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9.29 11:04 | 수정 : 2022.09.29 11:19
[땅집고] 29일 정부가 그동안 재건축 사업의 지연·보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재건축부담금’을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부담금이란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정상적인 주택 가격 상승분을 초과할 때 국가가 조합원들한테서 환수하는 금액이다. 현행 기준으로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일부터 재건축 준공 때까지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는 경우, 초과 금액의 10~50%를 내도록 하고 있다.
이번 재건축부담금 개선안에는 ▲부과기준 현실화(면제금액 3000만원→1억원 상향) ▲개시시점 조정(추진위원회 구성승인일→조합설립인가일) ▲공공기여 감면 인센티브(공공임대·공공분양 주택 매각시 재건축부담금에서 해당 금액만큼 감면) ▲실수요자 배려(1주택자 및 고령자에 한해 감면 조치) 등이 담겼다.
다만 개선안은 ‘재건축초과이익에 환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시행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10월 중 의원입법을 통한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법 시행 후 재건축부담금을 부과하는 단지부터 적용하며, 준공 이후 부담금을 아직 내지 않은 사업장에도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재건축 활성화에 도움…부담금 1억 넘는 강남 등에선 효과 미미”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으로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부담금 면제 기준이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조합원들의 자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부담금 수준이 비교적 낮은 지방과 수도권 외곽지역에선 부과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단지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과다한 재건축부담금 부과로 재건축이 위축되거나 지연됐던 부작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분석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지방 및 수도권 외곽 뿐 아니라 서울 등 도심지 재건축 활성화를 이끌어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예정 부담금을 통보받은 단지 84곳에 대해 부과기준과 개시시점 개선 방안을 적용하는 경우 38곳이 부담금을 면제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담금 1000만원 이하 부과 예정 단지가 30곳에서 62곳으로 증가하는 반면, 1억원 이상 부과예정 단지는 19곳에서 5곳으로 감소한다. 특히 지방 32곳 중에서는 21곳이 재건축부담금을 면제받으며, 평균 부담금은 25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84% 감소할 전망이다.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라면 혜택이 더 크다.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 최대 50%까지 감면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담금 1억원을 통보받은 조합원이라면 부과기준 현실화로70%를 감면받아 부담금이 3000만원으로 줄어드는데, 여기에 1세대 1주택 장기보유로 최대 50% 감면받으면 부담금이 다시 1500만원으로 감소한다. 완화 방안 이전에 1억원이던 부담금이 1500만원으로 줄면서 최종적으로 85% 감면을 받게 되는 셈이다.
다만 기존 부담금이 적을수록 감면율이 높아지는 구조라, 수억원대 부담금을 통보받은 서울 등 핵심 입지 재건축 단지에선 부담금 완화 수위에 대한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서울지역에서 고액의 재건축부담금이 부과된 주요 재건축사업장은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7억7000만원 ▲성동구 성수동 ‘장미’ 4억6300만원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 4억200만원 등이다.
이수희 한강맨션 재건축조합장은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조합원 대부분이 1가구1주택자이고 고령자도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최대 50%까지 금액을 면제해주거나 납부 유예 혜택을 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한강맨션은 20년 전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뒤 2017년 조합설립인가가 났는데 이때부터 집값이 크게 올랐다. 따라서 개시시점 조정만으로는 가구당 7억원 이상으로 매겨진 재건축 부담금이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주택 투기세력 부담금 감면 정도는 적어…집값 자극 효과 낮을 듯
일각에서는 이번 재건축부담금 완화안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 “가격 하락기 초반으로, 아직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현재 가격 자극 요인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풀 수 있는 규제를 풀어 시장의 구조를 정상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조치로 집값이 달아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인해 매수심리가 위축하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개선안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부담금 감면 조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투자자들의 투기성 수요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주택 공급 측면에서 보면 ‘공공기여 인센티브’ 항목이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 아파트가 공공임대·공공분양 주택을 매각하는 경우 해당 금액을 재건축부담금에서 감면해주기로 했는데, 이 같은 조치로 윤석열 정부가 총 50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던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첫집주택 물량 확보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심형석 미국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을 계획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재건축 사업장에 대한 공공기여 인센티브가 필요했다고 본다”라며 “지금까지의 규제 완화는 대부분 매물이 시장에 풀리도록 하는 공급에 그친 반면, 이번 방안은 수요 진작 정책이라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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