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29 04:19 | 수정 : 2022.08.29 04:33
[땅집고] “부처님 위로 케이블카 타는 자는 평생 재수 없다!”
경남 사천시의 관광 명물로 꼽히는 ‘사천바다케이블카’를 타고 가다보면,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마주하게 된다. 빨간 글씨로 제작된 터라 사람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이 현수막이 설치된 곳은 삼천포 각산 아래 있는 사찰 ‘대방사’의 지붕 위다. 케이블카가 사찰 건물 상공을 지난다는 이유로 스님들이 케이블카에서도 잘 보이게 사찰 지붕 위에 현수막을 펼쳐놓은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저주의 현수막’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천시는 2017년 초양도와 각산을 연결하는 총 2.43km 길이의 케이블카 설치 공사에 착수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사천시 일대의 빼어난 산과 바다, 섬 등을 관광자원화 함으로써 더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각산에 있는 사찰인 대방사 측이 케이블카 설치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케이블카가 사찰 건물 상공 100m~200m 위를 지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운행이 되면 소음공해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케이블카는 스님들이 생활하는 요사채까지 직선으로 80m, 수행공간까지는 100m 상공을 지나도록 설치됐다.
이에 대방사는 2017년 소음공해와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케이블카 공사 중지를 사천시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케이블카카 완공한 2019년에는 사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케이블카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수인한도인 55데시벨을 넘지 않는 데다가, 케이블카 운영이 사천시 일대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공공성 및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대방사의 도안스님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낮에는 케이블카와 승객에게서 발생하는 소음에 시달리고, 밤에는 조명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며 “혹여 케이블카에 탄 승객이 볼까 봐 마당에 함부로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천시는 대방사측 주장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미 법원 판결도 문제 없다고 난 만큼, 사찰 승려들을 위해 케이블카 운영을 중단할 명분이 없으며 별도의 피해 보상금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방사는 사천시가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논란이 된 현수막을 치우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방사 소속 승려들은 사천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 의견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부처도 소음공해, 사생활침해 앞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 않나”, “하루 종일 케이블카 소음에 시달린다면 수양하는 데 적지 않은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아무리 그래도 마음수양한다는 스님들이 케이블카를 탄 승객에게 악담을 퍼붓다니 너무하다. 승객들이 무슨 죄냐” 등의 주장도 적지 않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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