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23 14:43
[땅집고] 영국 리버풀에서 건물 사이에 한옥 한채가 비스듬이 끼어있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개된 사진에는 평범한 두 건물 사이 한옥이 공중에 껴있어 두 눈을 의심케 한다. 낡고 평범한 두 건물 틈 사이에 낀 한옥은 단번에 리버풀 거리의 명물로 떠올랐다.
이 한옥은 설치미술가 서도호 작가의 ‘집 속의 집’이라는 작품이다. 지난 2012년 리버풀 비엔날레와 같은 해 광주 비엔날레에 출품된 설치 미술 작품이다. 이미 10년 전에 공개된 작품이지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환돼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작품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옥을 영국 리버풀까지 실어다가 두 건물 사이에 설치했다. 서 작가는 두 건물 사이 끼어있는 익숙한 한옥을 통해서 낯설고 새로운 대도시에 새로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겪는 문화적 차이,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관계 등을 표현했다고 한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해리포터의 나라답게 마법을 부린거 아니냐” “숨겨진 의미를 알면 의미 있는 작품”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도호 작가의 작품은 영국 런던에서도 만날 수 있다. 런던 리버풀스트리트역 근처 웜우드가(街) 육교 위다. 대나무로 둘러싸인 한옥이 육교에 걸쳐 있다. ‘브리징 홈, 런던(Bridging Home, London)’이라는 야외 설치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있다. 서 작가는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성북동 전통 한옥에서 살았고 미국과 영국 등에서 거주한 개인적 체험을 건축으로 표현했다. 서울대 동양학과 학·석사와 예일대 조소과 석사 과정을 거쳤으며, 현재 뉴욕과 런던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집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다루는 이유에 대해 “모든 것이 내 집이면서 그 어느 곳도 내 집이 아니다”며 “한국을 떠난 뒤 집은 내게 하나의 관심사로 존재하기 시작했고 나를 사로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해외에 머물렀던 그에게 한옥은 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준 도구가 아니었을까.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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