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22 08:06
[조합장에게 듣는다] ②이종왕 흑석9구역 조합장
[땅집고] “당초 시공사였던 롯데건설과 법정 싸움을 벌이느라 조합원들이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버렸어요. 하지만 지난해 조합장 자리에 오른 이후 시공사를 바꾸면서 갈등을 봉합하고, 이달 이주까지 이끌게 되어 뿌듯합니다.”
한강변인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한복판에 있어 가장 ‘알짜’로 꼽히는 흑석9구역이 지난 18일부터 이주를 시작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여기까지 오는데도 탈이 많았다. 지난 문재인 정권 때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흑석9구역 내 25억원 상당 상가주택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흑석 선생’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사건도 있어, 흑석9구역 재개발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흑석9구역 재개발은 동작구 흑석동 일대 9만4579㎡에 지하 7층~지상 25층, 21개 동, 총 1536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당초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건설사와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현대건설로 시공사를 변경했다. 동작구 최초로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새 단지명은 ‘디에이치 켄트로나인’이다.
흑석9구역 이주를 이끌고 있는 이종왕(59) 조합장은 흑석동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지난해 조합이 시공사 선정 관련 잡음을 빚으면서 ‘흑석9구역 바로서기모임’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이 비대위 소속 대표 7명 중 한 명이다. 이 조합장은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지난해 7월 조합장으로 선출됐다”며 “흑석9구역이 긴 갈등 끝에 이주를 진행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땅집고가 흑석9구역 이주를 하루 앞두고 이 조합장을 만나 그동안 재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뒷얘기를 들어봤다.
-그동안 재개발을 진행하면서 가장 험난했던 과정을 꼽는다면.
“2018년 시공사로 선정했던 롯데건설과 법정 싸움을 벌인 일이다. 통상 정비사업에선 ‘시간도 돈이다’라고 하는데, 롯데건설과 갈등을 겪으면서 조합원들이 1년 반 이상이나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건설이 제안한 설계를 보면 아파트 단지를 최고 28층, 11개동으로 지으려 했다. 조합은 25층, 21개동 설계를 원했는데 이와 괴리가 컸다. 그런데 흑석9구역은 2종 일반주거지역이라 25층 층수 제한을 받는다. 그러니 서울시 심의에서 롯데건설의 28층짜리 설계가 부결될 수밖에 없었다. 즉 애초에 롯데건설이 서울시 인허가를 전혀 받을 수 없는 설계를 제안했던 것이다.
이후 롯데건설이 다시 25층, 16개동 설계안을 짜왔다. 이번에는 서울시에서 ‘촉진계획 때 설립했던 안에서 너무 벗어난다’는 이유로 다시 퇴짜를 맞았다. 그러나보니 조합원들 사이에서 롯데건설과는 재개발 사업을 같이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조합원들은 2020년 비상대책위원회인 ‘흑석9구역 바로서기모임’을 꾸린 뒤, 조합 집행부를 해임하고 롯데건설도 시공사에서 해지했다. 시공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자 롯데건설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조합이 승소했다.”
-시공사를 재선정할 때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은 없었나.
“당시 서울 곳곳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아파트마다 지역 대장주가 되는 분위기라, 흑석9구역을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서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가진 건설사를 골라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지난해 시공사 재선정 때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을 두고 조합원 투표를 했다. 현대건설은 일반 ‘힐스테이트’ 브랜드 대신 하이엔드인 ‘디에이치’를 제안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일반 ‘아이파크’ 브랜드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에 조합원들이 압도적으로 현대건설을 지지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면서 달라진게 있나.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고급화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설계 단계인데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을 취합해 현대건설에 반영해달라고 전달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강남 일대 새아파트에 적용된 커뮤니티 시설은 흑석9구역에도 다 들여보려고 한다. 탁구장, 헬스장, 스크린골프장 등 흔한 시설은 기본적으로 지양하기로 했다. 조합원 대부분이 청년층 자녀가 있는 40~50대면서 맞벌이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해 시설을 고를 예정이다. 아침식사를 챙길 시간이 없는 점을 배려해서 조식뷔페가 가능한 연회석, 자녀들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 4개풀 정도 규모의 수영장 등을 생각하고 있다. 물론 커뮤니티 시설을 고급화할수록 유지비 등 비용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에 추후 더 따져봐야 한다.
시공사를 변경하면서 주택 평면 설계도 변경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3베이’ 주택이 일부 있었는데, 이를 전부 ‘4베이’로 바꾸고 있다. 당초 용적률을 5% 정도 남기고 설계를 짰는데, 남은 용적률을 다 써서 소형 평수인 59㎡(25평)를 10가구 정도 줄이는 대신 110㎡(43평)를 기존 69가구에서 110가구 정도로 늘리기로 했다. 조합원들의 대형 평수 선호도가 전보다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것이다. 단지 외관에는 스카이브릿지를 적용하고, 커튼월로 마감하기로 했다. 올해 6월부터 설계 변경을 시작했는데 2023년 8월 정도면 마칠 것 같다.”
-‘한강뷰’가 불가능해 아쉽다는 말도 나온다.
“흑석9구역 위치상 대지 가장 북쪽에 들어서는 일부 동(棟)에서만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흑석9구역 북쪽으로 맞닿은 곳에 흑석1~2구역에 있는 점을 들어, 이들 구역이 재개발 사업을 완료하면 한강뷰가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주택이 들어서는 방향을 고려하면 흑석1구역은 우리 조망과 전혀 관계가 없다. 현재 흑석2구역은 계획상 48층 높이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3개동 뿐이라 완공하더라도 동 사이로 한강이 보이는 ‘사이뷰’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반분양가가 얼마나 될지도 관심사다.
“관리처분 당시 일반분양가를 3.3㎡(1평)당 2950만원으로 잡았다. 그러니 25평이 7억800만원, 34평이 10억300만원 정도됐다. 그런데 시공사를 변경하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공사비가 올랐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현대건설과 계약한 공사비는 평당 588만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결정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인근 용산구 한남3구역 조합에선 HUG로부터 일반분양가 5000만원 정도 허가는 받을 수 있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면 우리 흑석9구역도 4000만원대는 될 것이라고 기대 중이다. 25평 분양가가 9억6000만원, 34평이 13억6000만원 정도 되는 셈이다.”
-이주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법정 이주기간은 이달 18일부터 2023년 2월 18일까지다. 조합원들의 이주를 독려하기 위해 이주기간인 6개월 동안 월별로 차등을 둬서 이주촉진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빨리 나갈수록 많은 이주촉진비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1500만원까지로 책정했다. 나도 조합장으로서 솔선수범하려고 9월 중순에 이주하기로 했다.”
-앞으로 어떤 단계가 남아 있나.
“현재 이주와 동시에 설계 변경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2023년 8월까지 건축 사업시행계획을 완료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같은해 11월 착공하면 2024년 상반기에는 일반분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은 430가구 정도다. 계획대로라면 2026년 11~12월쯤 입주 가능하다.
그동안 시공사와 갈등을 빚는 바람에 흑석9구역이 재개발 과정에서 큰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조합원들께서 사업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이달 이주가 계획대로 잘 진행될 것으로 본다. 재개발 사업이라는 것이 조합원들의 재산권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이슈에 조합원들의 의견이 갈리게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일단 조합은 사업시행인가 때보다 더 나은 아파트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흑석9구역 ‘디에이치 켄트로나인’이 동작구 흑석뉴타운의 랜드마크 단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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