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16 07:53
[땅집고] “휴가도 반납하고 폭염 경보 때 사전점검을 다녀왔습니다. 하자는 손으로 셀 수도 없을 정도고 요즘 그 핫하다는 ‘똥방’까지 실제로 봤습니다. 에어컨도 안 틀어줘서 애들 보는 앞에서 쓰러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충격적인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 현장에 대한 글이 올라와 충격을 안겼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하자투성이인 것은 물론, 인부가 본 대변이 공사 현장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는 인증글이 올라왔다. 심지어 살인적인 더위에도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최소 3명의 예비 입주자가 사전점검 중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갔다고 했다.
문제의 현장은 부산광역시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P아파트다. 975가구 규모로,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단지다. 전용 84㎡ 분양권이 12억35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다. A씨는 ‘P건설인데 이래도 되나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3년 전 신혼부부 특공으로 7년 만에 아파트에 당첨됐다고 밝힌 A씨는 “휴가에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내 집이 생긴다는 기대감과 행복감으로 애들을 데리고 사전점검을 가기로 했다”며 “6일은 업체를 통해 사전점검을 의뢰하고 7일은 자녀들과 함께 갔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전 점검 직전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사전점검 하루 전날 건설사가 우편물을 통해 ‘사전점검 시 세대 내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알려온 것. A씨는 6, 7일은 부산에 폭염 경보가 내려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첫날 업체와 사전점검 현장으로 향했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6일 부산의 낮 최고기온은 33도로, 이틀째 폭염 경보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는 “첫날부터 하자가 너무 많아서 입주자 단체방에서 난리가 났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사전점검 현장 상황은 심각했다. 그는 “요즘 그 핫하다는 똥방도 있었다. 싸놓은 똥을 치우지도 않고 사전점검을 했다. 벽이라도 뜯으면 더 심했을 거 같은데 뜯을 수가 없어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첨부된 사진을 보면 공사장 쓰레기가 아파트 내부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고, 욕조에는 폐자재가 가득 쌓여 있다. 유리창이 아예 없거나 사이즈가 안 맞아 유리가 반만 달려 있는 곳도 있다. 또한 발코니 벽체 마감 불량, 천장 벽체 크랙·마감 불량, 주방상판 두께 불량, 중문과 문틈 벌어짐, 창문 불량, 창문 유리·유리틀·고무 누락, 창틀과 벽면 파손, 천장 돌출 불량, 천장 높이 불량, 현관문 스토퍼 누락, 깨져 있는 욕조 등 다수의 하자가 발견됐다. 도저히 9월 입주가 믿기지 않을 만큼 난장판이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에어컨 작동까지 안돼 사전점검에 왔다가 쓰러진 사람도 있다고 했다. A씨는 “7일 오후 내내 하자를 찾다가 더위 먹고 애들 앞에서 쓰러져 119구급대에 실려갔고 암 수술한 70대 조합원과 갓난아이 엄마 2명도 실려갔다”며 “함께 온 자녀들도 폭염 후유증으로 피부병이 생겨 고생 중”이라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경악하고 있다. 게시글에는 “입주자들이 합심해서 단체소송 가야 할 수준”, “15년된 우리 집보다 심각하다. 새 아파트 로망이 싹 사라진다”, “1군 건설사인데도 이렇다니 충격”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해당 건설사 측은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사전 준비가 소홀해 불편을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복도 끝에 위치한 배관이 지나가는 공간인 PS실(설비 배관) 내부에 인분을 확인해 즉시 처리조치했으며 전수조사를 통해 다른 곳에 인분이 없음을 확인했다. 사전점검에서 확인한 하자 문제는 입주 전까지 완벽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에어컨 미작동 건에 대해서는 “공사 일정 상 8월 중순 이후 냉매가스 주입과 시운전이 예정돼 있어 사전점검 시에는 에어컨 가동이 안 되는 점을 사전에 양해 안내드렸다. 사전점검 당일에는 생수와 부채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급차 출동 건과 관련해서는 “입주자 사전점검 기간 동안 119가 출동해 병원 이송한 사실은 1건이었고, 다른 조합원 2명에 대한 119 출동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 해명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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