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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수억씩 뚝뚝…비틀대는 1기 신도시 집값

    입력 : 2022.08.27 09:28

    /조선DB

    [땅집고] 정부가 8.16 대책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예정보다 늦은 2024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1기 신도시 중 기대감이 가장 컸던 분당과 일산 등 집값 추이에 관심이 모인다. 두 지역은 최근까지도 1기 신도시 특별법 기대감으로 집값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분당의 경우 신축이나 대장 아파트는 그나마 가격 방어를 하고 있지만, 구축 단지를 시작으로 조금씩 급매물 거래가 나오며 하락 전조 증상을 보인다. 일산은 집값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비 정책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되살린다면 1기 신도시 집값 하락을 방어하겠지만, 실기할 경우엔 집값이 크게 빠진다고 보고 있다.

    [땅집고]서울 강남 타워팰리스와 함께 2000년대 초반 주상복합 전성기를 누렸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파크뷰 아파트. /네이버 로드뷰

    ■분당 고가 대장아파트, 집값 방어 중…구축 단지 급매물 4억원 안팎 ‘뚝’

    분당에서는 고가 대장 아파트가 거래절벽 속 간간이 신고가를 터트리며 집값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구축 단지를 중심으로 실망 매물이 소진되면서 하락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파크뷰’ 전용 139㎡는 올 7월 26억5000만원으로 신고가를 찍었다. 준공 19년 차를 맞은 1829가구 대단지다. 직전 거래가인 4월보다는 7000만원, 작년 10월보다는 1억5000만원이 오른 금액이다. 준공 20년 차의 540가구 규모 정자동 ‘분당아이파크1’ 전용 170㎡는 지난달 직전 거래가보다 1억원이 오른 22억원에 매매 거래를 체결했다.

    반면 일부 분당 구축 단지에서는 수억원이 떨어진 급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992년8월 준공한 710가구 규모 이매동 ‘이매청구’ 전용85㎡ 매맷가는 1년전 최고가인 16억3000만원에서 올 7월말 11억7000만원으로, 4억6000만원이 급락했다. 1994년5월 준공한 820가구 금곡동 ‘청솔마을7단지대원’ 전용 85㎡ 매매가격은 작년 4월 13억4500만원에서 올 7월 11억원으로 2억50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준공 14년 차를 맞은 348가구 규모인 삼평동 ‘봇들9단지휴먼시아어울림’ 전용 115㎡는 지난해 6월 26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올 6월 22억5000만원으로 4억원이나 떨어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원래 집값 하락 전조증상은 도심 중심이 아닌 외곽지부터 나타난다. 구축 단지의 급매 거래도 하락 시그널로 해석하는 이유”라며 “1기 신도시 중에서는 분당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여타 1기 신도시가 다 하락세로 전환하고 나면 분당에서도 하락 거래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원시티1블럭'./직방

    ■일산은 더 최악…신축 구축 모두 2억 이상씩 하락

    일산은 신축이나 구축 구분 없이 집값이 빠르게 빠지고 있다. 대부분 단지에서 2억원씩 떨어진 하락 거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2019년8월 준공한 297가구 규모 신축단지인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킨텍스원시티1블럭’ 전용 84㎡는 작년10월 17억원으로 일산동구 일대 최고가를 찍었다. 그러나 올 8월 14억5000만원으로 2억5000만원이 뚝 떨어졌다.

    같은 시기 입주한 인근의 ‘킨텍스원시티2블럭’ 전용 84㎡는 올 3월까지도 16억5500만원으로 신고가를 찍었으나, 5월 14억5500만원으로 하락 거래됐다. 1100가구 규모의 입주 4년차를 맞은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꿈에그린’ 전용 84㎡는 지난해 8월 14억7000만원으로 서구에서 처음으로 15억원 가까이 올랐다. 올 7월 12억5000만원으로 2억원이 넘게 떨어졌다.

    일산서구 장항동 레이크부공인중개사사무소의 이상표 대표는 “지금 일산 일대 부동산은 하향 관망세로 돌아섰다. 일부는 1기 신도시 특별법 연기 때문에 떨어지고 있지만, 일산은 원래 재건축∙재개발을 어렵다고 보는 동네”라면서 “당시 기대감으로 반짝 떴던 단지들도 부동산 침체∙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다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

    ■ 수도권 집값, 10년 만에 최대폭 하락…분당·일산이 하락세 견인

    통계에서도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특별법 지연에 따른 후폭풍이 큰 하락 폭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중 중동(0.00%)을 제외한 나머지 신도시 모두 떨어졌다. ▲평촌(-0.07%) ▲일산(-0.06%) ▲분당(-0.02%) ▲동탄(-0.02%) ▲산본(-0.01%) 등이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은 하락 폭이 더 크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 10년 만에 최대 폭인 -0.18%로 떨어진 가운데 1기신도시 분당·일산이 하락세를 견인했다. 8월 넷째주 수도권 아파트값은 -0.18%를 기록했다.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는 -0.06%에서 -0.12%로 하락폭이 2배로 늘어났고, 분당신도시가 있는 성남시 분당구는 지난주 -0.07%에 -0.13%로 낙폭이 2배 가까이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의 경우 1기 신도시 특별법 기대감으로 집값이 뛰었으나, 새로운 후속 발표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당분간 재건축 이슈가 되살아나긴 힘든 데다가 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 악재가 확실한 상황”이라며 “1기 신도시 집값은 결국 크게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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