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9.30 04:43
[땅집고]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거품이 꺼지고, 전국 곳곳에 아파트를 짓던 부동산 개발 회사가 도산하는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자금을 끌어모아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 콘크리트 골조 공사만 겨우 마쳐 물·수도·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미완공 아파트’에 입주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국 남부 광시좡족 자치구의 구이린시에 흉물처럼 버려져 있는 미완공 아파트. 도색은 커녕 창문도 달려 있지 않어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나 다름 없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55세 여성 쉬모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2019년 침실 2개 짜리 이 아파트 70㎡를 6000위안(한화 약 119만원)에 분양받았다. 분양 당시는 중국 집값이 상승세를 타던 시기라, 쉬씨는 별 걱정 없이 자금을 끌어모아 분양대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부동산 위기가 닥치면서 아파트 건설 공사가 골조 단계에서 멈춰버렸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에 주요 부동산 개발사들이 줄파산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에 쉬씨를 비롯해 20여명이 전기·가스·수도시설이 하나도 없는 미완공 아파트에 입주하게 됐다. 무리하게 빚을 내 아파트 분양대금을 마련하는 바람에 다른 집을 구할 수가 없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입주자들은 임시로 지은 야외 화장실을 공유하고, 낮에는 아파트 공사를 재개하기 위한 대책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미완공 아파트에 산 지도 벌써 6개월여가 지났다. 쉬씨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오래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중국 중앙부에 있는 산시성 시안에 있는 B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사가 중단돼버린 아파트에 총 300가구 이상이 입주해 있다. 생활에 필요한 기본 시설이 전혀 없는 상태지만, 갈 곳 없는 집주인들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미완공 아파트에 둥지를 틀 수밖에 없었다.
입주민들은 휴대용 가스버너로 요리하고, 물을 계단으로 실어나르는 등 고통을 감내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결혼 후 이 아파트 94㎡를 50만위안(약 9000만원)에 분양받은 리커 씨는 “한 달에도 여러 차례 당국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시원한 답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상하이 소재 E-하우스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중국에서 이처럼 공사가 멈춰버린 아파트가 전체의 3.85%에 달한다는 추정 통계를 내놨다. 이에 중국 당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부동산 개발업체에 은행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등 여러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내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 정도가 심각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미완공 아파트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수분양자들이 미완공 아파트에 입주하는 경우, 주택 소유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 등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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