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9.02 06:00
[조합장에게 듣는다] ③최형용 흑석11구역 조합장 “신탁 방식 재개발로 사업 기간 확 줄였습니다”
[땅집고] “통상 정비사업장에선 조합 설립 후 관리처분인가를 받기까지 10년 걸리면 빠르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흑석11구역은 만 7년도 안돼 관리처분인가가 났죠. 과감하게 수수료 110억원을 들여 신탁사를 사업대행자로 선정한 것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린 비결이었습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에서 강남3구인 서초구 반포동과 가장 가까워 ‘서반포’라고 불리는 흑석11구역이 올해 8월 18일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재개발 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이주·철거를 거쳐 일반분양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이 드디어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흑석11구역이 2015년 12월 조합을 설립한 후 관리처분인가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6년 8개월. 서울 곳곳 정비사업마다 이 기간이 10년을 훌쩍 넘긴 곳이 수두룩한 점을 감안하면 사업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평가다.
흑석11구역 재개발은 동작구 흑석동 일대 8만9317㎡ 부지에 지하 5층~지상 16층, 25개동, 총 1509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지하철 9호선 흑석역과 동작역까지 각각 600m 정도 떨어진 더블 역세권 입지면서 한강과 국립현충원 공원 조망이 가능하다. 지난해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하이엔드 브랜드인 ‘써밋’을 적용하기로 했다. 새 단지명은 ‘서반포 써밋 더힐’로 확정됐다.
흑석11구역 사업 속도를 높인 인물은 2014년 조합설립추진위원장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조합을 이끌고 있는 최형용(61) 조합장이다. 최 조합장은 내리 3번 조합장 선거에 당선되며 조합원들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는 한양대에서 지역개발 석사를 전공했고, 제 5대 동작구의회에서 복지건설위원장을 지냈다. 최 조합장은 “이 같은 경력을 살려 흑석11구역과 동작구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가 최 조합장을 만나 흑석11구역 사업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흑석11구역 관리처분인가가 유독 빠른 이유는.
“2017년 한국토지신탁을 사업 대행자로 선정한 것이 주효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각 정비사업장은 조합을 설립하고 나면 시공사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서울만 예외적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에야 시공사 선정 단계를 밟도록 되어있다. 이 때문에 서울 정비사업장마다 사업시행인가 때 제출했던 설계안을 시공사에 다시 맡겨 수정하는 데 최소 1년 이상은 잡아야 한다.
하지만 조합이 신탁 대행 혹은 신탁 시행자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조합을 세우고 시공사를 바로 뽑을 수 있다. 이 점을 겨냥해 흑석11구역은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결단을 내렸다. 여러 신탁사 중 전국 정비사업장에서 30만가구 이상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한국토지신탁을 사업 대행사로 선정했다. 조합 설립 후 관리처분인가까지 만 7년 정도가 걸리면서 사업 속도를 앞당겼으니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측면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신탁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을텐데.
“맞다. 신탁 대행을 맡긴 항목마다 3%씩을 수수료로 매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예를 들면 아파트 조합원분양 및 일반분양에 따른 매출의 3%, 단지 내 상가 분양에 따른 매출의 3%, 임대주택을 국가에 양도하면서 얻은 금액의 3% 등을 한국토지신탁에 수수료로 주는 것이다. 모두 합하면 약 110억원이다. 하지만 정비사업장마다 각종 리스크를 해결하면서 쓰는 비용이 몇십억, 몇백억은 우습게 드는 점을 감안하면 합당한 금액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재개발 사업을 방해하는 요인은 없었나.
“구역 내 종교시설 3곳(한가람교회·청불사·정은사)이 문제가 됐다. 각 종교시설이 조합 측에 대신 옮겨갈 땅이나 이주 비용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겪었던 것이다. 결국 조합은 7명으로 구성한 종교협상위원회를 꾸리고, 이들과 약 20차례 만나서 협의점을 도출하려고 노력한 결과 원만히 잘 해결됐다.”
-앞으로 남은 사업에 걸림돌이 있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조합이 원하는 일반분양가를 받을 수 있을지가 문제다. 흑석11구역은 총 1509가구 중 420여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계획상 3.3㎡(1평)당 분양가를 3810만원으로 책정해두긴 했지만, 공사비와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4500만원은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분양가상한제를 완화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가산비 현실화율을 많이 높여줬으면 한다. 일반분양으로 인한 수익이 보장돼야 재개발 구역 원주민들이 새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자금을 덜 들이는데, 분양가 규제 때문에 서울 정비사업장마다 재입주비율이 20~30%를 겨우 넘기는 상황이다. 정부가 원주민들 배려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
-향후 사업 일정은.
“올해 11월 초 이주 공고를 낼 예정이다. 2023년 하반기에 철거를 시작하면 같은 해 연말에는 일반분양할 수 있다. 조합원들이 이주에 적극 협조해줘야 계획한대로 사업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이주를 독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주비 대출 이자를 후불제로 정산하기로 했는데, 빨리 이주하는 조합원들에게는 이자를 경감해줄 계획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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