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01 08:28
[땅집고]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거래 실종’의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3개월 연속 월 평균 아파트 거래량이 1000건 이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역대 최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환위기급 부동산 거래 마비로 매매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공인중개업소의 줄폐업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0일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69건을 기록했다. 9월은 아직 신고기한이 남아있지만 지난 한 달간 매매 거래량이 300건을 넘지 못해 7월(643건)과 8월(659건)에 이어 3개월 연속 1000건 이하를 기록한 공산이 커졌다. 지난 7월 643건은 2006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다. 현 추세라면 9월 거래량이 7월 보다도 훨씬 못할 가능성도 높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9월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21건을 기록한 성북구다. ▲강남 10건 ▲서초 10건 ▲송파 9건 ▲용산 9건 등을 포함해 16개 자치구의 아파트 거래량이 10건 이하를 기록했다. 가장 적은 곳은 강북구로 2건이다.
거래 자체가 씨가 마르자 문을 닫는 공인중개업소들도 줄을 잇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8월 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994개로, 월 1000건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신규개업 건수(906건)를 처음으로 역전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시세보다 가격을 훨씬 낮춘 급매도 안 팔리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폐업이나 휴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절벽의 장기화로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을 내놓은 중개인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개사분들이 당장 어렵다고 폐업하지는 않는다”며 “참고 버티다 결국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때 폐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19% 하락해 부동산원이 아파트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12년 5월 7일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지난주 -0.17%보다 낙폭이 커졌고 주간 단위로 18주 연속 약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업계 전반이 침체 위기에 처하자 다주택자 세금 규제, 고가주택 대출 완화 등 시장 수요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매매거래 실종 사태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이 금리상승에 있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가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어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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