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22 16:46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 소규모주택정비사업 관리지역 후보지 14곳을 발표했지만 이 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경우 권리산정일기준 등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관리지역 지정이 지연되면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관리지역'은 노후 저층주거지 난개발을 방지하고 주택정비사업을 계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제도다. 공공이 기반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용도지역 상향, 통합개발 허용 등의 규제 특례를 적용해 민간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국토부가 후보지를 확정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확보해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시·구 차원에서 관리계획안을 시·도에 제출하면 시·도가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지를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국토부에서는 기반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국비를 지원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4차례에 걸쳐 소규모주택정비관리 후보지를 공모해 62곳을 선정, 발표했다. 이 중 서울은 ▲금천구 3곳 ▲양천구 1곳 ▲종로구 1곳 ▲중구 1곳 ▲성동구 1곳 ▲중랑구 3곳 ▲강서구 2곳 ▲마포구 1곳 ▲송파구 1곳 등 총 14곳이 후보지에 선정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14곳의 후보지 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없다. 가장 큰 원인으로 예산 부족이 꼽힌다. 관리계획을 수립하려면 연구용역이 필요한데 지자체별로 용역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다르다보니 연구용역을 수주할 여력이 안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소규주택정비관리지역 후보지를 확정하면 기초지자체(자치구)가 예산을 확보해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예산이 부족해 올해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실시하지 못하는 구역의 경우 관리지역 지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서울시가 승인을 미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결과에 따라 서울시 주택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천구 일대 모아주택 추진위 관계자는 "관리계획은 지난해에 이미 수립하고 구청에 제출한 상태"라며 "하지만 서울시에서 승인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치구의 경우 소규모 정비사업 대신 다른 사업방식을 택하면서 관리지역으로 지정될 필요성이 없어진 것도 지정 사례가 없는 이유다. 양천구 가로 주택정비구역의 경우 소규모 정비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도심복합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리지역으로 지정될 필요가 없게 됐다.
문제는 소규모정비사업 관리지역 후보지의 경우 권리산정기준일이 없어 신축 다세대주택이 들어서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노후도를 충족하지 못해 자칫 사업 추진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비사업 예정지의 경우 신축 빌라업자들이 들어서 분양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데 서울시에서 인허가를 늦추면 노후도가 떨어지고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2022년 1월 28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정해 건물 신축을 제한한 것처럼 소규모 정비사업지에도 신축 빌라 난립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토부 측은 아직 사업이 구체화되지 않은 후보지에 거래에 제약을 두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체 도시를 계획하는 측면에서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 관리지역 후보지를 선정하기는 했지만 아직 정비사업 계획이 구체화하지도 않았고 추후에 구역이 변경될 수도 있는 상태에서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축 빌라 난립 우려에 대한 해결 방안을 검토 중이다”면서 “하지만 시장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아 해결 방안이 거래를 제한하는 등의 방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선 관리지역 지정이 잇따르고 있다. 1차 후보지로 지정된 수원(1곳), 성남(2곳), 동두천(1곳)이 올해 1월, 대전 동구(3곳)는 지난해 12월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2차 후보지 중 광명(1곳) 등도 지정이 완료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심의기준이 엄격하고 기초지자체별로 종상향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 관리계획을 심도 있게 진행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든다"며 "기반시설 국비지원을 위해 61곳 후보지들의 진행사항 모니터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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