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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연립빌라 '통매각' 바람, 왜?…"돈 되니까"

    입력 : 2022.08.30 08:32

    [땅집고] 서울 성수동 카페거리에서 경수중학교 방면으로 10분쯤 걷다보면, 학교 맞은편에 규모가 작고 오래된 빌라를 만날 수 있다. 이 빌라는 3층짜리 가동과 나동 총 2개 동에, 39가구 규모로 1982년에 지은 연립주택이다. 주변에는 이 정도 크기의 빌라들이 몇 개 더 모여 있다.

    빌라 주민들은 지난해 6월 재건축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근에 다른 소형 노후 단지들과 함께 소규모 재건축 조합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자발적으로 조합을 해산했다. 대출 금리 인상, 분양 시장 위축, 재건축 규제 완화의 불투명성 등으로 사업성이 낮아진 재건축 대신 법인 등 기업에 빌라 전체 가구를 통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빌라 뿐 아니라 최근 성수동 빌라 시장에는 기존에 해오던 정비 사업을 중단하고 빌라 전체를 통매각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땅집고]최근 재건축 사업을 포기하고 주택 통매각에 나선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장안타운 연립빌라. / 김리영 기자

    ■ 성수동 빌라시장 ‘통매각’ 바람…“재건축 보다 더 이득”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장안타운 소규모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이 지난달 총회를 열고 조합을 해산하기로 했다. 재건축 규제 등으로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한 조합은 재건축 대신 연립주택 39가구 전체를 통째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장안타운과 두 블록 떨어져 있는 홍익주택도 최근 한 법인이 3개 동 44가구를 전부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인은 해당 부지에 상업용 건물을 새로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성수동 상권에 신축 건물을 짓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많아 주민에겐 통매각이 더 이득일 수 있다”고 했다.

    [땅집고] 성수동 카페거리 일대. / 김리영 기자

    성수동의 경우 상권이 발달하면서 땅값이 크게 치솟았다. 성수동에는 또 현대글로비스, SM엔터테인먼트, 크래프톤 등 대기업들도 앞다투어 들어오면서 업무지구로도 발전하고 있다.

    법인 또는 기업이 부지를 사들이는 것은 다양한 수익형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단지 부지를 용도 변경해 상업용 건물로 신축할 경우 주택보다 규제가 덜해 이 같은 주택 통매각 방식은 기업에게 다방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성수동은 준공업지역이어서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높일 수 있고, 일반 상업건물이나 운영 중인 공장을 사들이는 것보다 거래도 수월한 이점이 있다.

    성수동 전철 2호선 뚝섬역 바로 앞에 있던 태림맨션도 2014년 통매각을 통해 지식산업센터 ‘서울숲A타워’로 탈바꿈했다. 매입당시 땅값(공시지가)은 1㎡당 366만원이었지만 현재는 951만원 수준이다. 홍익빌라의 경우 상업용 건물 신축을 위해 약 8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당 1억2000만원이 넘는다.

    ■ 81㎡ 연립빌라 최고 호가가 22억…“통매각, 성수동만의 특수 사례”

    이 때문에 최근 성수동 빌라 중 재건축이 예정된 연립빌라들의 가격도 오름세다. 성수동에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한 연립빌라는 지난해 초 7억4000만원 수준이었던 몸값이 최근 15억원까지 치솟았다.

    서울숲역이 가까운 성수동 1가의 재건축 추진 연립빌라 81㎡는 호가가 20억~22억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1억원 가량 올랐다.

    서울숲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조합이 설립되자마자 가격이 10억원 정도 치솟았고 주택 경기가 위축된 현재에도 가격이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며 “재건축을 해도 이득인 단지도 아직 남아있고, 통매각이란 차선도 있기 때문에 이 일대에선 재건축처럼 통매각도 하나의 호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강남과 같은 업무지구에서는 단독주택을 용도 변경해 근린생활시설로 바꾸는 식의 거래가 활성화하고 있다, 성수동도 이 같은 케이스로 봐야 한다”며 “성수동도 최근 상권이 발달하고 업무 단지가 많이 들어서면서 주택 통매각 사례도 나오는 것인데, 다만 성수동만의 특수한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성수동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달리 현재 땅값이 너무 올라서 주택 재정비 사업 개발로 인한 수익보다는 통매각 차익이 훨씬 클 수 있어, 통매각 사례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다만 건물을 신축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높아진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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