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26 13:26
[땅집고] “이달 강릉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어요. 미리 눈여겨보던 업소는 이미 만실이고…. 평소 10만원이던 다른 업체 숙박비가 20만원까지 뛰었는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예약했죠. 이것도 그나마 싼 편이었거든요.” (30대 오모씨)
“제주도 여행 계획을 지난 5월부터 세웠는데, SNS에서 조금이라도 입소문 난 숙박업소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풀방’이더라고요.” (30대 최모씨)
최근 국내 숙박업계가 역대급 활황을 누리고 있다. 모텔은 물론이고 비즈니스호텔이나 4~5성급 고급호텔까지 모두 폭발적인 예약률을 기록 중이다. 올해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자 국내 여행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 19 로 전국 곳곳 모텔과 호텔이 줄폐업을 면치 못했던 것과 정반대 분위기로 돌아섰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제주도 등 유명 관광지에선 웬만한 숙박업소마다 향후 몇 달치 예약이 이미 꽉 차있고, 숙박료도 코로나 이전 대비 최소 2~3배 이상으로 뛰어 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유명 관광지 몇 달치 ‘풀방’…동네 모텔도, 5성급 호텔도 ‘꽉꽉’
숙박·여행업계에선 최근 모텔, 비즈니스호텔, 고급호텔 등 상품 유형과 관계 없이 모든 숙박시설이 성업 중이라고 말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와 비교하면 예약률과 매출이 동시에 뛰었다는 설명이다.
중소형 모텔 등 숙박시설 예약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플랫폼 ‘야놀자’가 올해 7~8월 국내 숙소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예약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부터 최고급 호텔까지 예약 가능한 숙박업소 예약 어플 ‘지냄’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15배(1390%) 정도 증가하면서 창립 이래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성은 야놀자 그로스마케팅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여행 심리가 확실히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고유가·고환율 등 여파와 국가별 개방 정책 차이 때문에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 수요가 훨씬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숙박료가 비싼 호텔도 마찬가지다. 올해 2분기 호텔신라의 호텔·레저사업부문 매출액은 총 15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는데, 매출이 다시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코로나 전인 2019년 4분기 이후 2년 반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영업이익 206억원)를 기록했다. GS리테일의 호텔사업부 산하 ‘파르나스호텔’의 2분기 매출액은 818억원으로 전기 대비 55.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81억원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A호텔 관계자는 “코로나가 극성이던 지난 2년여 동안은 숙박업계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 객실 예약률이 저조했던 것은 물론이고 연회장 등 공간 대여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며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로는 객실 가동률이 확실히 정상 궤도에 올라, 그동안 입었던 손실을 톡톡히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 시기 숙박업소 줄폐업…‘빈 방 품귀’ 현상에 숙박료 배로 뛰어
숙박업계가 활황인 배경을 시기적으로 분석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이어 7~8월 여름 휴가철 성수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여기에 공급량 감소가 활황세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코로나 시기에 객실 가동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모텔은 폐업 후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변경하고, 부지와 건물을 매각하는 호텔도 적지 않았다. 엔데믹으로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크게 줄어든 탓에 살아남은 숙박업체들이 유래없는 성업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휴·폐업한 관광숙박업소(호텔·콘도)는 총 99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보다 폐업한 사업장 수가 63% 증가했다. 서울에선 ▲이태원 크라운호텔 ▲아벤트리 종로 ▲강남 르메르디앙 ▲서초 쉐라톤 팔래스 강남 등 굵직한 호텔들이 주상복합시설 개발 목적으로 줄줄이 매각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텔이나 호텔이 한 번 폐업하면 다시 숙박업 허가를 받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지난 2년여 동안 줄폐업한 숙박시설에 비해 공급은 이뤄지지 않아 ‘빈 방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
모텔 등 일반숙박시설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중위생관리법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인근 도로·소방요건 등 세부적으로 충족해야할 기준이 많고 주민들 민원을 고려해 학교와의 거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에선 신규 허가를 받기가 까다롭다. 호텔은 문하관광부 산하 관광진흥법 허가를 받도록 되어있다. 건물 크기에 따라 인접 도로폭이 8~12m 이상 되어야 한다. 대로변을 낀 땅을 구하기도 어렵고, 매물이 있어도 땅값이 비싼 탓에 새롭게 개업하는 호텔이 드물다.
공급은 줄고 수요가 늘면서 ‘방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이는 숙박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부산·속초·제주 등은 물론 여름 성수기 휴가지로 인기가 많은 지역의 숙박업체의 경우 예약 자체가 힘들 뿐더러 평소보다 2배 이상 뛴 숙박료 때문에 예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것처럼, 각 숙박업체마다 업계 활황세를 틈타 숙박료를 인상하고 있다. 평소 선호도가 떨어지는 업체도 최소 몇만원씩은 금액을 인상해둔 상황”이라며 “다만 최근의 품귀 현상이나 숙박료 인상 추이는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9월 이후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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