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줘요"…'1089억' 역대 최고치

[땅집고] 지난달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고 금액이 1000억원을 넘겨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8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이 1089억원(사고 건수 511건)으로 조사됐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금액과 건수가 각각 1000억원, 500건을 넘은 것은 2015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상품은 2013년 9월 처음 출시됐다. 현재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이들 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가입자 즉, 세입자에게 대신 지급해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한다.

이 상품의 사고액은 HUG의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15년부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고액은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이미 5368억원에 육박해 지난해 한 해 전체 사고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폭증했다.

이와함께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보증금 액수도 지난달 830억원(398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 6월(570억원) 대비 약 1.5배로 급증했다.

이 같은 전세 사고가 급증하는 이유는 갭투자 등이 성행하며 악성 임대인이 늘어난 탓이 크다. 세입자에게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관리 대상에 오른 ‘악성 임대인(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은 7월 말 기준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총 203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108명) 100명을 넘은 데 이어 1년 2개월 만에 200명 선을 돌파했다.

이 중 30대 이하 젊은층 피해자는 2808건으로 전체(3761건)의 74.7%를 차지했고 피해액은 5809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악성임대인은 전세보증보험 채무자 가운데 대위변제 건수가 3건 이상이고, 미회수액이 2억원을 넘으며, 상환 의지·이력이 부족한 집주인을 뜻한다. HUG는 작년부터 이들을 특별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악성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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