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9.16 14:33 | 수정 : 2022.09.16 17:45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가 되려면 ‘MZ세대’를 공략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구매력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마케팅 사각지대에 있던 젊은층이 상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른 것이다. 땅집고가 MZ세대를 사로잡은 창업주들을 직접 만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본다.
[MZ세대 움직인 창업의 비밀] ②이경호 타우너스 대표 “기존 공식서 탈피…상권∙업역 초월해야”
[MZ세대 움직인 창업의 비밀] ②이경호 타우너스 대표 “기존 공식서 탈피…상권∙업역 초월해야”
[땅집고] 지난 14일 찾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에스프레소바 ‘타우너스’. 지하철 2호선 역삼역 1번 출구에서 고층 빌딩 숲을 지나 한적한 주택가 한복판에 있다.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만든 타우너스는 화이트톤과 우드컬러의 휴양지 스타일로 꾸며져 회색빛 일색인 역삼동 일대에서 유독 눈에 띈다. 차가운 느낌을 풍기는 다른 유럽풍 에스프레소바와 달리 타우너스는 아늑한 분위기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한가로운 평일 낮 주택가인데도 손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섞어 한입에 털어 넣고 가는 회사원부터 직장 동료인듯 음료와 베이커리를 시켜놓고 대화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회사원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시켜놓고 테라스에 앉아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에스프레소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물 타지 않은 커피 원액’이다. 국내에서는 쓴맛이 강한 에스프레소 대신 물에 커피 원액을 희석한 아메리카노가 커피 시장의 주류였다. 그러다 스타벅스·블루보틀 등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식상함을 느낀 MZ세대 소비자들이 낯선 유럽식 커피 문화에 열광하면서 에스프레소바가 카페 업계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았다. 현재 서울에만 수십 개의 에스프레소 바가 있다.
타우너스 역삼점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오픈한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커피 등 음료 매출만 월 평균 6000만~7000만원에 달한다. 에스프레소 한 잔 가격이 25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규모는 큰 편이다. 여기에 공간대여, 굿즈 판매까지 합하면 매출은 1000만원 정도 더 붙는다. 연면적 100평 규모 매장 월세는 1000만원이다. 이달에 서울 을지로에 2호점을 가오픈하고, 서울 성수동과 부산 지점 확장을 계획 중이다. 땅집고가 이경호(40) 타우너스 대표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일반 카페가 아닌 에스프레소바를 창업한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겨울에는 스키∙스노우보드, 여름에는 서핑 관련 의류 수입과 유통을 해왔다. 유통업계 트렌드가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게 아닌 카페 겸 매장으로 흐르면서 처음으로 카페를 구상하게 됐다. 유럽 출장이 잦아 에스프레소에 익숙했고, 차별화한 에스프레소바를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다. 에스프레소와 베이커리, 와인, 각종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타우너스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많은 상권 중 역삼동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상권을 분석하고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고객이 찾아올 수 있도록 적절한 공간을 찾는데 집중했다. 고층 빌딩이 빽빽한 도심 속 층고가 높거나 주거지 한복판의 아늑한 장소를 찾다가 역삼동으로 오게 됐다. 요즘은 다들 SNS(소셜미디어)를 보고 찾아오기 때문에 구석에 숨겨져 있더라도 올 만한 가치가 있으면 온다. 트렌드를 쫓되 상권을 쫓을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주요 고객층은.
“평일과 주말이 다르다. 평일 고객의 80%는 역삼동 일대 3040 회사원이다. 점심시간 이용객이 많지만, 출근 전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기는 직장인 고객도 하루에 5~7명쯤 온다. 저녁에는 테라스에서 와인을 한 두 잔 즐기러 오거나 2층 통임대로 파티나 회식 공간으로 쓰는 직장인도 많다. 반면 주말에는 인스타나 릴스 등 SNS에 올릴 목적으로 10대, 20대 고객이 많이 찾아온다.”
―국내 커피 전문점이 9만여 곳에 달한다. 타우너스만의 성공 포인트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바는 회전율을 중시해 서서 먹고 가기도 한다. 그러나 타우너스는 차별화를 위해 최대한 손님이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고객 저항이 없는 선에서 종류에 상관없이 뭐든 할 수 있는 복합문화플랫폼으로 기획했다. 그렇다고 전문성을 놓치진 않았다. 다양하게 다루되 하나하나에 깊이를 담아야 고객이 오기 때문이다. 진짜 전문가는 고객이다. 고객이 만족할 만큼 수준을 갖추는 것이 전문성이고 그 결과는 매출로 이어진다.”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가지 분야만 파지 않는다는 점이 위험할 수는 있지만, 경계선을 잘 지키면서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계속해서 맞춰야 생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급변하는 리테일 시장에서 롱런할 수가 없다. 모든 트렌드는 3~5년 주기로 본다. SNS 상권도 이제 식상해져서 앞으로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몇 년 뒤에는 에스프레소바도 한물 갈 수 있고, 후발주자는 도태된다. 타우너스는 고품질 푸드트럭 형태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한 가지만 해서는 힘들다. 업종이든, 상권이든 언제든 과감하게 변신할 준비가 돼 있는 매장이 결국에는 살아남게 된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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