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10 07:59
[땅집고] “세상에 저녁인데도 집 안이 대낮같이 환한 거예요. 베란다 쪽으로 가서 보니까 바로 눈높이에 이만한 불빛이 떠있는데…”
지난달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넷플릭스 때문에 한밤중에 온통 잠을 설쳤다”고 집단으로 호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넷플릭스 측이 정부가 운영하는 글로벌지식협력단지(GKED Center) 건물에서 영화 ‘독전2’를 촬영하면서 하늘로 쭉 뻗어 올라가는 크레인 조명을 사용했는데, 조명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너무 강해 인근 아파트 주민들마다 빛공해 피해를 입었다는 것.
입주민들은 당시 거실창에 커튼을 쳐 둔 상태였는데도 빛이 새어나와 거실이 대낮처럼 밝았을 정도로 빛이 강했다고 입을 모았다. 놀란 주민들은 저녁 9시쯤 경찰에 민원을 접수했다. 경찰이 출동했으나, 촬영은 밤 11시 무렵까지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글로벌지식협력단지 측에서 넷플릭스에 촬영 허가를 미리 내준 터라 크레인 조명을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측은 “주택가에 피해가 갈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입주민들에게 협조를 못 구했다”며 “추가 촬영은 없지만, 사안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경쓰겠다”는 입장을 뒤늦게 내놨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화를 달래지는 못한 상황. 입주민들은 넷플릭스 측에 빛 공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월곡동 아파트 주민들이 소송을 강행할 경우 넷플릭스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을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당시 입주민들이 겪은 빛 공해가 강했고, 당시 민원도 다수 제기된 점을 고려하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피해 기간이 2시간여로 짧기 때문에, 승소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은 많아야 몇십만원 정도의 소액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즉 소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크게 득이 될 게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입주민들이 별도 소송비를 들이지 않고도 넷플릭스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접수하고 조정 신청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환경분쟁을 소송절차 없이 해결해주기 위해 환경분쟁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빛 공해를 비롯해 소음, 분진, 진동, 일조권 피해 등이 환경분쟁에 해당한다.
김예림 법무법인덕수 변호사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용인 가능한 ‘수인한도’(공해·소음 등의 피해 정도를 참을 수 있는 한도) 기준을 초과한 환경분쟁 사건에 대해 무료로 해결해주고 있다. 피해 사실이 입증된다면 위자료까지 책정해준다”며 “다만 ‘넷플릭스 빛 공해’ 사건의 경우 입주민들이 강한 빛에 노출된 시간, 즉 손해 기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얼마만큼의 손해가 발생했는지 산정하는 것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조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6개월 이상”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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