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10 13:28
[땅집고] “부실 공사로 입주가 두 차례나 연기되는 바람에 당장 갈 곳이 없어 호텔에 묵고 있어요. 장기 투숙도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고, 단기 임대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기 김포신도시 장기동에 들어선 ‘범양레우스라세느’아파트가 부실 공사로 입주일이 두 차례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입주 예정자 A씨는 “명품 단지로 홍보했는데 이렇게 하자가 많이 나오니 완전히 속은 기분이다”며 “엉성한 마감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입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했다.
범양레우스라세느는 지하 1층~지상 4층 전용 84㎡, 286가구 규모로 2020년 8월 분양됐다. 당시 김포한강신도시 마지막 공동주택이자 김포시에서 가장 비싼 7억원대의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다. 테라스를 갖춘 타운하우스를 내세우며 고분양가에도 3.55:1의 경쟁률을 보인 단지다.
당초 입주일은 올 6월 말이었으나 무더기 하자가 발생하면서 8월 1일로 입주일을 한 차례 연기했다. 입주 일주일 전 사전점검 당시 누수와 벽지 곰팡이, 계단 미설치, 테라스 배수 문제, 창호 흔들림, 거실 마감재 처리 미흡 등 다수의 하자가 발견됐다. 아파트 내부뿐만 아니라 지하 주차장에도 물이 고이거나 곰팡이와 악취가 나는 등 문제가 심했다.
입주민들은 기존 시공 계획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지어진 공사 현장을 보고 경악했다. 입주 예정자 B씨는 “최초 분양 당시 공개한 모형과 전혀 다른 자재를 사용했는지 설계오류, 하자, 균열, 누수, 오염 등 문제가 많아도 너무 많다”며 “엉망진창이었던 현장에 입주민들을 불러 완성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 믿고 입주할 수 있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는 시공사인 범양건영측이 김포시에 제출할 사용검사 승인 신청서를 구비하지 못하고 보수공사가 예정보다 늦어져 입주 예정일이 8월 30일로 한 차례 더 연기된 것이다. 두 차례의 준공 승인 지연으로 해당 단지 286세대 중 약 110세대가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전 세대의 40%에 달하는 비율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다수의 가구에서 발견된 누수 문제다. 예비 입주민들은 “10집 중 4집이 누수가 있는 거면 건물 자체가 하자인 셈이다”, “이 정도면 하자 있는 아파트 중 신기록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범양 건영 측은 이에 대해 “최근 잦은 폭우와 빗물이 에어컨 공기흡입구를 통해 실내로 유입된 것 같다”며 “현재 누수는 보수를 모두 마쳤고, 나머지 하자도 보완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흐르는 누수는 감추었으나 외벽에 심각한 결로와 부식, 소화전 미설치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공사 현장 관리 감독자가 작성한 ‘준공 98% 이상 완료’라는 보고서의 내용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부실시공에 대한 조치사항은 11월 20일 이행된 6건만이 기록돼 있다. 범양레우스라세느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시공사의 설계, 시공 능력뿐만 아니라 감리 부실, 행정의 감독 소홀 등이 결합한 문제”라며 “감리보고서가 모두 양호 적합한데 60일이나 입주가 지연되고 하자보수가 아직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달 22, 29일 입주예정자들에게 전달한 하자보수 집계표에서도 보수가 필요한 하자가 총 2만 2626건이었는데, 일주일 사이 하자 건수가 다르게 표기되자 입주예정자들은 시공사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차례나 입주가 연기되는 과정에서 범양건영의 대응도 논란이 됐다. 입주자들이 김포시에 넣는 민원 때문에 보수가 늦어진다며 민원과 현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에는 ‘일부 입주 예정자들의 김포시청에 중복적인 민원을 제기해 사용승인을 위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내용과 ‘향후 하자가 처리돼 승인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민원이 지속해서 제기되면 입주가 지연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연이은 입주 연기 통보로 기존 입주일인 6월 30일에 맞춰 이전 집을 정리한 입주 예정자들은 단기 임대, 호텔 생활 등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잔금 대출받아야 하는데 입주일과 함께 잔금 처리 시기가 늦어져 금전적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입주 예정자 C씨는 “어떻게 신축아파트가 빌라만도 못할 수 있냐”며 “어렵게 마련한 새집인데 걱정돼서 잠도 못 자며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민 비대위는 현재 범양건영을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한편 범양건영 관계자는 “최대한 입주일을 8월 30일로 맞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세린 땅집고 기자 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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