것은 감사 징계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법무법인 3곳에도 법률자문을 요청한 결과, 이들을 의왕백운AMC 사장과 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의왕도시공사의 주의 의무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왕시는 신 전 대행의 의견을 묵살하고 인사를 강행했다. 의왕시 관계자는 “사장이 아닌 직무대행자가 변호사 자문을 토대로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고, 신 전 대행의 김성제 시장 검찰 고발과 관련해서는 “시 차원에서 해명할 부분은 없다”고 했다.

    의왕시는 신 전 대행을 상대로 특별감사를 추진했으나 그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보직 해임을 했다는 점도 논란이다. 의왕도시공사 관계자는 “본인과 상의를 했으나 결과를 받아들이는 측면에서 관점이 달랐던 것 같다”며 “본인은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규정대로 인사를 냈을 뿐이라 부당한 조치는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다.

    ■시장 측근인 의왕도시공사 사장 후보자 자진사퇴…왜?

    이런 와중에 김태정 의왕도시공사 사장 후보자가 지난달 23일 자진사퇴했다. 19일 치뤄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의힘 3명, 더불어민주당 3명 등으로 이루어진 시의원 6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5명이 의왕도시공사 사장으로 부적격하다며 부결 의사를 표시했다.

    시의회가 반대하더라도 김성제 시장이 인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으나 김 후보자가 돌연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그 배경엔 백운밸리 개발사업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시의원들이 백운밸리 사업 과정에서의 배당금 지급 의혹, 종합병원 유치 계획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종합병원 유치를 희망하는 백운밸리 입주민들은 백운밸리 개발사업 전반에 대한 진상 규명과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땅집고] 최근 의왕도시공사 사장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김태정 전 시흥시 부시장(왼쪽). 김성제 의왕시장(오른쪽)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의왕도시공사는 10월 시의회 정례회의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중요한 일정을 사장이 공석인 가운데 치러야 한다. 시 안팎에서는 공사 사장 임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기 공사 사장은 김 시장의 공약을 이행해야 하고, 백운밸리사업을 비롯한 도시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어야 한다. 게다가 백운밸리 개발사업과 관련한 검찰 고발 건과 감사원 감사 등의 사태도 수습해야 할 임무를 맡아야 한다. 의왕시 관계자는 “의왕도시공사에 일단 사장 후보자를 재추천했다”며 “오매기 지구 사업, 왕곡 도시개발 등 의왕도시공사가 추진해야 할 사업들이 산적해 있으나 백운밸리 사업 논란이 커지고 있어 마땅한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박기홍·이지은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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