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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떡볶이만 먹으러 와요~"…2030 들끓는 '힙당동'

    입력 : 2022.09.30 13:17

    [땅집고]신당역 일대 상권이 된 '힙당동'. 옷가게 '소프트캐비닛'과 마주보고 있는 베이커리 겸 카페 '심세정'에 젊은 여성들이 마주 앉아 대화를 즐기고 있다. /박기람 기자

    [땅집고] “요즘 을지로나 성수동 다음으로 신당동이 뜨고 있다고 해서 퇴근하고 친구랑 와봤어요.”(30대 직장인 이모씨)

    23일 늦은 오후 찾은 서울지하철 2∙6호선 신당역 일대. 영업 준비가 한창인 중앙시장과 문을 닫고 있는 허름한 시장 상점 사이로 한껏 멋을 낸 20∙30대들이 물밀듯이 들어선다. 오래된 시장 골목 사이사이에 있는 ‘힙’한 칵테일바, 베이커리, 카페가 이들의 목적지다.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식당 대기 줄에 서 있는 젊은이들과 퇴근하는 주변 상인들이 한데 뒤섞이는 모습이 초기 성수동이나 을지로 상권을 연상케 했다.

    [땅집고]서울지하철 2·6호선 신당역 사이에 형성된 '힙당동' 상권. 핑크색은 일반상업지구, 노란색은 제2종일반주거지역이다./박기람 기자


    ■‘떡볶이 골목’ 신당동은 잊어라…힙지로 잇는 힙당동으로 급부상

    서울 중구 신당동 일대가 새로운 뉴트로(신 복고) 핫플레이스로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신당동 상권은 과거 ‘떡볶이 골목’에 머물렀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골목 곳곳에 세련된 카페, 베이커리, 식당 등이 들어서며 20∙30대 젊은 세대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금은 ‘힙당동’(힙+신당동)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가장 트렌디한 지역 중 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힙당동을 일으킨 건 신당역 1번 출구와 12번 출구 사이에 있는 골목길이다. 2017년 베이커리 ‘심세정’이 처음으로 문을 연 이후, 칵테일바 ‘주신당’, 식당 ‘하니칼국수’ 등 신당동 대표 가게들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신당동이 뜬다는 얘기는 5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하다가 약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붐이 일었다. 인스타그램에 ‘힙당동’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만 1000개가 넘는다.

    [땅집고]인스타그램에 '힙당동'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글 수만 1000개가 넘는다. /인스타그램


    ■임대차 매물 씨 말라…“매일 출근도장 찍는데도 물건이 없어요”

    신당동 일대가 제2의 을지로, 성수동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일대 부동산도 들끓고 있다.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구 신당동 상업업무시설 거래 건수는 작년이 45건으로 가장 많았다. 2018년 32건, 2019년 20건, 2020년 34건에서 처음으로 40건대로 올라섰다. 토지 평단가도 3.3㎡ 당 2020년 6464만원에서 작년 8948만원 수준으로 40% 가까이 뛰었다.

    낡고 허름하지만 서울 중심 입지에 있어 매매가격이 높은데도 임대차 매물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건물을 사려면 최소 15억원이 필요하지만, 월세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의류 브랜드는 힙당동 일대 50평 매장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500만원 수준이다. 힙당동 대표 카페 중 한 곳도 5년 넘게 50평 부지에 월세 450만~460만원 가량을 내며 재계약에 나서고 있다.

    다만 기존의 상인들이 터를 내놓지 않아 임대차 매물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옥 일사천리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신당역 일대는 과거부터 쌀 창고나 주방 기구 가게들이 있던 곳으로, 월세가 400만원 수준으로 낮았다”며 “새로운 임대인이 유입되면서 조금씩 오르고는 있지만, 아직은 다른 주요 상권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라 찾는 사람이 매우 많다. 1년 동안 최소 한두 명씩은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는데도 물건이 없어서 계약을 못 한다”고 했다.

    [땅집고]신당동의 대표 식당인 '하니칼국수' 앞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박기람 기자

    상권은 뜨지만 역설적이게도 현장 상인이나 시장은 죽어가는 분위기다. 신당동에서 농산품 유통 일을 18년째 하고 있다고 밝힌 최모 씨는 “주변 다 쌀 가게들이 젊은이들 가게에 밀려 양재 쪽으로 많이들 옮겨갔다”며 “지금 남은 사람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구 조화’ 포텐에 2030 열광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당동이 뜬 이유는 뭘까. 업계 전문가들은 을지로와 마찬가지로 번화가 바로 옆이면서 60, 70년대 그대로인 주변 환경이 젊은층에게 매력으로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이 SNS를 통해 찾아오면서 상권이 작년부터 크게 떴다는 분석이다.

    노창희 리맥스코리아 부사장은 “중앙시장, 황학동, 떡볶이촌이 결합하면서 ‘신구 조화’의 포텐이 터진 것”이라면서 “청계천변 신축 오피스텔로 젊은층 이주, 청계뉴타운 중산층 대거 입주, 힙지로의 인기 등이 힙당동 형성 요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R114의 서울 오피스텔 입주물량 추이를 보면 중구 일대는 2016년 1141실 규모의 역대급 오피스텔 입주물량이 풀린 이후 현재까지는 줄곧 1000실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원룸형 오피스텔 물량이 대부분 신당동, 황학동 일대에 쏠려 있어 젊은층의 유입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땅집고]젊은 여성 두 명이 신당동 일대 카페 거리를 걷고 있다. 새로 생긴 감성 카페 뒤로는 쌀 창고 등 낡은 가게들이 보인다./박기람 기자

    ■홍대만큼 큰 상권 될까…관건은 재개발 여부

    힙당동 상권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신당역 2호선을 기점으로 신당역부터 5∙6호선 청구역까지는 일반주거지역이지만, 신당역부터 1∙6호선 동묘앞역 사이는 일반상업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신당역과 청구역 사이에 있는 신당 떡볶이 타운도 일반주거지역에 속하는 반면, 힙당동 일대는 상업지구에 속해 고층 개발이 가능하다.

    청구역 일대 J부동산 대표는 “상업지구에 있어야 상권이 홍대나 강남 일대처럼 크게 자리 잡을 수 있다. 청구역과 신당동 일대가 낙후한 이유는 대부분이 일반주거지역이기 때문”이라면서 “상업지구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면 신당동 일대 상권이 더 성숙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신당역 부근은 시장 상권이라 소유주가 불분명한 점이 개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다른 현장 공인중개사는 “신당동 재개발 얘기는 10년 전부터 나왔지만, 시장 특성상 소유주 정리가 쉽지 않아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며 “서울시가 통개발에 나서지 않는 이상은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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