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30 19:32
[땅집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용산정비창 개발 같은 호재로 주목을 끌었던 용산 산호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일시 정지 상태를 맞았다. 사업시행인가 신청안이 조합원 총회에서 퇴짜를 맞은 것이다. 조합은 오는 10월께 임시총회를 열고 사업시행계획안을 다시 표결에 붙인다는 계획이지만, 여기서도 부결되면 사업이 장기 표류할 우려가 크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열린 용산 산호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임시총회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안이 부결됐다. 재적 조합원 545명 중 369명이 서면이나 현장 총회에 참석했다. 사업시행인가 신청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조합원 545명 중 3분의 2(364명)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날 투표 결과는 찬성 329명, 반대 34명, 무효기권 6명으로 35명이 모자랐다.
1977년4월 준공한 산호 아파트는 최고 12층, 6개동, 554가구다. 부결된 사업시행계획안에 따르면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8개동 647가구로 바뀐다. 현재 용적률이 260%에 달해 임대주택 73가구를 빼면 일반분양은 25가구에 불과하다. 재건축 후 용적률은 280% 수준으로 조금 높아진다.
현재 일부 조합원은 조합측이 제시한 추정 분담금에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측은 기존 전용 86㎡를 소유한 조합원이 재건축 후 전용 84㎡를 신청할 경우 4억 8000만원 상당의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가장 큰 전용 113㎡ 소유 조합원이 112㎡를 선택할 경우 분담금은 7억2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가장 작은 40㎡를 소유한 조합원이 가장 큰 161㎡를 선택할 경우 최대 42억원 상당의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조합 측은 추정 분담금 논란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현 산호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가장 작은 40㎡ 소유자는 애초에 단지 내 펜트하우스인 전용 161㎡ 타입을 분양받을 수 없다. 이걸 수치화하니 추정 분담금이 과도하게 커 보인다”면서 “펜트하우스는 어떤 조합이든지 일반 분양가와 비교하면 배 이상 높다”고 했다.
조합은 연말에 나올 서울시의 ‘2040 서울플랜’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40 서울플랜에서 이른바 ‘35층 룰’을 폐지하면 최고 40층 이상, 5개동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가구 수가 늘어 분담금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시행계획안 심의부터 막히면서 계획이 틀어진 상황이다
조합 측은 오는 10월 임시총회를 열고 사업시행계획안을 의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려면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내년 1월쯤으로 예정돼 10월에 인가를 받아도 재건축 사업에는 차질이 없다는 것. 그러나 10월에도 사업시행계획안 신청이 조합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재건축 사업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산호아파트는 원효대교 북단 한강변에 있어 입지가 좋다. 원효로를 따라가면 바로 용산정비창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용산정비창 개발이 발표되자 산호아파트도 덩달아 큰 관심을 받았다. 일부 직거래를 제외하고 작년 이후 거래가 끊겼으나, 호가는 크게 뛴 상태다.
전용 86㎡ 매물은 지난해 7월 18억5500만원에 마지막으로 거래된 이후 현재 호가가 23억~24억원에 형성돼 있다. 이 중 한 매물은 지난 6일 1억원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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