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9.23 11:26
[땅집고] 대우건설·포스코건설·GS건설 등 3파전으로 예상되던 서울 중구 신당 8구역 재개발 구역 수주전이 2파전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최근 GS건설이 사실상 사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신당 8구역은 올해 서울 정비사업 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신당8구역은 지하철 5·6호선 청구역과 3·6호선 약수역, 5호선 신금호역 사이에 있는 트리플 역세권 지역으로, ‘서울 도심 마지막 노른자’ 입지로 불리는 곳이다. 도보권에 청구·흥인초, 대경중·고 등이 있다. 조합은 지하 4층~지상 28층, 16개 동 공동주택 1215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7년 5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16년 12월 조합설립인가, 2018년 11월 사업시행인가를 취득하고 2019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그러나 공사비와 하이엔드 브랜드 사용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지난해 7월 시공 계약이 파기되고 기존 조합장은 해임됐다. 이후 조직을 정비한 조합이 다시 시공사 선정에 돌입했고, 여기에 GS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이 참여 의사를 밝혔었다.
22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19일부터 OS(홍보)요원을 철수시키고 조합원들에게 입찰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GS건설은 조합원에게 전화나 방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GS건설이 사실상 사업을 철수했다고 보고 있다.
GS건설의 정확한 철수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조합이 요구한 공사비 3.3㎡당 650만원 가이드라인을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게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조합이 추산한 예정 공사비는 3753억원 상당인데, 조합이 요구한 공사비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당8구역 조합 측이 제시한 금액은 작년 기준으로 하이엔드급일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물가가 폭등하고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공사비 증가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3.3㎡당 500만원 전후면 하이엔드급 단지를 지을 수 있었다. 최근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3.3㎡당 650만원이면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이 철수하면서 신당8구역 수주전은 사실상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의 2파전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은 각각 자신들의 하이앤드 브랜드인 ‘써밋’과 ‘오티에르’를 내걸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입찰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두 건설사가 이미 적극적인 물밑 작업에 나서며 수주 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은 허탈해 하고 있다. 해당 사업지는 일반 경쟁 방식으로 진행하며, 컨소시엄(공동도급) 구성은 제한한다. 건설사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조합에 득이 되는데,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자이’가 빠지면서 이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조합은 14일 입찰공고를 냈고, 22일 현장 설명회를 거쳐 11월7일 입찰을 마감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12월 10일에는 1차 합동설명회, 12월 17일에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돼 있다. 또다른 변수도 있다. 사업성 악화로 GS건설에 이어 한 곳이 또 입찰을 포기할 경우 경쟁 입찰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건설사들이 서울에서도 입지가 좋고 규모가 큰 재개발 사업지에서 속속 발을 빼며 재개발 조합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한남뉴타운2구역이다. 1537가구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짓는 재개발 사업으로, 올해 서울 재개발 정비사업의 ‘최대어’로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크고 입지가 좋지만, 삼성물산이 빠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조합원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돌아서자 대형 건설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브랜드 이미지 소모를 막기 위해 꼭 따내야만 하는 사업지를 제외하고는 다 발을 빼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비사업 수주전이 식어가면서 컨소시엄 수주가 부활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동대문구 용두1-6구역은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올해 들어 서울의 핵심 재개발 사업지 조합원들은 1군 건설사의 이탈로 고민이 깊은 상태”라면서 “조합은 조건 협상이 어려워 컨소시엄 형태를 꺼리겠지만, 지금처럼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을 피하며 경쟁 체제가 형성되지 않으면 컨소시엄 수주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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