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9.15 16:54 | 수정 : 2022.09.15 17:42
[땅집고] 주택 인허가 물량 중 약 18%는 실제 준공까지 이르지 못한다는 민간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지난달 '8·16 대책'을 통해 전국 270만 가구(연평균 54만가구) 인허가 계획을 발표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추가 공급 계획을 제시하거나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부동산R114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토교통부의 전국 연평균 주택 인허가·착공·준공 물량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허가에서 착공 단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약 15%의 물량이 이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허가와 준공을 비교하면 약 18%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윤석열 정부가 전국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8·16 대책에 대입하면 착공 단계까지 약 40만 가구, 준공 단계까지는 약 48만 가구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서울처럼 타 지역에 비해 사업성이 우수한 지역은 인허가 물량의 94%가 실제 준공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8·16 공급대책을 통해 밝힌대로 서울 50만가구의 인허가가 가능하다면 이 가운데 45만 가구 이상은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이 인허가 물량 대비 준공 물량 비중이 94%로 서울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광주(93%), ▲부산(87%), ▲경북·경남(각 85%), ▲제주(82%), ▲충북(81%), ▲강원·울산(각 80%) 등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인천(68%), ▲충남(73%), ▲경기·전북·전남(각 78%)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기록했다. 행정구역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은 지역에서 입지 편차에 따라 건설사 분양 의지가 크게 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목표로 잡은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려면 보다 많은 인허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해 R114 수석연구원은 “인허가를 받은 이후에도 사업추진 과정에서 이탈되는 물량도 상당하기 때문에 정부가 ‘8·16 공급대책’에서 발표한 주택 270만 가구가 온전히 시장에 현실화되려면 보다 많은 인허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시공사의 자금 조달 문제나 조합과의 갈등, 경기 여건 등에 따라 사업이 철회되거나 상당 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많고, 시공사의 부도로 인허가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 건설 원가의 급격한 상승과 분양 경기 악화에 따라 위험 관리 차원에서 사업 추진 자체를 꺼리는 건설사도 점차 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공급 계획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시행사, 시공사. 조합 등의 공급 주체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공급 확대 과정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