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9.08 08:05
[땅집고] 제 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에 폭우가 내리면서 적지 않은 건물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하천 옆에 있던 한 펜션의 경우 물살이 지반을 쓸고 내려가자 건물 한 동 전체가 강바닥으로 내려앉은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일대에 힌남노로 인한 폭우가 내리자, 하천 지반이 침하하면서 인근 풀빌라 펜션 건물이 통째로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거센 물살이 하천 주변 땅을 휩쓸면서 펜션이 들어섰던 땅 토사가 유실돼자 건물이 버티지 못하고 강바닥으로 가라앉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건물이 기울어진 채 강바닥에 박혀있는 사진을 본 네티즌 사이에선 “자연재해가 정말 너무 무섭다, 펜션 주인 억장이 무너지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애초에 펜션이 부실공사로 지어져 폭우를 버티지 못하고 침하한 것 아니냐”, “힌남노로 전국이 어지러운 틈을 타 자극적인 사진으로 펜션 바이럴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펜션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6일 직접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이번 사고는 부실공사로 인한 것이 아니며, 바이럴 마케팅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펜션 건물은 20년 넘게 건설업에 종사한 A씨의 아버지가 노후 대비용으로 직접 건축했다. 그만큼 자부심을 담아 튼튼하고 안전하게 펜션을 지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사진에 보이는 무너진 건물뿐만 아니라 그 앞에 있던 주차장 부지까지 약 30m 가까이 지반이 침식됐다. 상류 ‘오어저수지’에서 물이 방류하며 위쪽 도로와 제반 시설들이 무너졌고, 그 토사와 나무들이 떠밀려 지반을 침식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히려 새로 지은 건물이 튼튼해서 범람하는 토사를 버텨줬기에 뒤에 남은 나머지 건물이 무사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강바닥으로 내려앉은) 건물은 금가고 깨진 곳 하나 없이 튼튼하다”고도 했다.
A씨의 말을 정리하면 펜션 지반이 침하한 것은 힌남도 상륙 당시 오어저수지의 방류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오어저수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 중이다. 오어저수지는 포항시 오천읍 일대에 농업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태풍이나 이상 기후에 따른 집중호우 시 홍수에 대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1964년 준공했는데 노후로 인한 재해 위험이 있어 2016년 개보수에 착수, 2020년 연말 완공했다
만약 오어저수지에서 방류한 물 때문에 인근 지반이 유실되면서 펜션이 기울었다면, 이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A씨가 오어저수지를 관할하는 한국농어촌공사 등 공공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보상금을 요구해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이 경우 공공이 시설을 관리하는 데 저지른 과실이 무엇인지 입증하고, 해당 과실이 건물 침하로 이어졌는지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공공의 잘못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 피해는 별도 보험을 들지 않은 이상 개인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
김예림 법무법인덕수 변호사는 “과거 공공이 저수지 관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저수지가 터져 수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해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된 판례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현장조사나 감정평가 등으로 과실을 입증하는데, 다만 이번 힌남노처럼 이례적인 폭우가 내린 경우 공공의 잘못을 밝혀내기가 비교적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폭우 때 침수 피해를 겪은 가구를 대상으로 서울시가 수해 지원책을 펼친 것처럼,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면 개인이 마땅히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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