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19 07:34
[땅집고] 지난 16일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첫 공급 대책 중 가장 빨리 시행되고, 현실성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책으로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가 손꼽힌다. 다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은 법을 바꿔야 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반면, 안전진단 완화는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정부의 의지만으로 추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 안전성 비중을 대폭 낮추고,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적정성 검토 등의 까다로운 절차도 건너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 안전진단 완화가 이뤄질 경우 최대 수혜 지역으로는 양천구 목동 재건축 단지가 꼽힌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시행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시점을 ‘연내’에 하겠다고 시점을 다소 모호하게 밝혔다. 양천구 재건축 예정 단지 아파트 주민들은 일단 안전진단 완화책에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시행 시기를 가늠할 수 없어 답답하다는 반응도 있다.
■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비중 40~30% 하향…목동 단지 대부분 통과할 듯
이번에 내 놓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대책 중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은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 재건축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 안전성 비중을 30~40%로 조정하겠다는 부분이다. 두번째, 평가항목 배점도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권한을 줬다. 세번째,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은 ▲구조안전성(50%)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25%) ▲주거환경(15%) ▲비용분석(10%)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가 완화하겠다고 밝힌 안전진단 평가 항목 ‘구조 안전성’은 건물의 붕괴 위험을 따지는 것이다. 안전진단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종전 20%에서 50%로 상향 조정했다. 주택 시장에선 이 규제가 사실상 재건축을 방해하는 규제로 작동했고 서울 도심의 주택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신호를 줬다. 그 결과 집값 폭등의 요인이 됐다.
실제로 이 규제가 시행된 2018년 이후 3년간 서울의 안전진단 통과 아파트는 5곳뿐이다. 기준 변경 전 3년간 통과 건수(56곳)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9·11단지, 노원구 태릉우성, 은평구 미성 등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이 안전진단 벽에 막혀 줄줄이 사업이 좌절됐다.
신시가지 아파트 중에서 안전진단 최종 관문이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6단지뿐이다. 이를 제외하고 1~5단지, 7·8·10·12·13·14단지는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를 신청해둔 상태이며, 9·11단지는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다. 현 정부에선 규제가 완화하면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중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9단지와 11단지는 안전진단 문턱을 수월하게 통과할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 목동 주민들 “언제 시행할지 알려달라”…공인중개사무소는 ‘잠잠’
하지만 양천구 재건축 예정 단지 주민들 반응은 의외로 미지근하다. 정부가 완화 방침을 밝힌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단 지적이다. 목동재건축연합 관계자는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구체적인 시기 정도는 확정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지금은 사실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다른 목동 재건축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은 “시행령으로 간단하게 고칠 수 있다고 하지만 어찌됐건 여소야대 국면에서 시행령 개정도 쉽게 되지 않을 것 같다.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국적인 주택경기 하락세의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규제완화 소식에도 시장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목동신시가지 5단지 83㎡는 발표 직후인 17일 21억원에 매물이 나왔는데 6월 거래보다는 50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신시가지9단지 비슷한 주택형도 20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이전 호가와 비교해도 큰 변화가 없다.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예전에는 대책 발표가 나오면 문의 전화가 쏟아지거나,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등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번 대책 발표 후에는 매수세에도 변화가 없고 가격도 그대로다, 잠잠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히려 이 같은 규제 완화가 공급확대 신호로 해석돼 가격 하락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안전진단 등의 계획이 구체화하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되레 공급 기대감과 최근 수도권 집값 하락세가 더해져 주택가격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정한 시기와 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s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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