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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주목한 'banjiha'…'월급 189만원·비정규직'이 산다

    입력 : 2022.08.12 07:29

    [땅집고]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과 주차장이 빗물로 가득한 모습이다. /장련성 기자

    [땅집고] 월 190만원을 버는 A씨는 서울 관악구에서 가족 2명과 함께 3년째 살고 있다. 보증금 500만원에 50만원, 투룸 구조의 집이다. 여름이면 침수, 벌레 등으로 시달리는 일이 많아 지상으로 이사를 가고 싶지만, 전월세 가격이 너무 올라 엄두조차 못 낸다. 예산 안에서 그나마 지하철역과 가깝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투룸은 반지하밖에 없다.

    최근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반지하’(지하 포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는 반지하를 주거용으로 쓰지 않도록 후속 조치한다고 공언했지만, 정교하고 촘촘한 이주 대책이 선행하지 않으면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거권이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땅집고]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 밑의 월세방을 구하면 반지하나 지하만 나온다. 지상으로 올라가면 보증금은 바로 2000,3000만원 수준으로 뛴다./네이버부동산

    ■주요 외신들, 서울 물난리 전하며 ‘banjiha’ 조명…“韓 빈곤층 특유 주택구조”

    반지하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슈다. 지난 9일(현지시간) BBC,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등 다수의 외신이 서울·수도권과 중부지방 일대 수해 상황을 전하며 반지하 주거 형태를 조명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어 발음 그대로 알파벳으로 옮겨 ‘banjiha’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NYT는 “이번 폭우에 반지하 주택에서 3명이 사망했다”며 ‘서울의 반지하 거주민 중 빈곤층이 많다’는 내용의 과거 기사를 소개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은 폭우 피해를 상세히 전하면서 반지하 주택에 대해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 영화 ‘기생충’에서 묘사된 비좁은 지하층”이라고 설명했다. AFP통신은 2012년 가수 싸이의 히트곡인 '강남 스타일'에 등장하는 부촌 강남구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땅집고]그림=김도원 화백. 자료=국토연구원.

    ■수도권 지하 임차가구 월평균 소득 182만원…52.9%가 비정규직

    실제 우리나라 반지하 거주 실태는 어떨까. 2020년 통계청 기준으로 전국에는 약 33만 가구가 반지하에 거주한다. 이 가운데 96%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반지하 집에는 주로 저소득층, 비정규직, 가족 단위가 많이 살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작년 4월 발간한 ‘지하주거 현황분석 및 주거지원 정책과제’에 따르면 2020년 수도권 지하주거 임차가구 월평균 소득은 182만원이다.

    이는 아파트 임차가구(351만원)나 저층인 집의 지상주거 임차가구(262만원) 소득 보다 낮다. 특히 아파트와는 2배 가까이 차이난다. 그나마 고시원·판잣집·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비주택’ 임차가구(150만원)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이다. 소득이 있는 가구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지하 임차가구(52.9%)가 아파트(14.3%)·지상 임차가구(28.5%)보다 높고 비주택(66%)보다 낮다.

    내용을 종합하면 반지하 주거민은 최저 소득층은 아니다. 그러나 반지하는 노년 가구주와 자녀양육 가구의 비율이 비주택보다 높다는 특징이 있다. 신림동 반지하에서 사망한 일가족 3명 역시 40대 자매와 초등학생 딸이었다.

    [땅집고]9일 오세훈 시장이 서울 신월동 싱크홀 현장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 오세훈, ‘주거용 반지하 퇴출’ 발표…전문가 “영구임대주택 공급 병행해야”

    폭우로 인해 반지하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내 주거용 반지하를 모두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기준으로 서울 시내 전체 가구의 5% 수준인 약 20만 가구에 달하는 지하·반지하를 주거용으로 사용하는데, 정부와 협의해 반지하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당장 이번 주 중에 건축허가 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각 자치구에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한다. 기존 지하·반지하 건축물은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주거용을 없애는 ‘일몰제’를 추진한다.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 이상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기존 반지하 세입자에게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하거나 주거바우처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2020년부터 공급한 공공임대주택 수는 2610가구로, 약 20만 가구에 달하는 서울 반지하 주거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반지하 거주민은 더 열악한 비주택이나 외곽지로 내몰릴 가능성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가 향후 장기안심주택, 매입전세주택, 공공전세주택 등을 활용해 연차·지역별 주거 이전 대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지하 퇴출은 공공임대주택 등 공급 계획 등 촘촘한 공급대책 마련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주거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안 되는 주거취약계층이다. 갑작스러운 주거난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영구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병행하면서 반지하를 없애야만 제대로 된 주거복지 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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