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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개항로 성공비결?…"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감성 있어야"

    입력 : 2022.08.30 08:33 | 수정 : 2022.08.30 11:03

    [땅집고] 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파크플러스에서 열린 제 60차 ‘서울부동산포럼’ 강연자로 나섰다./전현희 기자

    [땅집고] “인천 가서 사업을 해본다고 하니까 인천 출신인 저희 아버지도 반대를 하셨어요. 하지만 그런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 신선한 콘텐츠를 발굴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파크플러스에서 열린 제 60차 ‘서울부동산포럼’ 강연자로 나섰다. 이 대표는 인천 개항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 도시재생 전문가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인천은 항구도시라 ‘전국 최초’의 문물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도시라는 점, 인구 295만명이고 광역시 중 젊은 사람들이 가장 많다는 점 등 상권으로서 매력 요소가 다양하다”며 “인천이 아직도 공장도시라는 인식, 낙후돼 있다는 점 등 때문에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이런 편견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고 역설했다.

    개항로 프로젝트는 현재 16명의 구성원이 운영한다. 각자 개항로 인근 소식을 추려 SNS를 통해 전달하는 방법으로 홍보한다. 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표는 예상대로 인천 출신이다. 버려진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의 손을 거쳐 제주 귤창고가 펜션 ‘토리코티지’로, 이대 앞 여관이 호텔로 변신할 수 있었다.

    이창길 대표가 최근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곳은 인천 대표 구도심인 중구 개항로 600m 거리 일대다. 그는 2018년부터 이곳의 건물 20여 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수십년간 공실로 남아있던 건물을 카페, 술집, 편집숍, 숙박시설 등으로 개조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중구 일대 골목길을 '인스타그래머블'한 상권으로 바꿨다.

    [땅집고] 개항로 위치. /ⓒ개항로 프로젝트

    인천은 구도심을 재개발하는 대신 땅을 매립해 신규 주택을 지었기 때문에 전국에서 구도심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기존 건물이나 시설, 공간을 때려 부수고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었던 탓에 오늘날까지 근대문화가 잘 보존된 곳으로도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가 인천 개항로 일대를 주목한 이유다. 인천 중구 신포동 입구에서 배다리 헌책방거리까지 약 600m의 개항로 일대는 조선 말기부터 번화가였던 곳으로 아직도 병원, 회사, 영화관 등 근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이 대표는 “구도심이 건재하다는 것은 지역이 낙후돼 있다는 의미이면서도 오래된 역사가 잘 보존돼 있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보다 앞서서 산업 혁명을 이뤄낸 나라의 대다수 공장도시는 이렇게 오랜 역사와 함께 새로운 창업자들의 상점이 어우러지며 현재 문화·관광 도시로 바뀌었다. 일본의 요코하마, 미국의 뉴욕, 영국의 리버풀 등이다. 개항로 일대는 그 다음 차례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90년대 이후 구도심 상권이 몰락하며 수십년간 공실로 비어있던 건물을 개조하기 시작한다. 과거에도 통닭을 팔던 호프집의 인테리어를 개조해 ‘개항로 통닭’을 팔기 시작하고 산부인과, 이비인후과는 카페로 변한다.

    [땅집고] 이비인후과를 개조한 카페 브라운 핸즈. /ⓒ개항로 프로젝트

    [땅집고] 산부인과를 개조한 카페 라이트하우스. /ⓒ개항로 프로젝트

    이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또 다른 고민을 하게 된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인천 개항로만의 콘텐츠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문제였다. 인천 개항로가 주목을 받더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되면 서울 성수동이나 연남동 상권 등 다른 상권에도 우후죽순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게 되면 인천 개항로를 찾는 발길은 점점 줄어들테고 결국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때 이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노포’다. 이 대표는 노포를 콘텐츠로 내세우는 것이 최근 트렌드와 걸맞으면서도 이 일대 지역 주민과도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봤다. 이 대표는 “최근 사람들이 규격화된, 따라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루해 한다”며 “로컬 콘텐츠는 그 지역의 시간과 철학인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에 와야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사람들이 일본에 가서 료칸을 체험하고, 독일에 가서 맥주를 마시는 것처럼 개항로에 와서 개항로 맥주를 마시고 이곳의 정취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가 노포”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사들인 건물 인근에는 40년 이상 된 노포가 60개 넘게 있다. 이들 노포는 인천의 번화기 때 상권의 부흥을 주도했던 상점들이다. 전국 최초의 쫄면 제면소인 ‘일광제면’, 포스터로 벽화를 내걸었던 영화관, 50년째 운영하는 목공예품 공작소 ‘전원공예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이들 점포의 역사와 특화된 제품을 스토리화 해 SNS를 통해 알리기 시작했다. 이 노포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개항로를 찾고 있다. 이 대표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땅집고] 개항로 맥주 포스터. 영화벽화 작가였던 영화관 대표를 모델로 기용했다. /ⓒ개항로 프로젝트

    노포 점주들과 함께 만들어 낸 ‘개항로 맥주’는 상생의 대표작이다. 배다리에서 50년간 간판에 각인을 새겼던 공예사가 맥주 로고를 만들고 중구 항동 부둣가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인천맥주’ 대표가 맥주를 유통한다. 광고 포스터 모델은 동인천역 인근에서 벽화 미술을 하던 영화관 대표를 기용했다.

    개항로 일대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또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겼다. 상권이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의 상업화로 원주민이 이탈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권에 사람들이 모이면 땅값이 뛰고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올려 결국 세입자인 창업주들이 내쫓기는 신세에 처하게 된다. 이날 강연에서도 한 청중은 이 대표에게 젠트리피케이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 대표는 “현실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점주들이 직접 건물을 사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현재 건물을 사서 상권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 노포의 경우에도 전성기 때 돈을 번 분들이라 70~80%는 자가 건물”이라며 “또 아직은 건물값이 비싸지 않은데다 임대료가 크게 오르지 않은 상황이어서 젊은 창업주들에게는 개항로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협을 덜 받으면서 새롭게 꿈을 펼 수 있는 터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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