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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하다 하다 "전세 계약하면 샤넬백 드려요~"

    입력 : 2022.10.04 07:21 | 수정 : 2022.10.04 10:53

    [땅집고] 충남 천안시 '천안불당지웰푸르지오' 34평 집주인이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으면서 세입자에게 '샤넬백'을 증정하겠다는 글을 올려 화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땅집고] “전세 계약하시면 ‘샤넬 정품백’ 드려요 *^_^*.”

    최근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전세 세입자 모집 글이 화제다. 글을 쓴 A씨는 충남 천안시에서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통하는 불당동의 ‘천안불당지웰푸르지오’ 34평(전용 84㎡) 아파트를 전세 매물로 내놨다고 했다. 2016년 입주한 중층 남서향 신축 아파트로 오는 12월 말 입주 가능하며, 보증금은 4억5000만원이다.

    눈길을 끈 대목은 A씨가 전세 세입자에게 명품인 ‘샤넬백’을 증정하겠다고 한 점이다. A씨는 “전세 계약하시면 샤넬 클래식 캐비어 라지 정품백 드려요”라며 선물 박스에 포장된 샤넬백 사진까지 첨부했다. 샤넬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이 가방 정가는 현재 1335만원이다. 최근 명품 소비가 늘면서 ‘샤테크’(샤넬 브랜드의 인기 제품을 사들인 뒤 웃돈을 붙여 파는 투자법)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렵다고 꼽히는 상품인데, A씨가 전세 세입자에게 이 가방을 무료로 주겠다고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요즘 집주인들이 전세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더니, 이 정도는 해줘야 전세가 나가나보다”는 등의 반응들을 쏟아내고 있다.

    [땅집고] 천안불당지웰푸르지오 34평 아파트 과거 전세 실거래가와 최근 전세보증금 호가 비교. /이지은 기자

    실제로 A씨가 전세로 내놓은 ‘천안불당지웰푸르지오’ 84㎡는 지난해 1월 4억9000만원(2층)에 전세 계약된 데 이어, 올해 3월까지만 해도 5억5500만원(16층)에도 전세 세입자를 찾을 수 있었던 아파트다. 그런데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올 초 보다 6000만~1억7000만원 낮은 3억8000만~4억3000만원에 등록된 매물이 수두룩하다. 집주인마다 세입자 찾기가 어려워 보증금을 확 낮춘 탓인데, A씨의 경우 ‘샤넬백 증정’이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A씨 사례를 접한 전문가들은 ‘그야말로 역전세난이 불러온 진풍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역전세난이란 전셋집 물량에 비해 전세 수요가 적어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말한다.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금리까지 오르자, 전세보증금 대출을 받았다가 대출이자가 계속 불어나 가계에 부담을 겪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 이에 최소 2년간은 월세를 고정적으로 내는 것이 유리해져, 전세 매물 인기가 확 식어버린 것.

    [땅집고]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세입자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조선DB

    이에 전세 세입자를 못 찾은 집주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년여 동안은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전셋값도 동반 상승하는 ‘불장’ 시기라 집주인 우위 시장이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역전돼 세입자를 받들어모셔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만약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임대차계약 만료로 퇴거하는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심각한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이에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전세보증금 호가를 낮추며 세입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어 전세 시세가 계속해서 곤두박질 치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역전세난 현상은 새아파트 입주가 집중된 지역에서 더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 검단신도시다. 이 곳에는 지난 6월부터 ‘왕릉뷰 아파트’로 화제가 됐던 ‘대광로제비앙’(735가구)과 ‘예미지트리플에듀’(1249가구)가 입주를 마친 데 이어 ‘검단파라곤센트럴파크’(1122가구), ‘디에트리더힐’(1417가구) 등 총 4500여가구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중이다.

    이에 검단신도시 일대 아파트마다 전세가가 급락하고 있다. 전용 84㎡를 기준으로 ‘예미지트리플에듀’ 는 입주 초기인 지난 6월 3억2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지난 9월에는 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디에트르더힐’은 급전세로 1억9000만원짜리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신도시 신축 30평대인데도 전세보증금이 2억원 미만이라 수도권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땅집고] 검단신도시 신축 30평대 아파트 전세 매물이 1억9000만원에 나와있다./네이버 부동산 캡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보통 보증금 1억원당 30만원으로 계산하는데, 금리는 언제 내려갈지 모르지만 월세는 최소한 최초 임대차계약 기간인 2년 동안은 고정돼있기 때문에 월세가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세입자들이 많다”며 “이에 월세 매물을 찾는 세입자들은 제법 있는 반면 전세 매물은 찬밥 신세가 된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보증금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처럼 주택 거래가 얼어붙은 시장 빙하기에는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큰 영향을 받게 돼있는데,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 세입자를 어떻게든 구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 조정 장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심형석 미국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아파트 입주를 해야 하는데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역대급 거래절벽으로 당분간 해결되기 힘든 상황이라, 입주가 집중되는 지역의 경우 역전세난 우려가 훨씬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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