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17 11:35
[땅집고] “분명 제가 점포를 세 놓을 때만 해도 세입자가 이 곳에서 요식업 장사를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지금까지 식당이 아닌 사무실 용도로 사용해왔더라고요. 이런 경우라면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정말인가요?”
상가 임대차 시장에서 세입자가 법률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건물주는 세입자가 권리금을 돌려받을 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 권리금이란 세입자가 건물에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쌓았던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매장 위치 등에 따른 이점 등을 고려해서 매기는 금액을 말한다. 서울 등 수도권 대형 상권에선 이 권리금이 점포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붙은 경우도 있다.
통상 세입자는 점포에 입점할 때 기존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내고, 추후 계약 기간이 종료한 뒤 구한 새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돌려받는다. 하지만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기간 중 대부분 시간 동안 정상적으로 장사하지 않았다면 권리금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상가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권리금을 거래할 새 세입자를 주선할 수 있고, 건물주도 해당 세입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다만 계약 기간 중 상당 기간 동안 세입자가 점포에서 장사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면, 건물주가 권리금을 보장하지 않더라도 추후 권리금 반환 소송에서 세입자가 패소할 확률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제10조의4, 제2항 제3호는 ‘임차인(세입자)이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거절해도 정당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세입자가 전체 계약 기간 중 1년 6개월 이상 건물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건물주는 세입자의 권리금 거래를 거절해도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때 세입자는 “건물을 사무실로 이용하긴 했지만,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냈으니 영리 목적으로 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권리금의 취지는 세입자가 해당 건물에서 장사하면서 상권을 형성하는 노력으로 쌓이는 가치이므로, 손님이 직접 오고 가는 수익 형태로 점포를 운영해야만 수익 목적으로 점포를 활용했다고 법률상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세입자가 임차한 건물에서 직접 장사하지 않았다면, 권리금을 보장받지 못할 뿐 아니라 계약갱신요구권까지 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상임법상 세입자가 장사할 목적으로 점포를 임차한다고 계약했으나 실상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 건물주가 갱신요구권을 거절하더라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세입자가 1년 6개월 이상 장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 거래를 인정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입자가 그동안 계약 기간을 잘 준수했고 임대료를 연체한 사실이 없다면 건물주가 권리금 거래를 수용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건물주 입장에선 세입자가 건물을 성매매 업소나 불법 도박 업소를 운영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제때 월세만 들어온다면 굳이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박탈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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