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11 07:41
[땅집고] 부동산 시장의 냉기류가 수도권 오피스텔 분양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청약 미달사태를 겪거나, 정당 계약기간 동안 당첨을 포기하는 청약자들이 속출하면서 초기 계약률이 10%대를 밑도는 오피스텔 단지들이 적지 않다.
지난 4년여 동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오피스텔이 아파트를 대체하는 상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청약 경쟁률이 높게는 수백대 1 을 기록했던 것과 정반대 분위기다.
■‘확’ 식은 청약열기…강남·비강남, 아파텔·하이엔드 가리지 않고 미분양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오피스텔 단지마다 청약 성적이 저조한 현상이 입지나 규모, 상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분양한다고 해서 ‘완판’을 장담할 수 없으며, 중소형 아파트와 평면을 비슷하게 구성한 ‘아파텔’이나 내부 시설을 고급화한 ‘하이엔드’ 등 상품과도 관계 없이 청약 미달 및 미계약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서초구 서초동에 분양한 ‘지젤 라이프그라피 서초’가 대표적인 미분양 오피스텔 단지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의 역세권 입지면서, 침실 2개의 전용 56~59㎡ 주택형으로만 구성해 중소형 아파트와 구조가 비슷한 점을 내세웠지만 총 399실 중 133실이 청약 미달됐다. 전체 가구수의 3분의 1이 미분양된 셈이다. 같은 달 인근에 분양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엘루크 서초’도 총 330실 중 108가구가 청약자를 찾지 못했다.
지난 6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분양한 ‘한울 에이치밸리움 더 하이클래스’ 오피스텔은 전용 50㎡대 분양가가 6억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총 128실 중 59실이 청약 미달됐다. 미분양 물량에 대해 이달 2일 청약 접수를 다시 받았으나 다시 9실이 미분양으로 남았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준강남’으로 통하는 과천시에선 ‘과천 힐스테이트 디센트로 2차’가 53㎡ 주택형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했으며, 경의중앙선 운정역 접근성을 내세웠던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 1단지’는 총 578실 중 64%(372실) 이상이 미분양됐다.
■아파트 시장 침체기·금리 인상 여파에 오피스텔도 된서리
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 거래시장에 한파가 불다 보니 오피스텔 청약 성적도 타격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초 가격이 너무 오른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로 수요가 쏠리면서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이 치솟았던 것인데,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면서 아파트 매수세가 끊기다보니 오피스텔 분양률 역시 하방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오피스텔이 아파트와 달리 정부의 분양가상한제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가 비교적 높게 책정된 것도 청약 성적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린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대출금리까지 올라 수요자들이 비싼 오피스텔 분양대금을 감당하기가 더 부담스러워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최근 수도권에 분양하는 오피스텔 단지마다 계약자들에게 중도금 무이자나 취득세 지원 등 금융 혜택을 제공하거나, ‘명품백’ 등 고가의 경품을 내건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청약률·계약률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땅집고 자문단은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면 아파트를 대체하던 오피스텔 등 상품에 대한 인기도 따라서 식을 수 밖에 없다”며 “오피스텔 단지마다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려는 노력으로 간단한 경품 행사부터 크게는 분양가 할인까지도 불사하겠지만, ‘완판’까지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최악의 경우 도산하는 시행사들이 나올 우려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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