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03 09:51 | 수정 : 2022.10.03 13:44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가 되려면 ‘MZ세대’를 공략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구매력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마케팅 사각지대에 있던 젊은층이 상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른 것이다. 땅집고가 MZ세대를 사로잡은 창업주들을 직접 만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본다.
[MZ세대 움직인 창업의 비밀] ⑤라현진 이태원 아노브피자 대표 “유행 타지 않는 업종은 상권 잘 따져야”
서울지하철 4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를 나와 첫 번째 골목인 퀴논길을 따라 3분가량 걸어가면 흰 바탕에 빨간 글씨로 써진 피자 가게를 만날 수 있다. ‘ANOV PIZZA’(아노브 피자)다.
지난 30일 오후 아노브 피자를 찾았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었지만, 매장 내 테이블 10개 중 4개가 차 있어 주방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구성은 제각각이었지만, 대체로 20대로 보이는 청년들이 피자를 먹으며 신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노브피자는 젊은층에게 사랑받는 피자가게다. 총 6종으로 구성된 피자 13인치 레귤러 한 사이즈만 판매한다. 피자 가격은 2만2000원~2만4000원으로 꽤 비싼 편이지만, 20대 학생층이 주요 방문객 중 하나다. 기본 피자 외에도 특색 있는 화이트트러플머쉬룸, 똠양꿍 피자 등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퓨전 피자라고 할 수 있지만, 고객 10명 중 한두 명은 서양인 고객일 정도로 글로벌 입맛을 사로잡았다.
아노브 피자는 30평 규모의 이태원 본점과 60평 규모의 연남동 지점을 운영 중이다. 최근엔 전혀 다른 컨셉인 코너피자를 이태원 대로변에 론칭한 상태다. 아노브 피자 이태원 본점과 연남동 지점 월 매출은 각각 1억원에 조금 못 미친다. 양쪽 모두 임대료가 300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라 만만하게 볼 매출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코너피자는 월 매출이 4000만원 정도다. 이 또한 건물 밖에서 서서 먹는 컨셉이고, 매장 규모가 적은 점을 감안하면 마진율이 높은 편이다. 땅집고가 라현진(40) 아노브 피자 대표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어쩌다 피자집을 차리게 됐나.
“일본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살다 왔다. 2014년에 전공을 살려서 한남동 일대에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것이 ‘아노브 피자’의 전신이다. 작업실 겸 쇼룸으로 쓰면서 한쪽 공간에 공연을 여는 카페와 바를 만들었다. 당시 한국에는 거의 없던 루프탑도 있었다. 그 공간과 어울리는 음식을 찾다가 피자를 내놨는데 반응이 뜨거웠고, 대박이 났다. 그 길로 2018년부터 피자 전문 매장을 열게 됐다. 아노브 매장은 후미진 골목의 한남동 낡은 건물에서 본점을 차린 이후 연남동에 2호점을 열었다. 지금 이태원 본점은 한남동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이다.”
-외국인이 많고 맛집 경쟁이 치열한 이태원에서 피자 가게를 연 이유가 궁금한데.
“외국인이 많은 지역에서 인정받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인정받는 느낌이라 도전했다. 그래야 다른 지점을 내도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다. 기왕이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만 현지식으로 제대로 하면 한국인 입맛에는 짤 수가 있어서 대중성 잡기를 목표로 했다. 도우부터 토핑까지 수제로 만드는 장인 정신을 지켰다. 결국 맛있으면 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유달리 젊은층의 방문 비율이 높다. MZ세대를 사로잡은 비결이 있다면.
“MZ세대를 보면 놀랄 정도로 문화 소비 수준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20대 학생들이 값싼 음식을 찾았다. 지금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제대로 만든, 맛있는 음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문화를 받아들이는 폭도 커졌다. 코너피자의 경우 서서 먹는 피자여서 거부감이 있을 법도 한데 거리낌이 없다. 외국인들과 뒤섞여서 서서 먹거나 맨땅에 앉아서 먹으면서 ‘미국 같다’며 좋아한다. 요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어떻게 하면 관심을 끌까 신경쓰는 곳들이 많다고 하는데, 결국은 맛이 보장돼야 사람들이 찾는다는 생각이 든다.”
-향후 사업 확장 계획이 있나.
“아노브 피자는 모든 매장에 기본적으로 6개의 기본 메뉴가 들어간다. 그리고 지점에만 있는 특이한 스페셜 메뉴를 하나씩 추가해서 총 7개 피자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 예가 연남동 지점의 똠양꿍 피자다. 중국∙동남아 맛집이 많은 연남동 특성을 반영했다. 본점도 이태원 지역과 어울리는 크림을 메인으로 한 메뉴를 개발 중이다. 내년 봄에서 여름 사이에 성수동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고, 압구정에도 지점을 알아보고 있다. 언제가는 피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요식업, 갤러리 등도 구상하고 있다. ”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한다면.
“어떤 업종을 하느냐에 따라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반짝 인기가 있는 업종이면 상권 분석을 하지 않아도 SNS를 타고 찾아온다. 하지만 피자 같이 유행을 타지 않는 업종을 하려면 상권 분석과 다른 지점에 대한 분석이 꼭 필요하다. 아무리 상권이 죽었다고 해도 메인 상권의 파워는 다르다. 아노브 피자도 본점 한남동 외진 곳에 있을 때보다 이태원 메인 길에 오니 방문객 수가 다르다.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소비자들은 보수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피자를 먹으러 왔는데 특이한 메뉴만 있으면 그 가게는 가끔만 먹으러 간다.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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