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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대 땅 경매 넘어갈 판"…용인시 딴지에 발목잡힌 개발사업

    입력 : 2022.08.25 07:24

    [땅집고]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지구 미승인 부지를 매입한 지역주택사업추진위원회가 용인시의 석연치 않은 반대에 발목이 잡혀 5년째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부지 매입에만 대출금을 합쳐 1000억원이 넘는데, 대출 만기까지 임박하면서 땅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

    [땅집고] 성복지구 위치. /조선DB /사진 교체 예정

    용인수지지역주택사업추진위원회가 사들인 땅은 2002년 경기도가 취락지구로 지정해 개발 계획을 승인한 ‘성복지구’(10만6470㎡) 일부로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211-1 일대다. 신분당선 성복역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 시행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부지다.

    현재 미승인 부지 2만9773㎡를 제외한 땅은 개발이 완료돼 아파트가 입주한 상태다. 조합은 2017년 미승인 부지의 69%에 해당하는 2만129㎡를 사들였다. 전체 땅의 3분의 2를 보유하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는 도시개발법 환지방식에 따라 추진위는 부지 매입 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부지 매입에 든 비용은 1028억원이다. 조합원 400여명이 갹출한 600억여원과 대출액 459억원으로 마련했다.

    [땅집고] 용인수지지주택이 매입한 토지 현황.


    [땅집고] 용인수지지역주택조합 도시개발사업 재무보고서. /조합 제공

    땅만 사들이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았던 사업은 그러나 용인시가 미승인 부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주지 않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해당 부지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돼야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수립계획에 따른 시행자 선정 과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사업시행 첫 단추도 끼지 못한 채 5년째 하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용인시는 20년 전 성복지구를 개발하기로 했던 건설사들과 먼저 합의를 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성복지구가 취락지구로 지정된 직후인 지난 2003년 당시, 6개 건설사(일레븐, 경오, 풍산, 디에스디 부림, 케이에스케이펀드, 제니스)들을 주축으로 ‘성복신도시개발위원회’가 구성됐다. 용인시는 개발위원회에 5500억원에 달하는 기반시설부담금을 부과했고, 개발위는 개발허가권한을 가지게 됐다.

    용인시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성복지구 미승인 부지에 대한 개발 권한도 성복도시개발위원회에 속한 건설사에 있다는 주장을 편다. 용인시 측은 “성복지구의 미승인 부지로 남아있는 구역이 당초 성복신도시개발위원회에 속한 제니스건설이 사업부지로 계획했던 토지"라며 "제니스건설은 기반시설부담금 납부 의무에 따라 의무를 이행했기 때문에 아직 토지 사용권이 유효해 제니스건설과의 협의 없이 도시개발 구역으로 지정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인시의 답변은 어폐가 있다. 지난 2018년 성복신도시개발위원회 멤버였던 제니스건설이 용인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따르면 제니스건설은 ‘연접부지(미승인) 토지 매수 작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용인시에 기반시설부담금 반환을 요구했고, 이에 법원은 용인시에 손해배상지급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지역주택사업추진위 측은 2020년 용인시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개발허가권이 여전히 유효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사업 승인에 대한 의사 결정은 용인시 재량에 달려있다며 용인시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도시개발과 같은 행정계획에 관해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행정주체인 용인시에게 사업 승인·허가 등에 있어 재량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땅집고] 용인수지지역주택사업추진위원회 측이 용인시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판결문 일부. 1심 법원은 도시개발사업 승인·허가 등에 대한 의사 결정은 행정주체인 용인시에 재량권이 있다며 용인시의 손을 들어줬다.

    추진위 측은 “20년 전 부과한 고지서를 명분으로 용인시가 시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막고 있다”며 “사실상 건설사가 부담금을 내지 않았는데도 법원에서 개발 허가권을 인정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미 건설사로부터 기반시설부담금을 수령한 용인시가 법원 판결을 빌미로 정당한 사업진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용인시는 제니스건설과 권리관계가 엮여 있어 나서서 제니스건설과 토지소유주 간 갈등을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용인시가) 행정청에 개발 계획 수립에 대한 재량권이 있다는 판결을 토대로 법 위에 행정을 할 수는 없지 않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대로 진행한다면 토지 소유권자(추진위)와 사용권자(제니스건설)가 일치하지 않은 채 부지가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오는 10월이면 조합이 토지 매입 비용으로 조달했던 대출 만기가 도래한다. 대출 연장을 시도할 수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발 승인이 나지 않으면 조합이 매입한 부지는 경매에 넘어가게 된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면서 조합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조합원 B씨는 “과거에 사업을 포기한 건설사들이 땅값이 오르자 다시 개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부지가 경매에 넘어가게 됐을 때 저가에 낙찰받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하려고 용인시와 짬짜미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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