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9.21 14:39
[MZ세대 움직인 창업의 비밀] ③ 일도씨 패밀리 김일도 대표
[땅집고] “절대적으로 좋은 상권, 나쁜 상권이 있는 게 아니라 자기 매장과 잘 맞는 상권, 맞지 않는 상권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내가 가진 아이템, 메뉴가 어떤 상권에서 통할지 경쟁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한다면 백전백승입니다.”
김일도 일도씨패밀리 대표에게 장사가 잘 되는 상권에 대해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이랬다. 그는 동네 상권을 꽉 잡고 단골 손님을 유치하기로 유명하다. 동네 단골 손님을 통해 매장 입소문이 나자 단번에 ‘인플루언서’들도 찾아오는 ‘핫플’(핫플레이스)이 됐다. 김 대표가 고객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땅집고가 김 대표를 만나 그 비밀에 대해 들어봤다.
김일도 대표는 ‘외식업 2세’다. 중국의 명문인 상하이 자오퉁(交通)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가 사회생활에 첫 발을 디딘 건 대기업이나 잘나가는 외국계 회사가 아니었다. 2008년부터 3년 간 모친이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마천동 곱창집(소문난 곱창)에서 식당일을 배우기 시작했던 것.
김 대표는 2011년 독립해 서울 노원구 미아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일도씨 곱창’을 개점한다. 현재 김 대표는 일도씨닭갈비, 일도씨곱창, 일도씨찜닭, 이스트빌리지 등 8개 브랜드 17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연매출 100억원’의 성공한 사업가다.
■ 비결 1: 뜨는 상권 인근을 노려라
김 대표는 2011년 미아동 일대에만 4개 점포를 운영했다. 당시 김 대표는 강남구 논현동에서 여러 매장을 냈던 백종원 더본 대표, 경리단길을 부흥하게 한 장진우 대표 등처럼 맨 처음에는 거리 하나를 장악해 ‘김일도 거리’를 만드는 것이 포부였다고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내 곧 생각을 바꿨다. 거리 한 곳에 매장이 밀집해 있으면 사실상 자기 매장끼리 출혈경쟁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속내를 살펴보니 모든 매장의 매출이 잘 나오는 게 아니고 이 중 두세 개 정도만 잘 됐다”며 “같은 거리 안에서 매장 간 경쟁을 하느니 여러 상권에 매장을 출점해 각 상권에서 일등하는 매장이 되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대표가 미아동 다음으로 오픈한 매장은 강남구 신사동 세로수길에 있는 ‘일도씨곱창’이다. 당시 가로수길이 상권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이었고 가로수길 상권이 확장한 세로수길은 메인 상권에서 일부 벗어나 있는 곳이었다. 김 대표는 이 점이 오히려 매장 성공의 포인트라고 봤다.
김 대표는 “최근 성수동 상권이 뜨면서 인근 송정동도 함께 주목받고 있는데 가로수길이 부흥하면서 인근인 세로수길 상권도 낙수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가로수길이 뜨고있긴 했지만 초창기라 인근 세로수길은 가로수길에 비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는 것도 이점이었다”고 말했다.
■ 비결 2: 희소한 것에 열광하는 트렌드…‘로컬라이징 전략’ 주효
다른 지역으로 매장을 확장하면서 김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이 ‘로컬라이징 전략’이다. 지역별 특징에 맞게 그 지역에 특화한 매장을 내자는 게 로컬라이징 전략의 핵심이다. 로컬라이징 전략은 지금에야 성공적인 전략으로 꼽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광받지 못했다. 같은 종류의 매장을 2개 내는 것보다 새로운 종류의 매장을 하나 더 내는 것이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일부러 지역마다 동일한 매장을 내는 전략을 피했다. 매장을 우후죽순 확장하는 게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소모’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고객들에게 질리지 않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며 “과거에는 매장을 확장하고 덩치를 키우는 것이 ‘브랜딩’ 효과가 있었지만 이는 희소한 것에 열광하는 요즘의 트렌드와 맞지 않을 뿐더러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출점하는데 신중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 비결 3: 동네상권을 노려라…‘지피지기’가 성공 키워드
김 대표가 주목하는 상권은 크게 두 부류다. 브랜딩 홍보를 위한 특수 상권과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동네상권으로 구분한다. 특수 상권은 오피스가 밀집하거나 교통이 편리한 지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으로 정의했다. 김 대표는 “특수 상권의 경우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브랜딩’에 초점을 맞춘다”며 “임대료가 높을 뿐더러 매장 관리를 하는 것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 실제 수익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고 오랫동안 가게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동네상권이 실질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알짜배기 입지라고 했다. 동네상권은 한 번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큰 상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은 편이다. 또 지역 주민에게 한번 각인되기 시작하면 큰 부침없이 꾸준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17개 매장 중 절반은 동네상권에 있고 나머지 절반은 특수 상권에 있다. 김 대표는 “목 좋은 곳에 있는 상권은 특장점이 없어도 장사가 잘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동네상권은 지역주민들의 입소문을 통해 매출이 결정되기 때문에 한번 자리를 잡으면 꾸준하게 단골들이 찾으면서 장사를 할 수 있다. 대신 그만큼 진짜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최근 2년간 주거지가 밀집한 송파구 거여동에만 두 개의 닭갈비 매장을 냈다. 김 대표는 주거 밀집지역에도 고급스러운 ‘파인 다이닝’과 김치찌개, 제육덮밥 등 일상적인 메뉴 사이의 ‘캐쥬얼한 외식’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닭갈비가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했다. 마침 거여동에 닭갈비 매장은 프랜차이즈 뿐 개인 매장이 없어서 경쟁자가 많지도 않았다.
이런 김 대표의 고전적인 전략은 통했다. 거여동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오픈한 지 일주일만에 줄 서는 매장이 됐다. 김 대표는 “거여동은 주거지 밀집지역인데 600여명의 송파구민이 모여있는 단체 카톡방에 매장에 대한 좋은 평가가 언급이 됐고 바로 다음주부터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했다”며 “동네 주민들을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인플루언서들도 찾는 매장이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새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지피지기’를 강조한다. 자신의 장단점, 약점, 강점 등을 잘 알고 있어야 자신의 아이템이 어느 상권에서 통하는지 알 수 있고 그게 곧 성공의 키워드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절대적으로 좋은 상권, 좋은 목은 없다. 좋은 상권에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영업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며 “자기가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 이 자원이 어떻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누가 좋아할 수 있을지 자신을 잘 알아야 내가 가진 아이템이 어느 곳에서 어울릴지도 알 수 있다. 만약 이를 알지 못하고 무조건 매장을 확장하는 것은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는 것에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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