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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떨어지는데 여기만 폭주?"…'군산 집값 폭등' 통계의 진실

    입력 : 2022.08.26 07:18

    [땅집고]한국부동산원 월간통계에 따르면 7월 전북 지역 매매가격지수는 0.31%로,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군산 집값 상승률은 0.86%로 전북의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원

    [땅집고] “군산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요? 실거래가만 확인해도 몇천만원, 몇억씩 떨어진 게 수두룩한데 대체 어디가 어떻게 올랐다는 건지 저희가 되묻고 싶네요. ”

    최근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자료를 보면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 속에도 전라북도 지역이 나홀로 심상찮은 집값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군산이 압도적으로 집값 상승률 1위를 차지하면서 전북 집값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현지 분위기는 부동산원의 통계와는 전혀 달랐다. 군산 역시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파고를 겪으면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거래가 끊기고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부동산 업자들은 통계와 현실이 따로 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원이 너무 적은 표본으로 통계를 내면서 실제 현장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땅집고]한국부동산원의 7월 시도별 매매가격지수 통계. /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월간통계에 따르면 전북 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3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전국은 -0.08%, 서울은 -0.09%, 수도권은 -0.14%로 하락세를 이어간 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전북의 상승세를 주도한 곳은 전북 군산이다. 군산 집값 상승률은 0.86%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부동산원은 “군산시는 사정·경장동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정작 현지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집값은 계속 내려가고 있고 집값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꼽힌 사정·경장동은 아파트 단지가 몇 없는 오래된 동네이기 때문이다. 경장동에는 2004년 입주한 173가구 규모의 ‘오르빌’ 한 단지만 있다. 사정동에는 각각 1993년과 1996년 입주한 342가구 규모 ‘금호타운 1차’와 358가구 규모 ‘금호타운 2단지’ 두 곳 밖에 없다.

    심지어 이 3개 단지 실거래가 추이를 봐도 상승 폭은 크지 않다. 사정동 ‘금호타운2단지’ 전용 84㎡ 거래가는 2월 1억3700만원, 6월 1억5900만원에서 8월1억6500만원으로 올라 신고가를 찍었다. ‘금호타운1차’ 전용 73㎡는 8월 1억20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3000만원 가량이 올랐다. 반면 8월 경장동 오르빌 전용 60㎡는 한달 전보다 1000만원 가량이 떨어진 9450만원에 거래됐다.

    [땅집고]군산시 사정동 '금호타운2단지' 전경./직방

    나운동의 D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500가구도 안 되는 1억원대 구축 단지 몇 개가 군산 전체의 시세를 주도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하도 거래가 안 돼서 부동산마다 우는 소리만 하고, 고점에 산 현지인 집주인 대다수는 호가를 내려도 집이 팔리지가 않아 울상”이라고 말했다.

    현지 상황은 거래량을 보면 알 수 있다. 땅집고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신고된 거래건수를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올해 7월 군산 아파트 거래량은 246건에 불과하다. 작년 같은 기간 611건, 2020년 485건과 비교하면 최대 2.5배가 줄어든 수치다. 올 7월 거래 건수 중 매매가 1억원 미만 거래 물량은 140건으로 절반에 가깝다. 1억원~2억원 사이 물량까지 합하면 214건에 달한다. 빌라나 단독주택 거래도 많지 않다. 7월 연립 다세대 매매 건수는 총 14건, 단독 다가구 매매건수는 42건에 불과하다.

    신축 대장 아파트 집값은 특히 하락세를 보인다. 2020년 입주한 조촌동 ‘e편한세상디오션시티2차’ 전용 84㎡는 올 3월 5억4800만원을 찍었으나, 6월 5억1500만원으로 떨어졌다. 2018년 입주한 인근의 ‘e편한세상디오션시티’ 전용 84㎡는 지난해 7월 5억4700만원로 신고가를 찍었으나, 올해 7월에는 4억6000만원까지 내려왔다.

    지난 2017년 중단된 현대중공업 군산공장이 내년부터 재가동하고 군산 신역세권 개발 사업,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등 여러 개발사업이 군산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군산은 지금 딱히 호재가 없다. 현지에선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재가동이나 새만금 개발 등은 집값을 움직일 만한 호재라고 보지 않는다”며 “주로 외지인들이 투기를 위해 사거나 일부 실거주를 목적으로 현지인이 매입하는 1억원대 저가 매물만 거래되고 있는 것이 실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원이 턱없이 적은 표본으로 통계를 내 실제 시장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적은 통계 표본으로 통계를 뽑아내서 현지 상황과 괴리가 생겼다”면서 “신규 거래가 워낙 적다 보니 거래가 하나라도 이뤄지면 바로 큰 상승으로 통계가 잡힌다. 다른 하락 거래 단지를 표본으로 잡으면 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잡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간 통계인 KB부동산의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대비 7월 군산 주택가격 상승률은 0.15%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0.00%), 서울(0.07%) 등보다는 높지만, 인천 미추홀구(0.97%), 광주 광산구(0.73%), 경북 안동(0.76%) 등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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