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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금싸라기 재건축 현장에 우뚝… 367세 느티나무의 사연

    입력 : 2022.09.05 07:51 | 수정 : 2022.09.16 18:00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현장. 기존 아파트는 모두 철거됐지만 커다란 느티나무는 초록색 펜스에 둘러싸인 채 남아있다. /삼성물산

    [땅집고] “아파트 재건축하면 낡은 건 다 때려 부수는 것 아니었나요? 여긴 왜 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남아있죠?”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과 맞붙어있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현장은 2023년 11월까지 ‘래미안 원펜타스’로 변신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새아파트 골조가 쉴 새 없이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부지 한 편에 펜스로 둘러싸인 채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눈에 확 박힌다.

    도대체 어떤 나무길래 이런 귀한 대접을 받을까. 이 느티나무는 둘레 3.5m, 높이 23m로 올해 수령이 367년이나 된다. 아파트로 치면 7~8층 높이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제법 상당하다. 통상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선 사업지에 있던 노후 주택을 철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부대시설이나 수목 등도 모두 없앤다. 그런데 ‘신반포15차’ 재건축 현장은 고령의 느티나무를 남긴 채로 새아파트를 짓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현장 한 켠에 보이는 느티나무 한 그루. /네이버 위성지도

    ‘신반포15차’는 1982년 입주한 180가구 규모 아파트로, 2003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다. 단지 44동과 45동 사이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었다. ‘신반포15차’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 땅에 자리잡고 있던 나무로, 아파트 입주 전인 1981년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기도 했다. 반포동에 있는 보호수 20여개 중에서도 거목(巨木)으로 꼽힌다.

    나무가 사라질 뻔한 위기도 있었다.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자 조합은 서초구 측에 느티나무를 다른 지역으로 이식하거나 보호수 지정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표면적으로는 정밀진단 결과 이 나무의 잎이 왜소하고 생육이 불량하며, 외과 치료 부위에 균열까지 보인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땅 속 깊게 뿌리를 내린 느티나무 때문에 재건축시 부지 활용도가 떨어지고, 지하층을 파기도 어려워 공사에 방해물로 치부한 조합이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나무를 없애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조합은 2018년 보호수 이전 또는 지정해제 업무를 수행할 업체를 선정하는 입찰 공고를 내며 예산액으로 5억원을 배정한 바 있다.

    [땅집고] 2018년 신반포15차 조합이 낸 보호수 이전 또는 지정 해제 업무 수행 업체 선정 입찰 공고. /신반포15차 조합

    하지만 서초구청은 나무 뿌리가 높이만큼이나 땅속에 뻗어 있기 때문에, 이식하는 경우 나무가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조합의 요청을 반려했다. 조합은 이 같은 서초구청 처분에 반기를 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역시 조합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 11월 법원 판결문에는 ‘나무가 보호수 지정 당시는 물론 서울 서초구의 역사를 돌이켜 보게 하는 역사성의 측면이 있다’, ‘수고가 높고 흉고 둘레가 두꺼운 편이라 이식한다면 훼손 위험이 있다’, ‘보호수의 존재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가 갖춰졌기 때문에 주민들이 부담하게 되는 법익의 제한이 그다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법리적 판단이 담겼다.

    [땅집고] 재건축 현장에서 나무를 없애달라는 조합 측 주장을 서초구와 행정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느티나무가 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

    결국 느티나무는 ‘신반포15차’ 재건축 현장에서 살아남게 됐다. 현재 보호수를 청록색 펜스로 둘러싸 보호한 상태로 나머지 부지에서 새아파트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오래된 나무인 만큼 그 자리에서 살게 두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재건축 사업성을 고려해 나무를 없애고 싶어했던 조합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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